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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44편

오늘은 병충해와 농약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다양한 원인이 있듯이, 식물도 병에 들고, 그 병의 원인 역시 다양하게 있다.

병충해라는 건 쉽게 말하면 식물이 건강하지 못하고 병에 드는 거고, 병원균에 의한 것을 병해라고 하고 벌레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을 충해 … 라고 한다. 이걸 묶어서 병충해라고 부른다.

식물이 병에 드는 이유는 크게 1. 병원균, 2. 해충, 3. 식물이 약해서 … 이다.

먼저, 병원균에 의한 병해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또는 이끼) 로 그 원인을 분류하고 있고, 충해는 말 그대로 벌레가 식물을 파먹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 역시 그 다양하다.

벼농사를 예로 들면, 모내기 하기 전에 볍씨 단계에서부터 예방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벼농사는 대충 … 밭에 비료 뿌리고 이런 건 건너띄고, 소금물 (멥쌀은 비중 1.13, 물 20 리터 + 소금 4.24kg, 찹쌀은 비중 1.04, 물 20리터 + 소금 1.36kg) 에 볍씨를 넣고 휘젓고 잠시 둬서 물 위로 뜨는 것을 걸러내고, 이를 다시 물로 서너번 이상 잘 씻어서 소금기를 제거한 후, 볍씨소독용 농약을 적정한 농도로 물에 타고, 거기에 약 48시간 정도 푹 담궈두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소독이 된 종자를 잘 펴서 싹틔우기 → 파종 → 싹 키우기 → 모내기 … 순서로 진행된다.

이거 안하면 ? 그해 농사 망친다.

다른 씨앗들도 마찬가지다. 종묘상에서 종자를 사서 봉투를 열어보면 색깔이 우리가 알고 있는 씨앗 색깔이 아닌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가 바로 농약으로 코팅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 이걸 그대로 먹는 게 아닌 이상 크게 유해하다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텃밭에 심으려고 봉투 한두개 정도는 그냥 손으로 만져도 되지만, 만진 후에는 손을 비누로 벅벅 닦아야 한다. 코로나19 로 30초 이상 비누로 손 닦는 건 익숙해졌잖아 ? 웬만하면 장갑 껴라…

농사의 가장 큰 문제는 … 대부분 한 종류의 품종만을 심는다는 거고,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어떤 병에는 매우 치명적으로 약하다는 게 된다. 예를 들어서 10,000 평방미터짜리 포도밭에 한 품종의 포도만 있다면 그 품종에 특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 등에 의한 병해가 발생하면 … 그해 농사를 망치는 수준이 아니라 포도 전부 뽑아 버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집 포도밭은 포도 품종이 22가지였다.. 이게 의도했던 건 아니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어떤 게 잘 되는지 몇 그루씩 심었던 건데 .. 그렇게 됐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테스트 베드가 되기도 했었고 .. 그래서 나름대로 포도바닥에서는 유명하기도 했었다… 다양한 품종을 키우다보니 다른 집은 그해 농사 망쳤을 때도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었다. 단점은 … 꽤나 귀찮았다는 거지 … 품종마다 키우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고, 수확시기도 다르고 … ..

바이러스/박테리아/곰팡이 .. 이런 것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결국 주기적으로 병원균을 죽일 수 있는 약제를 뿌려서 발생 초기부터 아예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해충은 … 종류가 다양하고 그 생태 역시 다양하다보니 case by case 다 .. 어떤 벌레들은 식물의 겉을 파먹는 게 아니라 속에서부터 갈아먹고 다니는 것도 있는데, 이게 발생하면 나무마다 뿌리부분에 주사기로 살충제를 투입해서 뿌리가 물을 빨아들여서 위로 보낼 때 그 물과 섞여서 나무 전체에 약제가 퍼지고, 그 벌레가 나무를 파먹다가 약도 함께 먹고 죽기를 바라는 수 밖엔 없는 게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여진 게 소나무재선충이다. 이건 벌레 자체가 아주 독한 놈이라서 약제로도 거의 안 죽어서 발생하면 해당 구역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이동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부수고 소각해 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일 정도다.

풍뎅이류의 벌레들은 많은 경우 식물 속에서 유충시절에 식물을 갉아먹으며 자라고, 번데기 단계를 거치면 식물 밖으로 나오는데, 식물 속에서 계속 있으면서 갉아 먹는 놈들이 있다. 가끔 가로수에 링거 꽂아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건 영양제를 투입하는 목적도 있지만, 저런 벌레를 잡으려고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링거 꽂아둔 것의 겉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속에서부터 파먹는 벌레들은 흔히 생각하는 농약 뿌리는 것으로는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이거 한번 돌기 시작하면 .. 그냥 그 지역 일정 범위는 다 뽑아내고 태워버리거나, 일일히 나무 뿌리마다 링거나 주사기로 약 주입해서 벌레가 죽기를 바라는 수 밖엔 없다.

