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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학동_생활_2편

2편 : 존중

내가 싫어하는, 아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 어떤 스테레오 타입을 정해놓고 “너는 이래야 해” 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그렇게 “너는 이래야 해” 라고 할 때 거부했는데 그것을 계속 강요하는 경우를 매우 싫어한다.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왔다니깐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바베큐 그릴 사서 파티해야 한다는 거였다. 왜 ? 그게 재미있단다. 뭐가 ? 그걸 모르면 낭만을 모르고 어쩌구 저쩌구 .. 심지어는 바베큐 파티도 안할 거면서 뭐하러 전원주택으로 이사갔느냐고 뭐라고 하는 경우였다. 근데, 정작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은 90% 이상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면서 바베큐는 커녕 주말에 삼겹살 구워먹는 것도 귀찮아서 치킨 시켜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다.

흔히 하는 말로 취향은 존중해 달라는 얘기다.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강요하는가 ?

페이스북에 썼던 걸 여기도 써보자.


바베큐

에…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캠핑장에 간다고 치자… 고기, 채소, 술 좀 챙겨가면 대개는 캠핑장에서 그릴이나 자리는 마련해주고 장작은 판다. 그것도 귀찮으면 돈 내면 대부분 고기부터 쭉 세팅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고기 구워먹고 대충 정리하여 쓰레기통에 분리수거하면 된다. 그리고 집으로 오면 된다.

집에서 한다면 ? 일단 그릴부터 준비해야 한다. 싸게 사면 2,3 만원, 비싼 건 수백만원도 한다. 뭐 대충 10만원짜리면 충분하다고 하니깐 … 자 그 다음에 불은 ? 장작도 어디서 사와야 하거나, 개스사용이 가능한 그릴을 사거나 (이쯤 되면 10만원짜리로는 택도 없다…) 개스레인지라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물론, LPG 나 LNG 라인에서 따서 쓰는 방법도 있지만 … 그쯤 되면 판이 너무 커지지 않을까 ?

고기도 사와야 하고, 채소도, 술도 사오고, 또 집밖에서 먹어야 할터이니 테이블, 의자도 필요하다. 그것만 필요할까 ? 아니다. 불이 있으니 소화기 내지는 수도 꼭지에 호스라도 달아놓아야 한다. 불 나면 어쩔 건데 ?

고기를 다 구워먹었다고 치자. 그 뒤에는 뒷정리도 해야 한다. 캠핑장에서야 대충 싸서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 하지만 여긴 내 집이다. 그릴도 다시 닦아야 하고, 마당에 떨어진 고기 쪼가리, 채소 부스러기, 술 마시다 흘린 흔적 등등 … 다 내가 청소해야 한다. 안 그러면 집사람한테 한 소리 듣는다.

장작 타고 남은 숯이나 기타 부산물도 치우는 게 쉽지 않은 건 덤으로 남는다.

자.. 그리고 또 남는 문제 … 이웃집과는 어쩔 건가 ? 캠핑장이나 고기집에서야 다 그러려고 온 것이니까 서로 웃고 떠들고 시끄럽게 굴어도 뭐라고 안한다. 하지만, 여긴 바로 옆집에 고 3 수험생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3년째 묵언 수행하는 스님이 거주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대개는 이미 알고 있다…)

친구왔다고, 친척 왔다고 그때마다 마당에서 고기 구워먹으면 옆집에 상당한 실례가 된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옆집에서 그런 걸 전혀 신경 안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는 말아야지.

캠핑장이나 고기집에서 챙겨주는 것을 직접 준비하려면 내가 귀찮아진다. 내가 귀찮을 것인가, 아니면 돈으로 그 귀찮음을 누군가에게 대신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난 내가 귀찮은 게 싫다. 고기 먹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프라이판에 구워먹거나 고기집에 가면 된다. 왜 꼭 우리집에 와서 먹고 싶다고 하는 건가 ?

— 페이스북에 썼던 건 여기까지.

처음에 이사 와서 집들이 삼아 몇번 할 수도 있고, 정말로 바베큐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꽤나 귀찮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냥 손님으로 와서 놀다 가면 모른다. 그 뒷정리는 모조리 집주인의 몫이라는 것을 … 또, 나도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굳이 그렇게 마당에 불 피워가며 먹을 생각까진 없다. 그냥 집에서 프라이판에 구워먹는 정도라면 모를까… 웬 바베큐 ?

