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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51편

귀농/귀촌 .. 이고 뭐고 간에 ..

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경험'이다.

모든 것을 다 겪어볼 수는 없지만, 많이 겪어 보아야 하며, 적어도 '아 이건 내가 모르는 거구나' 또는 '내가 하고 있는 이 방법은 잘못된 방법이고, 아직은 내가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다. 빨리 제대로 된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지식과 경험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농사에서 정답.. 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많다. 내가 '논현동이야기'라는 태그를 붙이고 쓴 글들을 전업으로 농사를 10년, 20년쯤 된 사람들이 보면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 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밭에서 삽질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구 저렇게 하면 무릎 나가는데 … ' 라고 할지도 모른다. - 밭에서 하는 삽질은 허리로 하는 게 아니라 무릎으로 하는 거다. 물론, 나무를 옮겨 심는 등 30~50cm 이상 땅을 파야 하는 경우는 허리도 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삽질은 20~30cm 정도이고, 이때는 허리는 버티기만 하는 거고 무릎 힘을 주로 쓰는 게 지치지 않고 오래 하는 방법이다.

보통 이런 건 일하다가 아파서 병원에 침 맞고 통증 치료 받으면서 경험이 쌓이면 스스로 배우게 된다.

산림조합이나 농협 .. 등등 .. 여기서 어떤 농기구나 농기계를 사면 분명히 옥션이나 지마켓 등 오픈마켓 등 인터넷으로 사는 것 보다 비싸다. 하지만, 그 차이가 가격의 몇천원이나 몇만원 수준이면 농협 등에서 사는 게 나중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리할 일이 있을 때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하다못해 삽을 사서 일주일만에 부러졌다.. 고 할 때 네이버 쇼핑으로 최저가로 5,000원에 산 경우는 판매자에게 너한테 삽을 샀더니 일주일도 못 가더라 .. 하면 니가 무리하게 작업해서 그렇네 어쩌네 하지만, 농협에서 8,000원에 산 삽이라면 농협 경제매장에 전화해서 야 이거 뭐냐 .. 하면 다음날이면 삽 두자루 들고 집까지 찾아온다. (물론 조합원이 샀을 경우에 그렇다… 비 조합원은 매장까지 찾아가야지…) 이런 경험이 없다면 여전히 인터넷 최저가 쇼핑이 좋다고 생각할 거다.

다만, 경험을 위해서 모든 것을 겪어볼 필요까지는 없고 적어도 이렇게 하면 틀린 건 아니다, 잘못된 건 아니다.. 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좋다…

언제 퇴비/비료를 뿌리고, 언제 밭을 갈고, 밭을 갈 때 이랑과 고랑의 간격과 높이는 어떻게 할 것이고, 씨앗은 어느 간격과 깊이로 몇알씩 심을 건지 등등 … 이 모든 건 지식과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면서 스스로 몸에 배이는 경험의 영역이다.

내가 전번에 언제 씨앗 뿌릴지 모르면 옆집 할머니를 따라하라고 했는데, 옆집 할머니는 수십년간 이 일을 해오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그분들이 하는 건 최적화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웬만해서는 틀리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 짧게는 몇년, 길게는 평생을 거주하면서 그 지역의 날씨, 풍토, 토양 상태 등을 몸으로 겪으시면서 일해오신 분들이다. 위에서 얘기한 거… 언제 퇴비/비료 뿌리고, 밭을 갈 때 이랑 고랑 어떻게 만들고 씨앗 어떻게 뿌리고 .. 이것 모두 일단 그분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보고 조금씩 바꿔 보면서 '늙은 호박 간격은 저 할머니는 1미터 간격으로 심으시는데, 1.5미터 간격으로 심으니까 더 넓게 퍼지고 좋네.' 라거나 '옥수수 심을 때 이랑은 20cm 정도가 적당하네.' 라는 경험에 기반한 지식이 생기게 된다.

이 경험이 어느 정도 믿을만한 게 되려면 3번은 반복되어야 한다. 그래서 3~5년 정도를 준비기간으로 잡으라고 얘기했던 거다. 그 기간 정도는 농사 지어서 들어오는 수입이 없더라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을 준비하라고도 했었다.

보통 농사를 이것저것 하다가 안되면 “에이 고향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 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 그렇게 해서 제대로 농사 짓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했었다면 경험이 어느 정도 쌓여 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질 뿐이다. 엄연히 농사일도 하나의 사업이고 몇번 얘기했듯이 벤처 기업, 스타트업 기업 하나 차린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다. 회사 차릴 때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년간은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을 거라고 가정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농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뭔지 나는 궁금할 때가 있다.

“에이 고향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 … 가 통하는 경우는

1. 고향 (또는 근처)에 농사 지을 땅이 있다. 2. (농사) 경험이 5년치 이상은 축적되어 있어서 적어도 망치지는 않는다. 3. 그래도 한 1,2 년 정도는 수입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은 융통할 수 있다.

일 때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농지를 임대해서든 불법이지만 소작을 해서라도 농사를 지을 토지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것이고, 경험이 있어서 한 여름에 서리가 내리거나 장마철에 … 또는 10월에 강한 태풍이 와서 모두 쓸어갈 정도의 극한 환경이 아니라면 내 잘못으로 인해서 농작물이 죽거나 수확량이 적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1년은 버텨야, 흉년 들면 2년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빌려서든 … 땅속에 숨겨둔 고조할아버지의 금송아지를 캐내서든, 마누라 몰래 짱박아둔 비트코인을 팔아서든 ..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는 이 3가지 모두를 총족 시킬 수 있기에 앞으로 몇년 뒤에는 거의 전업으로 하려고 올해로 3년째 준비중이다.

귀농/귀촌은 현실이다. 꿈과 이상, 낭만이 아니다. 가끔 농사짓는 것을 낭만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 뭐 한 10평짜리 텃밭 하나 하는 거라면 낭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 글쎄다 ?


2022.05.04 akpil

논현동_이야기_51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2:04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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