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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49편

오늘치 할 일을 다 했기에 …

오늘은 아래에 쓴 귀농/귀촌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실제로 농사에 써먹을 수 있는 것 2가지만 얘기해보자.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심어야겠지 ? 심는 방법은 크게 여러가지 있다. 하나는 종자/모종을 심는 것, 또 하나는 어느 정도 자란 식물에 접붙이는 것 … 그 외에도 꺽꽂이, 휘묻이 등도 있다.

여기서는 앞에 2가지를 먼저 알아보자.

종자를 심는 건 말 그대로 씨앗을 땅에 뿌리든지, 땅을 파고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는 거고 … 모종은 종자를 모판이나 상토 등에 심어서 싹을 틔운 후 어느 정도 자라게 하고 옮겨심기 (정식 또는 아주심기) 하는 거다.

그리고 접붙이는 것은 뿌리 부분과 가지 부분을 따로 키워서 합치는 방법이다.

먼저 종자/모종 심는 것부터…. 하자.

종자를 직접 땅 파고 심고 흙을 덮는 것과, 모판이나 상토에 뿌려서 싹을 틔워서 옮겨심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씨앗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거의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종자를 직접 땅에 뿌리는 것을 직파라고 한다. 아마 국사시간에 배웠을텐데 … 고려 후기에 이앙법이라는 것이 개발되었고, 조선 초/중기에 전국적으로 행해졌다는 내용인데 .. 반대로 말하면 그 전까지는 직접 논에 볍씨를 뿌려서 심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직파법이 다시 널리 퍼지고 있다.

직파법은 조금 일찍 뿌려놔도 상관없다. 적당히 비가 오고 씨앗이 물을 흡수하면 발아해서 자라기 시작한다. 이앙법이나 모종은 인위적으로 씨앗을 물에 불려서(?) 싹을 틔운 후, 그 상태로 논이나 밭으로 옮겨심어서 자라게 하는 거다.

직파법은 아주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원래 심는 날짜보다 일이주일 일찍 땅을 파고 뿌려놨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봄에 아직 날씨가 따뜻해지지 않았는데, 땅 파고 심어놨다고 해서 씨앗이 얼어죽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이앙법이나 모종은, 논이나 밭으로 옮겨 심은 뒤에 갑자기 추워지면 냉해를 입게 된다. 씩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차이점은 '물'이다.

직파법으로 뿌려놓은 것은 씨앗이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여서 발아를 하게 되므로 가물면 그대로 있다가 비가 오면 그때서야 수분을 흡수하면서 자라게 된다. 모종은 이미 싹이 난 상태이므로, 건조하거나 비가 안 오면 생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직파법이 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장단점이 거꾸로 되는 지점도 있다.

직파법으로 씨앗을 땅에 심어두면 언제 싹이 틀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기보다는 사람이 제어하기 어렵다. 또한, 그 밭에서 뿌려둔 씨앗들이 일정한 시기에 한꺼번에 발아하여 싹이 튼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밭의 이쪽에서는 4월 초순이 발아하기 시작해서 싹이 나오는데, 저쪽에서는 이주일쯤 지나서 발아하기 시작하면 관리하기도 애매하다. 또, 씨앗을 심어놨다고 해도 싹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 종묘상에서 종자를 사서 뒤에 쓰여 있는 설명을 읽어 보면 발아율 .. 이라는 게 있는데, 보통 70~80% 정도다. 다른 말로 하면 20~30%는 싹이 안나온다는 거다. 그만큼 추가로 더 뿌린 후에 싹이 안난 곳에는 옮겨 심는 방법을 써야 한다.

모종은 싹이 난 상태에서 비슷하게 자란 것들을 옮겨 심는 것이므로 자라는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관리하기가 쉽다.

물론, 요새는 관정을 파서 물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뭄때문에 이앙법이나 모종을 심었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밭이 산에 있거나, 관정에서 멀 경우에는 물을 공급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가뭄이 심해질 경우에는 관정도 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대부분 모종으로 키워서 옮겨심고, 아예 모종을 사서 어느 정도 키운 후 옮겨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서 키운 작물의 씨앗을 받아 뒀다가 내년에 심으면 기대했던 것과 매우 다른 것을 경험하게 될 거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유전자 변이가 어쩌니, GMO 가 해롭네 어쩌네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건 동물로 따지면 근친교배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종자를 받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종류가 필요한 식물들이 많다. 예를 들어 몇년전에 인기 있었던 블루베리 같은 경우에 같은 종묘상에서 구입한 블루베리 50그루를 쭉 심어두고 3,4년쯤 지나서 꽃이 피어도 맺는 열매는 영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 종묘상에서 취급하는 블루베리는 모두 같은 나무에서 나온 열매에서 또는 가지에서 접붙이기로 키운 것이므로 유전적으로는 형제자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땐 다른 품종의 블루베리를 몇그루 사서 중간 중간에 심어두면 그 다음해부터는 좋은 열매가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몇그루 사는 블루베리 모두 다른 품종이면 더 좋다.

옥수수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조금 있으면 초당옥수수나 대학찰옥수수 .. 이런 게 나올텐데, 그거 사서 쪄먹는 게 아니라 씨앗 받아서 심는다고 해도 사먹는 그 옥수수 안 나온다.

고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묘상에서 고추 모종 사서 심고 .. 늦여름과 가을에 고추 수확해서 그 씨앗을 받아서 다음해에 심어봐야 .. 영 비리비리한 고추 모종만 나온다. 왜 ? 근친교배니까 … 그런데, 우리집은 홍고추를 심고, 옆집은 청양 고추를 심어서 그 사이쯤에 있는 고추들은 홍고추인데, 청양 고추처럼 맵네 ? .. 이거 씨앗 받아서 내년에 키우면 맛은 어떨지 몰라도 모종은 제대로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어느 품종과 어느 품종을 어느 정도로 섞어서 심어서 씨앗을 받아서 … 이건 종묘회사/종묘상의 노하우고 기술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그냥 모종 사서 심어라 .. 그게 속 편하다.