이 집 전에 3년 정도를 용인/이천/광주/안성 지역을 2,3 주에 한번씩 땅/집 보러 다녔고, 어디 전원주택단지 또는 이쁜 집 있다고 하면 안 가본 곳이 별로 없다.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바베큐 그릴은 그냥 집밖에서 먼지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혹해서 또는 있어 보여서 또는 정말로 바베큐를 해먹고 싶어서 샀을 거고, 여전히 잘 해먹는 집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몇번 해먹고 구석에서 먼지 쌓이고 녹슨다는 점이다.


골프 스크린

또 가끔 듣는 얘기가 뒷마당에 골프 스크린 설치해놓고 골프 연습하면 좋다는 건데… 뭐 골프 스크린이라도 사주고, 골프공과 골프채라도 사주면 좋겠다. 난 골프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가끔 골프 배워두면 나중에 접대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난 그런 거 싫어할 뿐더러 누가 시켜준다고 해도 도망다닌다. 용인에 골프장이 많다. 또 짓는 것도 많이 보아왔다. 없어져야 할 게 골프장이다. 산 다 파헤쳐서 농약 퍼부어 가며 유지되는 게 골프장이다. 난 그딴 거 배울 생각 없다. 좀 정리 되면 뒷마당에 목인형 하나 세워두고 검도 연습은 할 생각은 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지열보일러를 설치했다고 하니깐 왜 태양광 패널은 설치 안했느냐며 일장 연설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분 치고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이 있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단적으로 적자면, 태양광 패널 설치해서 투자비 뽑으려면 현 시점에서는 약 10 ~ 15년 걸린다. 그러니깐 1천만원 들여서 태양광 패널 설치해서 거기서 나온 전기를 한전에 팔든, 내가 쓰든… 1천만원을 회수하려면 최소한 10년, 길면 15년 걸린다는 얘기다. 물론,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패널 몇개 설치해서 돌리는 것 정도까지는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건 어느 정도 다시 돈이 준비되면 해볼 생각도 있다. 하지만, 대규모로 투자할 생각은 없다. 혹시 태양광 패널 가격이 현재의 1/3 정도로 내려오고, 그와 더불어서 모듈 및 각종 주변기기도 1/3 정도로 가격이 내려와서 투자 회수 기간이 4~5년 정도로 줄어든다면 그때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영장

9월이 되고, 날씨가 서늘해지니깐 이젠 이 얘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9월 초까지, 추석 때까지 꽤 많이 들었다. 뒷마당도 넓으니깐 수영장 만들라는 얘기다.

만드는 거야 뭐 대충 포크레인 불러서 하루 파고, 미장하시는 분들 불러서 며칠 작업하면 된다. 비용은 대충 1,200 ~ 1,500 만원 .. 크기는 3 x 5 x 1.5 미터 정도 … (나라고 이거 견적 안 뽑아 본 것 아니다.)

누가 관리하지 ? 물은 ? 배수는 ? 소독은 ? 청소는 ? 해줄 것 아니라면 그만 좀 말하자. 귀가 아플 지경이다. 수도요금 때문에 수영장 하기 힘들다고 했더니 수도요금이 걱정되면 지하수 파란다… 에.. 지하수 파는 비용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1,000 만원 이거든요 ?


그 외에도 많다.

텃밭을 만들고 그러려면 어쩌구 저쩌구 .. 나 그럴 생각 없는데 ?

비닐하우스를 작게 만들어서 거기에 채소를 심으면 … 나 그럴 생각 없다니깐 ?

뒷마당에 작게 닭장을 만들어서 닭을 키우면 3마리 키우면 달걀이 … 나 그럴 생각 없다니깐 !!!

이런 반응을 보이면 뭐라고 하느냐 하면 기껏 생각해 줬더니 어쩌구 저쩌구 한다… 누가 내 걱정해달라고 했던가 ? 그냥 툭 한마디 던질 뿐이지만, 나는 그 소리를 수십번, 수백번 들었다.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살 집이다. 조언은 고맙지만 간섭과 강요는 사양한다.


2014/09/29 akpil

운학동_생활_2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4/09/29 21:58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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