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도 다가오고 해서 …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해 두동미서 … ” 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거다. 원래 제사상/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가문마다 다르다. 남의 제사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것은 매우 큰 실례이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남의 제사에 감놔라 대추놔라 한다.” 라는 건데… 저 위에 말은 .. 남의 제사에 어떤 음식을 어떻게 놓아라 .. 라고 대놓고 얘기하고 있다.
왜일까 ? 19세기 초반까지 양반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임진왜란 끝난 뒤부터 공명첩이니 뭐니 해서 양반 신분을 돈으로 또는 전쟁에 공을 세워서 살 수 있었지만, 어쨌거나 20% 정도였고, 19세기 중반쯤 되면서 상업이 발전하고 그렇게 돈을 벌은 중인이나 양민 계급이 양반 족보를 산다든가, 아예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지방으로 이사 가서 양반 행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반이 된다. 양반이 되면 지켜야 할 허례허식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사였다. 양민/중인이라고 제사를 안 지낸 것은 아니지만, 양반과는 음식을 차리는 수준과 절차가 달랐다. 그런데, 돈을 주고 양반이 됐든 뭐가 됐든 … 양반 제사를 지내봤어야 알지 ? 양반이 됐으니 체면은 차려야겠는데, 정작 양반식으로 제사는 차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게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해 두동미서 … ” 다. 어느 유명한 가문에서 저렇게 차리는 것을 보고 따라 한 거다. 아마도 그 가문에서 일하던 노비나 중인 정도가 돈 벌어서 그 양반 가문의 족보를 사서 저렇게 차린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깐 … 정리하자면, 흔히 전통 차례상/제사상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기껏해야 100년 좀 넘은 거고, 그나마도 어떤 표준도 아니고 그냥 어느 집안에서 내려오던 차례/제사 양식이다. 어느 집안에서 상다리 부러지도록 제사/차례상을 차리면서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해 두동미서 … ” 을 따지고 있다면 그 집안은 4대, 좀 멀리 봐서 5,6 대쯤 위로 올라가면 안동 김씨나 안동 권씨 가문의 마당쇠가 조상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통 ? … 그런 것 거의 없다.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뭐 이런 건 그냥 미사여구일 뿐이다. 추석이 이제 일주일쯤 남았는데, 차례상 차린다고 고생하지 말고 그냥 고기나 구워 먹는 게 낫다. 전통은 개뿔 …
2015/09/18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