자 여기까지는 종자/씨앗/모종 얘기였고 …

접붙이기… 를 간단하게 얘기하자.

식물을 구분하는 방법에는 외떡잎식물과 쌍떡잎식물이 있는데, 쌍떡잎식물은 대부분 접붙이기가 가능하다. 외떡잎식물은 일부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이는, 접붙이기라는 것이 관다발형성층이 만나서 손상이 회복되면서 세포 융합이 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건데, 외떡잎식물은 관다발형성층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쌍떡잎식물은 대부분 접붙이기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유전적으로 차이가 매우 크면 … 안된다. 예를 들어서 겉씨 식물인 소나무와 속씨 식물인 사과나무는 거의 안된다. 겉씨 식물은 겉씨 식물끼리, 속씨 식물은 속씨 식물끼리 .. 잘 된다.

접붙이기의 원리는 일단 상처가 난 식물 조직끼리 붙여놓고 그 상처가 회복되면서 서로 다시 붙는 것인데, 물과 영양분이 다닐 수 있는 물관부와 체관부의 경계부분이 맞닿아 뿌리에서 뽑아올린 물과 양분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되면 죽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된다. 이 통로가 많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접붙이기 할 때 경사지가 자르거나 V 자로 파주고 꽂아두고 잘 붙을 수 있도록 꽉 싸매준다. 요새는 잘 붙도록 하는 호르몬제 등도 나와 있으니 사용하면 성공확률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접붙이기는 보통 뿌리 부분(대목 이라고 한다.) 과 줄기/가지 부분 (접목 이라고 한다.) 으로 나뉘고 이름이 접붙이기 또는 접목이어서 나무만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먹는 상당수의 식물은 접붙이기를 통해서 길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게 수박일 거다. 수박은 대목은 주로 호박종류이고, 접목은 수박이다. 호박씨를 쭉 모판에 뿌려서 호박 싹이 나오게 하여 모종을 만들고, 수박씨도 모판에 뿌려서 모종을 만든 다음 어느 정도 자라면 호박 뿌리 부분만 남기고 흙 위로 올라온 몇 cm 위의 줄기를 다 잘라낸다. 그리고 그 위에 수박 모종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 하나씩 잘라서 접붙이는 방식으로 수박 접붙이기는 이루어진다.

보통 대목 부분은 야생에 가까운 종을 선택한다. 그래야 가뭄에도 강하고 병추해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접붙이기의 극단적인 예는 시러큐스 대학교 샘 반 야켄 교수가 아몬드, 체리, 살구, 복숭아 등 .. 40 종을 접붙이기에 성공한 경우가 있다. https://www.samvanaken.com/tree-of-40-fruit-1 에서 볼 수 있다.

전번에 반쯤 농담삼아서 내가 접붙이기 해본 나무가 3,000 그루쯤 된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집 포도밭에 있는 나무의 상당수는 내가 접붙이기 한 거니까 … 대충 맞을 거다. 물론, 처음에 했을 때에는 위에서 얘기한 .. 물관부/체관부를 제대로 못 붙여서 성공확률은 50% 도 안됐었지만, 지금은 95%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접붙이기에 실패하고 말라죽은 포도나무 가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내 왼손 약지 .. 도 전정가위로 잘라먹을 뻔 했었다… 여러번 … - 왜 왼손 약지냐인지는 전정 가위로 나무 가지 잘라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대충 자세를 취해보자. 오른손에 가위를 들고, 왼손으로 볼펜을 한 자루 잡고, 볼펜 중간쯤을 45도 비스듬하게 자르는 자세인데, 이렇게 하루 종일 가지치기를 자르다보면 왼손으로 잡고 있는 가지에서 3cm 쯤 아래쪽에 삐죽하게 나와 있는 약지가 전정가위 날이 끼는 경우쯤은 흔하게 겪을 수 있다. 이래서 반드시 작업할 땐 장갑을 끼어야 한다는 거다… )

접붙이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날카로운 전정가위, 커터칼이 필요하다. 날카롭게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자른 면이 거칠거나 곱지 못하면 성공확률은 확 낮아진다. 그리고 눈으로 대충 보고 아 여기랑 요기 붙이면 되겠구나 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 경험이라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니라 10~20 번쯤 시도해 보면 대충 감이 온다. 아 .. 이 정도 가지면 여기를 어떻게 자르면 되겠구나… 그런 거 말이다.

요새는 그냥 날카로운 드릴로 대목에 구멍 파고 접목 여러개 꽂아넣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날카롭게 날이 잘 서 있는 전정가위로 45도 각도로 잘라준 후 커터칼로 가장자리 부분을 살짝 다듬어 주고, 대목과 접목을 잘 붙인 후 비닐로 한바퀴 둘러주고 그 밖을 고무줄로 꽉 조여주면 된다. 여름철 기준, 한달쯤 지나서 고무줄을 풀었을 때 잘 붙어 있으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닐과 고무줄을 제거하지는 말자. 아직 100% 붙은 건 아니어서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가거나 벌레 들어가면 실패하게 된다. 실패한 것은 일주일쯤 자나서 접목이 시들거나 가지가 쉽게 부러지므로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다.

보통 장마철 지나면 고무줄 풀고 비닐 제거한다. 장마철에 비바람 견뎌냈으면 잘 살 거다.

꺽꽂이와 휘묻이는 … 언제 생각나면 하자 …


2022.04.28 akpil

논현동_이야기_49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2:02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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