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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54편

퇴비/비료를 뿌리는 이유를 아주 간단하게 적으면,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을 공급하고 이를 식물이 흡수하고 이를 열매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축적하고, 이것을 사람이 먹기 위해서이다.

퇴비/비료를 토양에 많이 뿌리면 당연히 토양에는 유기물/무기물 성분이 많아지고,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이 흡수를 많이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퇴비/비료 성분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식물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흡수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성분 및 식물이 자라면서 배출하는 알칼로이드 등의 성분 등이 토양에 축적되므로 인해 발생하는 잔류 염류 등에 의해서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

전번에 퇴비/비료 얘기를 하면서 잔류 염류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는데, 이런 경우에 반년 또는 1년쯤 휴경을 하거나, 석회를 뿌려서 중화시키거나 … 한다고 했었다.

흔히 지력이 높다, 좋다, 비옥하다 .. 라는 것은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이 적절하고, 잔류 염류 역시 .많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반대로, 지력이 낮다,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라는 것은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이 부족하고, 잔류 염류 역시 많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이 지력을 급격히 소모시키는 작물은 무엇이 있을까 ?

일단, 인삼, 담배, 커피, 옥수수, 밀, 벼 … 등이 있다. 인삼은 토양에 있는 유기물/무기물을 싹 뽑아먹으므로, 3년 이상 인삼을 키운 밭은 10년쯤 휴경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고급품인 9년생 인삼을 키운 곳은 20년간 휴경하라는 권고가 있을 정도다. 담배는 원래 출신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담배 농사를 몇년 짓고 나면 그 밭은 인삼보다는 덜 하지만, 영양분 뽑아먹은 건 둘째 치더라도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년 이상을 휴경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는 자라면서 카페인을 배출하는데, 몇년 이상 커피를 키우면 스스로 죽을 정도로 많은 양을 배출하기 때문에 이 역시 … 유사하다. 옥수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력을 많이 소모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적인 연구이지만, 북한은 논 농사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옥수수를 산에 많이 심어놨었는데, 몇년 지난 후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석유 공급이 끊기고 비료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옥수수가 땅에서 양분을 다 빨아먹은 탓에 다른 것을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고난의 행군 시기가 더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밀 역시 옥수수와 비슷하다. 벼는 ? 어라 ? 얘가 왜 ??? 할텐데, 벼농사 역시 지력을 소모시키기로 유명하다. 벼농사 지으면서 뿌리는 퇴비/비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충 벼 생산량이 7,000kg/ha 정도다. ha 가 10,000평방미터 이므로 대략 0.7kg/평방미터 정도 되는 거다. 씨앗으로 0.7kg 면, 뿌리, 줄기, 잎 등 합치면 적어도 5배, 많으면 10배쯤 될 것이므로, 5배 곱하면 3.5kg/평방미터 정도 된다. 물론, 식물은 광합성을 하므로 저 정도를 모두 토양에서 빨아들인 유기물/무기물 성분으로 채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평방미터당 저 3.5kg 에 해당하는 퇴비/비료를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1,000 평방미터당 20Kg 짜리 퇴비 50포대 정도 뿌리는데, 1평방미터당 1kg 정도라는 얘기다. 그런데, 벼는 그것의 3.5배 이상을 소모하는 거다. 그러니 퇴비/비료를 얼마나 많이 투입해야 하는지 … .. 상상만해 보자.

그런데, 벼 농사를 휴경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중요한 식량자원이므로 특별히 관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논농사'이기 때문이다. 벼는 크게 밭벼와 논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논에서 벼를 키운다. 논은 물이 항상 차 있고, 순환된다. 즉, 잔류 염류가 물에 녹아서 빠져 나가고, 비가 오거나 다른 물을 공급하면 새로운 물이 들어오게 되므로, 잔류 염류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오히려 질소질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웃자라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더 큰 게 현실이다.

다시 밀 .. 얘기로 들어오면, 밀은 지력을 많이 소모시킨다고 했는데, 한때 '우리밀'이라는 것이 유행하다가 요 몇년 사이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시들해진 이유가, 가을에 수확 끝난 밭에 뿌리고, 다음해 수확하니까 2모작이 가능해서 수입이 증가되는 것은 좋은데 … 지력을 뽑아먹다시피하니까, 퇴비/비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고, 또 잔류 염류 때문에 석회 등도 많이 투입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집처럼 수확은 하지 않고 봄부터 멀칭 대용으로 쓰다가 수확할 때가 되면 예초기로 잘라버리고 .. 해서 다시 밭으로 돌려주고 .. 이런 경우라면 별로 문제될 건 없다.

남부지방에서는 벼와 이모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밀 수확이 끝난 후 논에 바로 물을 대서 써레질 하고 모내기를 해서 벼를 키우므로 잔류 염류 문제는 별로 없지만, 퇴비/비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은 고추, 토마토, 배추, 대파, 양파 … 이런 것들이다. 이것들은 잔류 염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퇴비/비료를 많이 필요로 한다. 아.. 고추는 잔류 염류가 많은 편에 속하고, 특히 청양고추 처럼 매운 것들은 토양에 매운 성분을 많이 남겨서 다음번에 심는 다른 작물이 제대로 못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초보자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지력을 그다지 많이 소모하지 않는 작물은, 상추, 고구마, 콩, 감자 등이 있다. 특히, 콩의 경우는 뿌리혹 박테리아를 통해서 지력을 증가시키므로, 옥수수나 밀 등과 함께 키우면 좋다.


2022.05.31 akpil

논현동_이야기_54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31 15:15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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