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디자인 1편
아파트가 아닌 곳에서 살기로 결정을 했고, 기존에 지어진 집을 구입하거나 간단히 수리해서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 또는 새로 짓기로 했다면 … 일단 설계를 해야 한다. 근데… 어떻게 ? 뭘로 ??
건축학과를 나왔거나 건설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지 않다면 구체적인 도면을 그려가면서 설계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니, 건축법이나 기타 각종 법규 등을 감안한다면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 쉬운 것도 아니다. 결국, 개념도, 간단한 스케치 정도를 가지고 건설업체나 건축업체, 건축사무소 등과 협의하여 건축법,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 등을 만족시키고 내 마음에도 들고 또 예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려면 위에 있는 나의 집짓기 경험담에 나오는 것처럼 예산을 잡고, 거기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체크하고 … 그것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등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이 글은 그러한 것을 생각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면서 쓴 글이다.
면적 비교 : 주택 vs. 아파트
“평”이라는 것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면적단위이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평형”이라는 말로 바뀌어서 잘 쓰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계산기는 다들 있으니, 1평이 3.3 평방미터 정도라는 것을 알고 계산을 하면 된다.
흔히들 같은 면적일 때 아파트에 비해서 단독주택이 넓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정부분 맞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일단 그런 것을 몇가지 적어본다.
화장실
아파트 면적이 20평대 중반 정도라면 대개 화장실은 1개다. 20평대 후반부터는 2개가 된다. 거실에 있는 화장실과 안방에 있는 화장실 … 40평대가 되더라도 화장실은 대개는 2개가 유지되고, 더 넓어져서 70~80 평대가 되면 화장실이 3개가 된다.
요즘 추세인 2층짜리 (3층은 다락방이나 창고로 쓰더라도 일단 서류상으로 2층인 것) 30평대 중반의 주택은 대개 화장실이 3개가 된다. 방 배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1층에 하나, 2층에 하나, 그리고 안방에 하나 … 이렇게 3개가 된다.
같은 30평대라고 해도 아파트에 비해서 화장실이 하나 더 있고, 그만큼 면적을 차지한다.
현관
아파트는 대개 1층이 현관 역할을 한다. 요새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평면을 많이 이리저리 다르게 해서 현관을 2중으로 해서 전실을 놓는 경우도 있지만, 그 면적이 공용면적인 경우가 많다. 가끔 소방서에서 나와서 단속할 때 바깥문을 열어두라는 방송이 나오는 아파트라면 전실이 공용면적인 곳이다.
주택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현관을 따로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겨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냉기로 인하여, 그리고 먼지와 소음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난다. 물론, 약간의 편법으로 일단 전실없이 사용승인(예전에 준공검사라고 했던 것)을 받고 나서 밖에다가 다시 전실에 해당하는 공간을 짓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법이다.
베란다, 테라스
베란다라고 부르든, 테라스라고 부르든 … 아파트에는 확장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외부에 일정한 면적의 공간을 둘 수 있다. 확장공사해서 방이나 거실을 더 넓게 쓸 수도 있다. 물론, 여러가지 부작용은 있지만 …
주택은 그게 매우 제한적이다.
보일러실
중앙난방이라면 아파트에서는 보일러가 없을 것이고, 개별난방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크지 않은 가스 보일러 정도로 해결된다. 대개는 뒷베란다의 한쪽 구석에 작게 보일러가 위치하게 된다.
주택 역시 그러하지만, 일단 보일러실을 따로 두어야 한다. 거기에다가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어서 기름 보일러 등을 쓴다면 기름탱크도 따로 있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부가적인 면적을 더 차지하게 된다.
처마
꼭대기 층에 디자인적인 뽀다구를 위해서 설치하는 게 아니라면 처마가 있는 경우는 아파트에서 극히 드물다.
반면에, 주택은 처마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조적조(벽돌)나 콘크리트로 박스 형태로 짓는다면 처마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처마가 대개는 별 문제가 안되는데, 잘못 짓거나 설계하면 문제가 된다. 빨래를 말리려고 해도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 내다 놓으면 되는데, 주택에서는 처마가 없다면 빨래 널어놓고 잠시 외출한 틈에 비가 내리면 다 젖게 된다. 물론, 내부에 널어놓는 건 또 다른 얘기다.
기타 수납공간
아파트에서는 별로 신경도 안 쓰던 건데, 주택에 오면 마당에 뭐라도 심으려면 삽이라도 있어야 하고 그러한 각종 공구, 도구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아파트에서는 드라이버 몇개와 망치 정도로 해결되었지만, 주택에서는 내가 다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공구가 점점 많아지고 계속 늘어난다. 결국 이러한 것들을 넣어둘 공간이 필요하고, 작은 텃밭이라도 가꾸려면 호미, 비료 등을 둘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
아파트는 주차장, 엘리베이터, 아파트 단지내 공원, 복도 등의 각종 공용면적이 빠지게 되고, 그래서 주택은 같은 건축면적일 때 아파트에 비해서 쓸 수 있는 면적이 넓다. 하지만, 위에 적은 것과 같이 별로 생각지 않던 면적이 더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잘 생각해야 한다. 막연히 이것저것 … 추가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 급증하는 예산에 놀라게 된다.
2015/10/12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