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 조경
앞에 쓴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몇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2014년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러면서 추가 건축 (주차장 등)이 지연되고, 그러면서 덩덜아서 일정이 지연되어서 뒷마당에 잔디 까는 것도 그때서야 진행해서 10월 말이 돼서야 끝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8월에 모든 건축이 끝났어야 하는데, 두달쯤 지연되면서 나무를 심는 등의 조경 은 어려워졌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용베리아 라고 부를 정도로 겨울에는 추운 곳이기 때문에, 10월이 넘어가면서 날씨는 이미 추워지고 있었다. 얼마전에 심은 잔디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벌써 서리가 내리고 있었고,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면서 생장은 멈추었다.
건축과 동시에 진행되어서 이미 자리를 잡은 앞마당 잔디와는 달리 뒷마당 잔디는 살아남을까 싶을 정도의 걱정을 하게 했다.
뒷마당 조경이 늦어진 이유는 뒷마당이 각종 자재도 쌓아두고, 판재 자르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건축이 끝나고서야 뒷마당은 정리가 될 수 있었고, 그래서 그 뒷단계인 조경은 늦어졌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고, 매우 추웠음에도, 다행히도 잔디는 많이 죽지는 않고 다시 살아났다. 어느정도 자리잡은 앞마당 잔디에 비해서는 뒷마당은 4월이 거의 끝나가는 이제서야 조금씩 녹색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올해는 지나야 어느정도 자리를 잡을 것 같다. - 뒷마당이 시냇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 비슷한 지형이라서 산에서 내려와서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도 차갑다. 그래서 더 그런 것 같다.
어쨌거나, 작년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비용 문제 등으로 뒤로 미루어 두었던 조경에 조금은 신경을 써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나무를 사다가 심는다거나 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건축을 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러 다니던 때에 나무 가격도 같이 알아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포기하자.”
어느 정도 괜찮아 보이는 나무 한 그루 가격은 소나타 가격을 넘기기 일쑤였고, 그냥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은 가로수 정도 되는 나무의 가격도 한달 월급 털어봐야 2,3 그루 정도 … 그리고 그것을 옮겨다가 심어주는 비용 역시 적지 않았다. 어느 정도 큰 나무를 심으려면 포크레인도 빌려야 하는 등 …
작년에 건축업체에서 뒷마당에 벚나무 두그루를 심어 주었는데, 그래도 꽤 큰 나무였는데 … 한 그루는 죽었다. 한 그루는 살아남아서 얼마전에 벚꽃 구경도 뒷마당에서 했다. 죽은 나무는 2미터 정도 남기고 윗부분은 잘라냈고, 나머지 부분은 일단 남겨놨다. 하다못해 빨래줄 고정시키는 용도로라도 쓸 수 있겠지 싶다.
일단, 주목 을 몇 그루 심었다. 크기는 큰 것은 1미터 좀 넘고, 작은 건 30센티미터쯤 된다. 옆집에서 있던 건데, 옆집에서 몇 그루 줘서 심었다. 일단, 너무 휑~ 하던 느낌은 줄어들었고, 몇몇 나무들을 꺾꽂이 해서 심었는데, 1/3 정도는 죽었고, 2/3 정도는 눈을 뜨고 있다. 몇년쯤 지나면 작은 나무가 될 것 같다.
뒷마당 한 켠에는 대충 3 x 1.5 미터 정도의 작은 텃밭도 하나 만들었다. 원래는 만들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만들었고, 반으로 나눠서 오른쪽에는 상추씨를 뿌렸고, 왼쪽에는 토마토, 고추, 가지 모종을 심었다. 그리고 남사화훼직판장에서 꽃잔디, 각종 봄꽃도 조금씩 사다가 여기저기 심었다.
처음부터 건축업체에 맡겨서 조경을 했다면 작년에 입주했을 때에는 꽤 그럴듯한 조경이 조성되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에 드는, 내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는 조경이 되었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나는 마당에 석물이 큼직하게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큰 나무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좋아하는 조경을 꾸며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하다.) 반대로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는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배제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저것 하다보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긴 내 마음대로 해볼 수 있는 마당이라는 공간이 있다.
미천하지만, 몇가지 적자면,
- 잔디밭을 조성할 경우, 그것이 '마당' 또는 '정원'인지, 잔디밭인지를 구분하자. 잡초가 보이는대로 뽑아서 잔디가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5 x 8 미터 정도 되는 잔디밭에서 잡초 뽑는데, 토요일 오전이 모두 쓰이고도, 다음주면 또 그 만큼의 잡초가 잔디 사이 사이서 자란다. 물론, 잔디만 살려두는 제초제를 뿌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잡초는 그때 그때 뽑아주지만, 그렇다고 잡초를 모두 없애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 농약은 최소한으로 한다. 여태까지 농약은 안 뿌렸고, 앞으로도 뿌릴 생각은 없다. 여름에 벌레가 많이 생긴다면 벌레덫을 설치하면 된다. 벌레덫은, 1.5 리터 페트병의 목 부분을 잘라내고, 절반정도 물을 채우고, 거기에 설탕을 적당히 섞고, 식초를 약간 섞어준다. 그리고 잘라낸 목부분을 거꾸로 페트병에 꽂아주고 테이프로 감아준 후, 검은색 비닐 봉투로 겉을 감싸면 된다. 과일 껍질을 조금 넣어주면 더 좋다. 그렇게 하면 벌레가 벌레덫으로 들어가서 못 나온다.
-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자. 작게 작게, 하지만 자신과 가족의 취향을 찾아나가자.
2015/04/27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