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도구

사이트 도구


운학동_생활_10편

텃밭을 가꿔 보자

전원주택의 로망(?) 중 하나는 바로 정원이다. 그 정원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집주인에게 달렸다. 대부분의 경우 조경은 건축업체에서 잔디밭 조성과 나무 몇 그루 심어주는 것으로 끝난다. 그 뒤에는 사회적 통념과 법체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돈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

그 무엇이든 하는 것 중 하나가 텃밭을 가꾸는 거다. 마당에서 상추 길러서 삼겹살 궈먹을 때 싸먹고 옥수수 심어서 여름에 옥수수 삶아먹고 … 좋아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몇가지 준비해야 할 게 있다. 그게 바로 이번 글이다.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1. 흙 2. 퇴비 3. 비료 4. 농기구 5. 시간, 땀, 노력


마당이 있는데 무슨 또 흙이냐.. 라고 하겠지만, 농사에 적합한 흙은 따로 있다. 텃밭을 가꾼다는 것 역시 엄연히 농사짓는 거다. 일반적으로 새로 조성된 주택 정원에 있는 흙은 농사에 적합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곳에서 퍼와서 바닥을 다져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축대를 새로 만들고 그 위에 흙을 부어서 만들든, 경사면의 땅을 파내고 거기에 택지를 조성해서 집을 짓든 … 농사에 적합한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는 땅을 어느 정도 파보면 온갖 잡동사니를 묻어놓고 흙만 몇십 cm 정도 덮어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경우는 집을 지을 때 또는 택지 조성을 할 때 직접 가보지 않았다면 알기 힘들다. 현실적으로도 집에 들어온 다음에 땅을 깊게 파서 무언가를 심어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나중에 큰 나무를 심으려고 또는 창고라도 지으려고 땅을 파다보면 돌이나 폐기물이 나오면 그때서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흙이 농사에 적합할까 ? 그것은 어떤 것을 땅에 심느냐에 따라 다르다. 만능 흙은 없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텃밭을 가꾸려는 게 아닌 이상 이른바 지렁이 똥 흙, 분변토 라는 게 좋다. 분변토라는 것은 지렁이가 밥 먹고 소화시킨 흙을 뜻한다. 구글에서 찾아보면 https://www.google.co.kr/search?q=분변토&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jdqJ3u-9jNAhVCoJQKHaqdA0oQ_AUICCgB&biw=1504&bih=538 이런 이미지들을 검색해 볼 수 있다. 옥션이나 지마켓 등의 오픈 마켓에서 5kg 들이 한포대에 5천원 ~ 1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물론, 근처에 지렁이 농장이 있다면 가서 사면 훨씬 싸다. 일반적으로 평방미터당 10kg 정도 뿌린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추어진 땅일 경우고 대부분은 그 2~3배는 뿌려줘야 한다. 여기서 뿌려준다는 것은 기존 흙 위에 뿌리는 게 아니라, 흙과 1 대 1 정도로 섞는 것을 얘기한다. 그러니깐, 평방미터당 10kg 이라는 것은 1평방미터 면적의 땅을 열심히 삽질해서 깊이 30cm 정도 파서 갈아엎은 뒤에 분변토 10kg 을 뿌리고 다시 한번 갈아 엎는 것을 뜻한다. 대개의 경우 텃밭은 그리 크지는 않으니 반나절 정도면 10평방미터 (3평) 정도의 땅을 작업할 수 있다. 군대에서 삽질에 익숙했다면 1시간도 안 걸린다. 농사를 조금 지어 보았다면 30분 정도 일거리다. 점심 먹고 소화 시킬 겸 … 한번 해볼 수 있는 정도다.

여기에 분변토만 뿌리지는 말고 상토를 섞어서 쓰면 좋다. 상토 역시 무엇이 적합한지는 무엇을 심을 것이냐에 따라 다르므로 너무 비싸지 않은 것으로 적당히 골라서 섞어주면 좋다.

상토든, 분변토든 … 생전 사보지도 않았고 써보지도 않았던 경우가 대부분일테니 … 가격을 잘 모르겠다면, 옥션이나 지마켓에서 쭉 검색해 보고, 그 가격 메모해서 동네 종묘상이나 농협에 가서 얘기해 보면 쓱 한번 보고 대충 3,4 배 가격을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리버리하지 않게 몇가지 상품명으로 직접 얘기하면 오픈마켓보다 10~2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농협 조합원이 근처에 있다면 그 사람을 통해서 구입한다면 50% 정도의 가격으로도 살 수 있다.

10평방미터는 너무 좁다… 라고 생각한다면 .. 좀 큰 방의 크기가 대개 3.5 ~ 4평 정도다. 절대로 작은 면적이 아니다. 아마도 저만큼을 텃밭으로 가꾼다면 처음에는 잡초 뽑느라 지쳐서 포기할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게 아니라면 처음에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당연히 땅속에 지렁이가 많이 산다면 좋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경우라면 지렁이도 거의 없다. 별 수 없다. 산에 가서 잘 잡아 오든가, 아니면 역시나 오픈마켓에서 살 수 있다. 근처에 낚시터가 있다면 거기 가서 살아 있는 지렁이(갯지렁이 말고…)를 사다가 10~20cm 정도 땅을 파고 묻어주면 그 안에서 잘 번식한다. 너무 건조하지만 않게 해주면 알아서 잘 산다.


