전통은 개뿔 …
제사, 차례 ….. 두번째 글이다.
대한민국에서 현 시점에서 진행되는 차례나 제사의 양식은 조선시대 후반부터 그 양식이 어느정도 정해진 것에 따르고 있다. 물론, 전통은 개뿔 1편 에서 언급하였듯이 무슨 음식을 어디에 놓고 ..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고, 유교는 종교이지만, 유학이라는 학문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유학의 한 부분인 성리학, 그리고 주자학에 기반을 두었던 게 조선이다. 당연히 제사/차례 양식은 주자학에 기반을 둔다.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자가 썼던 “주자가례” 이다.
대학교때 어쩌다가 들었던 과목에서 말 그대로 공자왈 맹자왈 하는 것을 들었고, 그 중 2,3 시간 정도에 걸처서 주자가례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물론, 완전히 주마간산도 아니고 .. 그냥 목차 정도나 훑어보는 것이었지만, 그게 재미나게 느껴져서 몇 챕터(?)는 찾아서 읽은 적이 있다. (당연히 한자로 된 것 말고, 한글로 해설된 것… )
그런데, 이 주자가례는 주자가 다 쓴 게 아니다. 그 이전부터 내려오던 사마광이 쓴 책(이름이 기억 안나네…)을 참조해서 거기에 살을 더 붙인 책이다. 사마광은 자치통감이라는 역사책을 쓰는데 주관했던 사람이다. 자치통감은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도 저렴한 가격(이라고 하긴 좀 뭐하긴 한데..)으로 살 수 있으니 한번 찾아 보면 된다.
다시 주자가례로 돌아가서 보면 … 례 .. 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집에서 이루어지는 (여기서 집은 꼭 개인의 집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관혼상제, 예의, 예절, 그리고 그게 왜 필요한지, 왜 그렇게 됐는지도 적혀 있다. 고기는 원래 생고기를 올리도록 되어 있다. 지금처럼 찌거나 삶거나 구운 고기를 올리면 안된다. 하지만, 현재의 제사/차례상에 생고기가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제사를 지내는지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그에 앞서서 귀산과 영혼에 대해서 적지 않게 나온다. (사실 이게 관심 있어서 주자가례를 읽었었다.) 그리고 … 뭐 이따구 설정이 다 있나 싶을 정도여서 그냥 재미있게 읽고 끝냈다. 유교의 제사는 귀산에게 지내는 거다. 그 귀신이 자연의 정령이나 동물의 혼이 아닌 조상의 혼과 백 (혼백이라고 붙여서 쓴다. 혼과 백은 서로 다른 존재다. 혼은 정신, 영혼이고, 백은 그 정신이나 영혼이 외부로 드러날 때 보이는 것을 뜻한다. 혼은 양의 성질을, 백은 음의 성질을 갖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게 같은 유교내에서도 책마다 설명하는 게 다르다… ) 을 대상으로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예전에 유행했던 도서대여점 판타지 소설의 설정이 저것보다는 정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거고 …
이 조상의 혼백에게 제사를 지내는 게 유교에서의 제사다. 이게 근데, '귀족' 만 혼백이 있다고 했다. 정확히는 혼백은 신이 되고, 이 신에게 제사지내는 게 유교에서 말하는 제사다. 그러니깐 조상이 신이 되는 게 유교의 종교관의 한 축이다. 그런데… 유교 초기에는 왕족만 죽어서 신이 된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 고려말, 조선초에는 귀족, 그러니깐 조선에서는 사대부라고 불렀던 계층의 조상만 신이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양반만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일반 평민이나 노비, 천민은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왜 ? 조상의 혼백이 신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 .. 그런데.. 이 혼백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제사를 보통 4대까지 지낸다. 왜냐하면 한 세대를 30년 정도라고 봤을 때 4대 위면 대략 120년이기 떄문이다. 즉, 혼백이 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기간은 120년인 셈이다. 무슨 신이 120년짜리 신이 있다는 건지 … 뭔 설정이 이렇게 엉성한지는 모르겠다.. 만 어쨌든 그렇다고 한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강요하지는 말자. 특히 정성입네 어쩌네 … 하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는 하지 말자…
그냥 식구들끼리 모여서 평소에 못한 애기나 좀 하고 고기(채식 좋아하시는 분은 채소)나 구어먹자. 괜히 오랫만에 본 친척이라고 온갖 참견질하지 말자….
2016/09/15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