아마도 대표적인 해충 .. 으로 진딧물을 떠올리고, 진딧물의 천적은 무당벌레니까 무당벌레 있으면 된다. 라고 생각할 거다. 맞다. 실제로 비닐하우스 같이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진딧물 발생하면 무당벌레를 잡아와서 (라기 보다는 대부분은 업자한테 사온다.) 풀어놓는다. 그런데, 노지에서 재배할 땐 답이 없지 .. 게다가 .. 무당벌레라고 해서 모두 '익충'은 아니다. 흔히 칠성무당벌레라고 부르는 점 일곱개 박힌 놈은 익충이 맞다. 그런데, 점이 많이 박힌 놈들 있다. 점 13개 박혀 있는 열석점무당벌레, 22개인 이십이점 무당벌레… 28개 박혀 있는 이십팔점박이 무당벌레 .. 이런 놈들은 진딧물보다는 식물의 잎이나 줄기를 갉아먹는 걸 더 좋아한다. (물론 진딧물도 잡아먹기는 한다.) 문제는 칠성이아랑 13, 22, 28.. 얘네들이 함께 다닌다는 점이다. 지네들끼리는 다 무당벌레거든 …

이렇게 병해, 충해가 있고 … 나머지 하나는 식물이 약해서… 인 경우다.

사람도 특별한 이유 없이 자주 아프고 골골 거리는 사람이 있듯이, 어떤 병원균에 감염된 것도 아니고, 벌레가 파먹고 있는 것도 아닌데, 약해서 이파리가 자꾸 마르고 ..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럴 때 보통은 사람에게 적용하듯이 영양제나 보약을 준다. 물론, 비료로 주기도 한다. 어쨌든 흡수만 되면 되니까… 하지만, 비료로 땅에 주면 이게 작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주로 이파리나 줄기에 뿌려준다. 어제 얘기한 “엽면시비” 또는 “엽면살포” 가 이 경우다. 집에서 화분 키우는 사람은 화원이나 마트, 다이소 같은데서 한병에 몇백원에서 천원쯤 하는 녹색 이나 파란색 병에 들어 있는 그거 생각날텐데 그거 맞다. 다만, 그건 화분이니까 화분에 꽂아주는 거고 … 이 경우는 직접 이파리나 줄기에 뿌리거나, 주사기로 링거 맞듯이 뿌리나 줄기에 꽂아서 직접 주입하기도 한다.

이런 농약도 종류가 꽤나 다양하다. 살균제, 살충제, 살균살충제, 제초제, 생장조정제, 보조제 .. 등등 …

살균제는 위에서 얘기한 병원균에 의한 병해를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한 농약이다. 살충제는 벌레를 죽이기 위한 거다.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살충제로는 에프킬라가 있다.. 실제로 성분도 비슷하다. 살균살충제는 살균제 + 살충제 라고 보면 된다. 제초제는 몇번 얘기했듯이 잡초를 죽이는 약인데, 선택성 제초제와 비선택성 제초제가 있다. 선택성 제초제는 작물은 안 죽이고 잡초만 죽이는 거고, 비선택성 제초제는 그냥 식물은 다 죽이는 거다. 생장조정제는 일종의 성장 호르몬 또는 그 반대 역할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먹는 대표적인 과일인 사과와 배는 생장조정제 없으면 지금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크기의 절반 정도 크기다. 단순히 열매의 크기만 크게 하는 게 아니라 .. 식물이 자라는 속도도 제어 가능하다.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을 억제해야 할 경우도 있고, 반대로 너무 안 자라서 빨리 자라게 할 때 쓰는 것도 있다. 그리고 보조제 .. 이런 건 위에서 얘기한 영양제 같은 것들이고.. 여기에 안 들어 있는 것들은 기피제, 유인제 같은 것들이 있다. 기피제는 말 그대로 이걸 뿌리면 특히 해충이 기피제가 뿌려진 곳을 피해 다니게 된다. 벌레를 죽이는 용도가 아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만 하는 경우다. 반대로 유인제는 벌레를 모이게 하는 용도다.. 이걸 언제 쓰느냐 .. 하면 예를 들어서 어차피 벌레들이 꼬일 거라면, 밭의 1/10 정도를 반쯤 포기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는 유인제를, 다른 곳에는 기피제를 뿌려두는 거다. 그렇게 하면 유인제를 뿌린 곳에만 벌레들이 꼬이게 되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거기에만 살충제를 뿌린다든가 … 아니면 다 뽑아서 태워버린다든가 .. 하는 방법을 쓰는 거다.

이렇게 다양한 농약이 있고, 살균제/살충제/제초제 .. 이런 건 생물에게 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약은 뿌린 후 일정기간 (보통 2주일) 정도 지나면 99.9% 이상 햇빛에 의해 화학반응을 거쳐서 광분해되거나 물에 가수분해되어 무해하게 바뀐다.

보통 농약을 뿌릴 때 한번에 한 종류만 뿌리지만, 섞어서 뿌려야 할 때도 있다. 에를 들어서 바이러스에 병이 들었는데, 진딧물까지 극성이라면 바이러스에 드는 살균제와 진딧물에 통하는 살충제를 섞어서 뿌린다. 하지만,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게 둘을 섞어도 되는지를 테스트 해보아야 한다는 거다. 일단, 농약병 뒤에 보면 어떤 성분 또는 어떤 제품과 혼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양쪽 성분을 모두 체크해 본다. 하지만 .. 이거 언제 하고 있겠나 … 그냥 둘을 조금씩 섞어 보면 된다. 둘을 섞어서 뭔가 반응이 발생하거나 침전물이 생기면 함께 써서는 안되는 거다.

그리고 농약은 보관할 때 반드시 농약병에.. 그리고 농약을 뿌리고 났으면 반드시 입고 있던 모든 옷은 다른 옷과 따로 세탁하고 온몸을 비누로 한참 닦아내야 한다. 농약 뿌릴 땐 반드시 보안경, 페이스 쉴드, 마스크, 고무장갑, 고무장화, 긴팔/긴바지 입고 해야 한다.


2022.04.22 akpil

논현동_이야기_44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56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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