퇴비

퇴비나 비료나 … 농작물을 키우려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시골이고 주변에 농사를 지어서 퇴비 냄새에 그리 민감하지 않다면 모를까 … 전통적인 방법으로 퇴비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할 건 없다.

퇴비 만들기 쉬운 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거다. 그걸 좀 간단히 적어보자.

음식물 쓰레기를 씽크대에서 몇번 물에 헹궈서 짠맛(소금기)과 매운맛(고추장 등)을 제거하자. 그리고 물을 꽉 짜내서 스티로폼 상자 (또는 좀 큰 플라스틱 상자)에 잘 펴서 넣고 거기에 나뭇잎이나 풀을 잘라서 넣으면 된다. 가능하다면 나뭇잎과 풀은 미리 잘라서 말려두면 좋다. 정원에 있는 잔디밭을 깎으면 나오는 잔디잎이나 잡초 뽑은 것을 한켠에 쌓아두었다가 음식물 쓰레기랑 1 대 1 또는 1 대 2로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두면 된다.

퇴비가 되는 시간은 여름철에는 1~2달 정도, 겨울철에는 발효가 멈추므로 그냥 얼려두면 된다.

물기가 많으면 발효가 아닌 부패가 일어난다. 그렇다고 너무 건조해도 발효가 안되니 음식물 쓰레기에서 물이 안 떨어질 정도로 꽉 짜서 넣으면 된다.

스티로폼 바닥에 몇 cm 정도 흙을 깔고 지렁이 몇마리 넣어주고, 그 위에 건조시킨 잔디나 잡초, 나뭇잎 등 두툼하게 쌓고 그 위에 음식물 쓰레기를 잘 헹구고 말려서 뿌려주면 지렁이가 아주 좋아한다. 굳이 스티로폼을 안 써도 된다. 큼직한 고무통(흔히 “고무 다라이”라고 하는 것) 에 뚜껑 덮을 수 있다면 그것을 써도 좋다.

발효과 부패를 구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냄새가 역하고 끈적거리고 흰색이 아닌 검은색 곰팡이가 핀다면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거다.

경험이 없다면 저렇게 만들고 부숙제를 쓰면 좋다. 구글에서 퇴비 부숙제 로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 적당한 것을 고르면 된다. 내가 써본 것은 고오랑 이라는 건데, 예전에 집에서 소키울 때부터 써온 것이다.

부숙제를 설명서에 쓰여 있는대로 퇴비에다가 뿌려주면 발효가 잘 일어나고 부패를 억제한다. 이렇게 만든 퇴비를 텃밭에 섞어서 뿌려주면 (섞는 방법은 위에서 대략적으로 얘기했다.) 잘 자란다.


비료

비료를 안 주고 작물이 잘 자라면 안 주는 게 좋다. 하지만, 잔디밭에도 잔디 비료를 1년에 한두번은 뿌려줘야 한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물론, 잔디밭에 퇴비를 뿌려줘도 좋고 나무 주변을 둥그렇게 파고 거기에 퇴비를 뿌려도 좋다. 하지만, 그래도 비료가 좀 더 간편하다.

비료는 수백가지가 넘게 있으므로 무엇이 좋다. 이런 건 얘기하긴 어렵고 … 딱 2가지만 지키면 된다. 첫째, 시비량(뿌리는 양)은 설명서보다 많으면 안된다. 둘째, 대부분의 비료는 매우 독하므로 식물 이파리에 묻으면 안좋다.

라는 거다. 비료를 너무 많이 뿌리면 오히려 식물이 피해를 입는다. 그러니 설명서에 적혀 있는 것의 1/2 ~ 2/3 정도를 뿌려주고 자라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뿌리는 게 좋다. 이파리에 묻으면 이파리가 시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비오기 전에 뿌려서 비에 바로 녹아서 땅으로 스며들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그리고 하나 더 … 비료를 뿌릴 땐 반드시 장갑을 껴라.


농기구

삽, 곡괭이, 호미, 전지가위 정도만 있으면 된다. 10평방미터짜리 하면서 낫 같은 것은 필요없다. 어차피 한 3년 지나면 삽이 3자루쯤 될 거고, 호미도 3,4 종류로 늘어날 거다.


시간, 땀, 노력

준비가 됐으면 시간을 들여서 땀을 쏟는 노력을 할 때다. 뒷마당에서 거둔 상추에 삼겹살 싸먹고, 좀 전에 딴 애호박 잘라 넣고 찌개 끌여 먹고, 저녁에 입맛 없으면 토마토 한두개 따다 먹고 … 이러면서 사는 거지 뭐.


2016/07/04 akpil

운학동_생활_10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6/07/04 13:58 저자 akpil

Donate Powered by PHP Valid HTML5 Valid CSS Driven by Dok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