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도구

사이트 도구


논현동_이야기_42편

오늘은 퇴비/비료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번에 한번 얼마나 퇴비/비료를 줘야 하는지 .. 이런 것을 적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농사 짓다보면 만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얘기다.

일단, 퇴비, 비료 .. 따지고 보면 다 비료의 일종이다. 보통, 천연성분, 자연 상태에서 제조한 것을 퇴비.. 라고 하고, 화학적으로 제조한 것을 비료라고 얘기하는데, 그 둘 사이에 걸쳐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딱 나누기 어렵다는 얘기다.

퇴비든 비료든 어차피 화학물질이고, 뭐가 좋고 안 좋고 .. 이런 건 별로 없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천연 성분 비료가 흔히 '유박'이라고 부르는 거다. 유박을 보통 유기질 비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피마자(아주까리) 찌꺼기 (찌꺼기라고 하니깐 좀 그렇기는 한데, 피마자 씨앗에서 피마자유를 짜내고 남은 잔존물이다.) 에다가 제조공장이 위치한 곳에 따라서 소/돼지/닭 등의 분변을 섞어서 발효시킨 거다. 제조업체에 따라서 여기에다가 톱밥을 섞어서 발효시키기도 하고, 소/돼지/닭 등의 뼈를 갈아서 더 넣기도 한다.

퇴비는, 우리말로는 '두엄'이라고 하고, 풀, 지푸라기, 음식물 쓰레기, 소/돼지/닭/사람의 배설물을 섞어서 발효시킨 거다.

일단 잔존 염류에 대한 얘기부터 하자. 토양 산성화라고 하기도 한다.

퇴비든 유박이든 화학비료든 … 한 곳에 오래 투입하면 땅이 산성이 된다. 이것은 식물의 생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를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흔히 퇴비/유박 등의 천연 유기질 비료는 괜찮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 뻥이다. 다만, 화학 비료에 비해서 적을 뿐이다. 이걸 토양 산성화라고 하기도 하고, 잔존엽류, 염류 집적 등등 …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천연 유기질 비료가 그나마 나은 것은 퇴비/유박 등 속에 남아 있는 미생물들이 산성화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는 염류를 분해시켜준다는 점인데, 농약을 뿌리면 미생물들이 죽기 때문에 답이 없다. 그렇다고 농약을 안 쓸 수도 없고 …

잔존 염류가 많아지면 발생하는 현상은 땅이 단단해진다. 이걸 경반 또는 경반현상 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땅이 단단해진 것을 부수려고 쟁기로 깊게 갈아 엎는데, 그렇게 하면 표면에 서식하는 다양한 토양 생물들이 많이 사라진다. 깊게 갈아 엎는 것을 심경 이라고 얘기하는데, 심경 하고 나면 수확량이 확 줄어들고 뭔가 농약도 많이 쳐야 하고 . 그런 걸 느끼게 된다. (아예 매년 심경 하면 저런 걸 느끼지도 못한다.)

해결 방법은 3,4년에 반년 내지 1년쯤은 휴경을 하는 거다. 농사를 안 짓는 것 .. 그러면 저런 잔존 염류들이 비에 씻겨서 내려간다. 하지만 ….. 그러기는 어렵다. 그냥

이걸 방지 또는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은 객토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은 전번에 퇴비/비료 얘기했을 때 얘기했던 석회를 뿌리는 거다. 그해 뿌린 퇴비/비료를 계산해서 이를 중화시킬 정도의 석회를 뿌리는 거다.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방법은 아니다.

또다른 방법은 저런 잔존 염류를 분해하는 특성을 가진 식물을 밭에다가 같이 심는 거다. 그런 식물을 흔히 우리는 '잡초'라고 부른다.

아니.. 잡초는 제거해야 하는데 ? .. 맞다. 하지만 필요하다.

내가 멀칭 비닐 얘기를 몇번 했었잖아 ? 자 생각해보자. 작물을 심고, 퇴비/비료 듬뿍 주고, 비닐로 흙을 덮어두면 .. 작물이 자라면서 발생하는 잔존 염류가 어디로 가겠나 ? 그냥 땅속에 있게 된다. 비닐로 흙을 덮어놨으니 빗물에 씻기지도 못한다.

그런데 .. 멀칭 비닐을 씌우는 이유 중의 중요한 이유는 '물' 때문이다. 흙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빙지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시커면 비닐을 씌워놨으니 잡초가 못 자라는 건 당연한 거고 ..

땅이 노출되어 있지 않고 무언가로 덮여 있다면 땅에서 물이 증발하는 것이 훨씬 적어진다. 그 역할을 잡초에게 맡기는 거다.

