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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47편

오늘은 용어 설명을 몇가지 하자…

이랑, 고랑, 두둑, 북, 두렁, 둔덕, 거웃 …

어디선가 들어본 건데 .. 헷갈린다. 지역마다 조금씩 명칭이 다르기도 하다.

이랑은 넓은 뜻에서의 이랑과 좁은 뜻에서의 이랑이 있다.

먼저 좁은 뜻에서의 이랑은 두둑, 북과 같은 뜻이다.

두둑, 북은 .. 밭에서 높은 부분이다. 보통 여기에 작물을 심는다. 비가 와도 물이 고랑으로 빠져서 뿌리가 썩지 않도록 한다. 두둑을 만든다, 북주기, 북(을) 준다. 라는 표현을 한다. 북은 두둑에 비해서 조금 더 좁은 뜻인데, 두둑에 작물를 심고 다른 곳보다 조금 더 흙을 많이 쌓고 다져주는데, 그걸 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감자나 고구마, 양파, 무, 당근 등의 경우에 땅속에서 자라면서 점차 커지다가 어느 순간 땅 밖으로 노출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생장이 멈추거나 자라는 속도가 늦춰지거나, 감자의 경우는 햇빛을 받아서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북주기를 한다. - 고구마 같은 경우는 햇빛을 받아도 자라는 데에는 지장없기는 하다..

고랑은 밭에서 낮은 부분이다. 여기로 물이 빠지고, 바람이 통해서 작물이 자라난다.

넓은 뜻에서의 이랑은 두둑/북과 고랑을 한 세트로 묶어서 두둑 한줄, 고랑 한줄 .. 을 얘기하기도 한다.

두렁, 둔덕은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 부분으로 다른 농지와 구분하기 위해서 이랑이나 두둑에 비해서 조금 더 넓고 높게 다져둔 곳을 얘기한다. 보통 밭이나 논에서 다닐 때 여기로 다닌다. 보통은 여기에 농작물을 심지 않지만, 여기에도 콩이나 옥수수 따위를 심기도 한다.

거웃은 이랑(또는 두둑)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쪽만 고랑을 팠을 때 .. 그 흙이 쌓인 것을 얘기한다. 보통 쟁기로 쭉 밀면서 가면 어느 한쪽으로 흙이 쌓이게 마련인데 (쟁기에 따라서는 양쪽으로 쌓이는 것도 있음.) 그렇게 흙이 두둑이나 이랑이 되는 중간 과정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

경운기나 관리기에 쟁기를 연결하고 쭉 밀면서 가면 어느 한쪽으로 흙이 모이는 것을 거웃이라고 하고, 거웃 양쪽으로 흙이 모이면 그게 두둑, 이랑이다. 그리고 쟁기가 파고 지나가면서 파인 곳이 고랑이 된다. 두둑과 고랑을 합쳐서 이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두둑 만을 이랑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북은 두둑에서 작물이 잘 자라라고 조금 더 높인 곳을 뜻한다. 그리고 다른 농지와의 경계가 되는 부분은 두렁, 둔덕이라고 한다…

정도가 된다.

그러면 이걸 왜 만들까 ?

작물이 자란다는 관점에서 보면 필요 없다. 없어도 문제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작물에 따라서는 뿌리가 썩거나, 제대로 못 자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서 고추 같은 경우는 두둑을 적어도 20~30cm 정도는 높게 해줘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주로 사람은 작물이 심어져 있는 이랑이나 두둑 위로 다니지 않고 두둑 사이인 고랑으로 다니게 된다. 계속 그 길로 다니기 때문에 잡초도 잘 안 생기고 땅도 어느 정도 다져져서 비가 오더라도 질퍽거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고랑이 폭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한다. 적어도 사람이 지나다니는데 불편하지 않게, 보통은 외발수레나 양발수레가 지나다니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폭으로 만든다. 그래야 수확한 것을 옮길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구니에 담아서 밭두렁까지 옮겨와야 한다. 수확할 때 뿐만이 아니라, 작물 파종하기 전에 퇴비나 비료 뿌리러 다니기에도 좋다.

보통, 이랑과 고랑은 남북방향으로 만든다. 이건 지역과 지형에 따라서 바람이 주로 부는 바람길을 보고 결정할 때가 많다. 고랑으로 바람이 잘 통해야 하기 때문에 바람이 주로 부는 방향, 북서-남동 방향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경사가 어느 정도 되는 경우에 무조건 바람 방향으로 만들 경우에는 비가 올 때 고랑을 타고 흙이 다 쓸려 내려가게 배치될 수도 있다. 이걸 방지하려고 빗물에 흙이 쓸려나갈 정도의 경사도인 경우에는 등고선을 따라서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비가 와도 쓸려내려가지 않는다.

그런데 … 이랑과 고랑 … 이게 반드시 필요한가 ? 라는 점은 여전히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서 물 빠짐이 좋은 흙이라면 굳이 안 만들어도 되기 때문이다. 물 빠짐이 좋은 흙이라는 것은 전번에도 얘기했듯이 입자의 크기가 다른 다양한 종류의 흙이 섞여 있고, 적정한 유기물질이 혼합되어 있고, 경반화되지 않은 땅을 뜻한다. - 굳이 안 만들더라도 농사를 짓다보면 아무래도 작물이 심어져 있는 곳 사이로 사람이 다니기 때문에 적게는 몇 cm, 많게는 10cm 정도의 이랑과 고랑이 자연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특히 과수원과 같이 다년생 나무를 심은 경우라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제한되어 있고 그곳으로만 다니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만들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형성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는 정도의 경사도가 있어서 빗물이 자연스럽게 배출되고, 물빠짐이 좋은 흙이고, 돌도 별로 없고 … 그런 땅을 보통 '옥토' .. 라고 한다. 매우 드문 경우다. 귀농/귀촌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어쩌다가 얻어 걸린 그런 곳에서 농사지으면서 이랑 고랑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본다. 일단, 저런 지형 자체가 적은데다가 물빠짐이 좋고 경반화되지 않은 땅을 만드는 것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린다. 그 기간동안 수입은 기존에 비해서 매우 적어지고, 설사 그런 땅을 만든다고 해도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서 농작물을 심어서 나오는 소출에 비해서 많아야 2/3 정도고, 보통 1/2 정도다.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정하는 거다.


2022.04.27 akpil

논현동_이야기_47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59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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