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도구

사이트 도구


논현동_이야기_45편

몇 편에 걸쳐서 퇴비/비료/농약 등에 대해서 얘기했다.

오늘은 … 실제로 농사 짓는 것에 대한 얘기다.

시청이나 구청에서 제공해주는 주말 농장이나 집에서 작게 하는 텃밭, 또는 개인에게 빌려서 하는 주말 농장 … 그리고 실제 농사 …

차이점은 매우 많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멀칭 (mulching)' 이라고 볼 수 있다. 멀칭은 피복, 껍데기를 씌운다.. 라는 뜻이다.

멀칭은 본래 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 위에 덮여 있는 모든 것을 총칭하는 말이다. 산에 가서 보면 흙 위에 낙엽 등이 켜켜히 쌓여서 아래쪽은 분해되고 있고, 위쪽은 작년 가을에 떨어진 낙엽이 거의 그대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게 가장 자연적인 멀칭이다.

멀칭은 크게 저런 자연적인 멀칭과 비닐 등을 이용하는 인공적인 멀칭으로 나눌 수 있다. 다른 구분으로는 유기물 멀칭과 비유기물 멀칭으로 나누기도 한다.

집에서 작게 텃밭, 주말 농장 .. 이런 곳에서 멀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실제 농사에서는 그와 반대로 멀칭을 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멀칭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잡초 방지다. 비닐로 씌우든, 낙엽을 쌓아놓든 … 잡초 씨앗이 날아와서 발아하는 것을 막는다. 일단 씨앗이 흙에 닿아야 싹이 틀 수 있는데, 날아온 씨앗이 멀칭 위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운 좋게 비가 내려서 싹이 나더라도 흙으로 파고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목적은 토양이 침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여름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많이 쓸려 나가는데,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와는 반대로 비가 적게 올 때 흙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 외에도 흙 속에 각종 미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땅의 온도를 높여서 냉해를 방지하고, 조금이라도 농사 일정을 앞당기거나 추워져도 하기 위해서 등등 여러가지 목적이 있다.

이런 멀칭은 흔히 보게 되는 검은색 비닐로 덮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는 땅이 제대로 숨을 쉬기 어렵고, 비가 오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멀칭 비닐 위로 흘러가 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요새는 단순한 비닐이 아닌 투수성 비닐을 덮기도 하고, 직조 형태로 되어 있어서 그물 비슷한 구조여서 햇빛은 차단하면서 물은 투과시키는 특성이 있는 것을 쓰기도 하며, 아예 부직포를 덮기도 한다.

내 경우는 경사도가 심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하면 멀칭 비닐은 안 쓰는 편이다. 부직포는 포도밭에서 일부 쓰고 있다. 이는 고랑에 깔아서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토요일에 호밀 씨앗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멀칭 용도다. 늦가을 ~ 초겨울 사이인 10월 중순쯤에 뿌려두면 싹이 나고, 겨우내 잘 유지하다가 2,3 월쯤부터 자라기 시작해서 지금쯤이면 대략 50 ~ 100cm 쯤 자라게 된다. 이 정도쯤 자라면 다른 풀들은 거의 못 자란다. 하지만, 이삭이 패이게 되면 그때부터는 호밀이 토양에서 양분을 빨아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늦어도 5월 중순에는 다 베어야 한다. 그리고 치우는 게 아니라 예초기 등으로 베어서 그대로 땅에 두면 그 자체로 땅 위를 덮고 있어서 여전히 멀칭 효과를 낸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대략 장마철까지 버텨주다가 장마 끝나면 분해되고 바스러져서 땅에 스며들고 일부는 바람에 날아간다.

호밀의 또다른 특징은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내린다는 점이다. 알려져 있기로는 최대 3미터 정도, 보통 2~2.5미터 까지 깊게 뿌리를 내린다. 퇴비/비료 … 설명하면서 퇴비/비료 를 주고, 작물을 오래 기르면 땅이 굳어지는 경반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깊게 뿌리를 내려서 경반층을 파쇄하는 효과가 있다.

호밀을 수확하는 목적보다는 호밀을 이용해서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깊은 곳까지 땅에 숨구멍을 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심는다. 호밀은 꽤 키가 크기 떄문에, 나무가 주된 작물인 경우에는 적용가능하지만, 상추, 고추, 배추 같은 작물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럴 때 쓰는 건 흔히 얘기하는 '잡초'를 멀칭용도로 쓴다. 실제로도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경반층을 해소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또 다른 멀칭재료는 볏짚이다. 근처에 논농사를 짓는 곳이 있다면 볏짚을 가져다가 쓸 수도 있다. 볏짚 역시 위에서 얘기한 호밀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늦가을에 수확을 끝낸 논에서 빗짚을 가져다가 밭을 한두겹 덮을 만큼 뿌려두는 거다. 그러면 봄까지는 그 위에서 멀칭역할을 해준다. 그 위에 퇴비/비료 뿌린 후에 봄에 경운기 같은 것으로 갈아버리면 땅에 유기물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쌀겨, 나무 칩, 톱밥 같은 것을 쓰기도 한다.

이런 멀칭은 텃밭이나 주말 농장 등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게 실제 농사와 체험형 농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 다음번은 역시 퇴비/비료 얘기할 때 적었던 돌려짓기에 대한 것과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의 스케줄을 적어볼까 한다.


2022.04.25 akpil

논현동_이야기_45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58 저자 akpil

Donate Powered by PHP Valid HTML5 Valid CSS Driven by Dok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