그런데 잡초.. 에게 맡기면 영양분 다 빼앗기고 .. 여름에는 거의 매주 예초기 들고 다녀도 모자랄 거다. …

방법은 ? 작물이 과일 나무 같이 키가 큰 경우라면 밀을 심는 거다. 호밀이 됐든 흑밀이 됐든 … 어차피 밀을 수확할 것 아니잖아 ? 봄에 밀을 밭에 쭉 뿌려둔다. 그러면 잡초 대신 밀이 자라면서 잔존 염류를 분해해준다. 대신, 밀은 땅에 있는 양분을 많이 빨아먹는 작물이므로 비료를 많이 줘야 한다. 뭔가 모순이 있다.. 비료를 많이 줘서 잔존 염류가 발생하는데, 이걸 방지하려고 밀을 심으라고 해놓고, 밀은 또 양분을 많이 빨이먹으니 비료를 많이 주라고 하네 ?

어쩌겠나 그게 현실인 것을 .. 내가 키우는 작물의 키가 밀보다 크다면 (예 : 과일 나무) 겨울과 봄에 밭에다가 퇴비/비료/석회를 잘 뿌리고, 봄에 살짝 갈아 엎고 난 뒤에 밀을 뿌린다.. 여름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서 수확철이 되면 어차피 밀은 수확할 게 아니니 밀이 익었든 안 익었든 그냥 다 예초기로 밀어버리고 작물을 수확한다. 그리고, 대룽 5,6 년에 한번은 한해 농사 쉰다고 생각하고 퇴비/비료 주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자…

정도가 가장 현실적이다.

이게 정도가 심한 것들이 바로 특용작물이다. 담배, 인삼, 커피, 블루베리 .. 이런 것들 … 잘 알다시피 인삼, 담배 . 이런 것들은 6년~10년쯤 키우고 나면 그 땅에서는 더 키울 수 없을 정도가 되므로 (양분을 쪽쪽 빨아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잔존 염류가 너무 많이 늘어서이기도 하다.) 1,2 년 휴경을 하거나 콩과식물을 키워서 지력을 높여야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다.

블루베레같은 경우는 아예 토양 자체를 일반 토양이 아니라 전용 토양을 써야 한다.

비닐하우스처럼 시설재배 같은 경우는 1년에 한번 정도는 흙을 떠서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 보내서 성분 분석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할 정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년 못 한다.

요새 커피 농사 짓는 집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커피는 초목이 아닌 나무다.. 몇십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 커피 낙엽에 카페인이 있고, 이게 밭에 떨어져서 땅에 카페인이 축적돼서 나무가 그대로 죽기도 한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등에서 커피 키우는 곳은 몇년에 한번씩 이사다닌다. 계속 한 곳에서 키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휴경은 완전히 쉬는 게 좋다. 하지만, 그렇지는 못한다. 대부분은 위에서 말했듯이 콩을 주로 심는다. 알다시피 콩은 뿌리혹 박테리아가 있어서 스스로 질소고정을 하기 때문에 비료를 그리 많이 안 필요로 한다. 수확량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콩을 심어놓고 멀칭 비닐 안 씌워놓고 1년쯤 지나면 지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아 그러면 위에서 얘기한 호밀.. 대신 콩을 심어도 되겠네 ? 맞다. 그렇게 하는 경우도 많다.

자 잔류 염류 얘기는 여기까지 ……

그러면 퇴비/비료 … 이거 어떻게 줘야 하는 걸까 ?

각종 농업 관련 서적 등에서 보면 어떤 작물에게 필요한 비료 성분과 양이 적혀 있다. 예를 들어서 1,000 평방미터당 20kg 짜리 퇴비 50포대 .. 이런 식으로 …

그런데, 그걸 한꺼번에 주면 안된다. 작물마다 다 다르지만, 보통 절반 정도를 겨울/봄에 땅에 주고 봄에 갈아서 뒤엎고 … 파종/모종을 해서 한참 자랄 때 1/2 정도를 주고,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나머지 1/2을 준다. 이걸 서너번에 나눠서 주는데, 추가로 비료를 준다고 해서 '추비'라고 얘기한다. 추비는 땅에 주는 경우도 있고, 물에 혼합하여 '엽면시비' 또는 '엽면살포' 라 하여 작물의 이파리에 뿌려주는 경우도 있다. 식물은 양분을 뿌리에서만 흡수하는 게 아니라 이파리에서도 흡수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데, 농도 잘못 맞추면 싹 다 죽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액체 상태로 뿌리는 거라서 한 여름에, 햇빛 강할 때 뿌리면 식물 이파리가 다 말라버리는 수도 있다..

엽면시비.. 라고 하니까 있어 보이잖아 ? 그런데, 그냥 영어로는 spray 다. … 비료 성분을 물에 섞어서 뿌려주는 거다. 그것도 낮은 농도로 … 이건 영양제 먹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다. 밥을 제대로 먹어야지… 영양제 한두알 먹었다고 근본적으로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엽면시비.. 라고 해서 이파리에다가만 뿌리는 게 아니다. 뿌리다보면 이파리에도 묻는다는 얘기다. 줄기, 뿌리 근처 흙, 이파리 .. 식물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뿌리면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


2022.04.20 akpil

논현동_이야기_42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54 저자 akpil

Donate Powered by PHP Valid HTML5 Valid CSS Driven by Dok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