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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41편

전번글과 그 전 글에서 농기계 이야기를 했었다. 나무 심을 때 어떻게 한다는 얘기도 했다.

무슨 얘기냐하면, 집에 있는 화단이나 정원에서 많아야 몇그루 나무 심을 때와 밭에서 적게는 수십 그루, 많게는 수천 그루 심을 때 방법이 다르다는 얘기다.

화단이나 텃밭에 씨앗 뿌릴 땐 허리 구부리고 호미나 모종삽으로 땅 파서 씨앗 두어개씩 집어넣고 다시 호미나 모종삽으로 덮고 물 살살 뿌려 주면 된다.

적게는 100평방미터, 많게는 10,000평방미터짜리 밭에서 어느 세월에 그렇게 할 건가 ? 종자 뿌리다가 허리 다 나간다.

그러면 밭에다가 씨앗 뿌릴 땐, 밭에다가 모종 심을 때 어떻게 하는가 ?

구글에서 “파종기” 로 검색해 보자. 수많은 종류의 파종기가 나온다. 큰 것은 트랙터에 연결해서 끌고 다니면서 … 작은 것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운동회 할 때 운동장에 분필가루 뿌리던 그 기계 비슷하게 … 더 작은 것은 막대기 끝에 새부리 같은 게 달려 있는 것도 있다.

보통 밭에서 씨앗을 뿌릴 때 어떻게 하느냐 하면 …

1. 씨앗 뿌리기 한달쯤 전에 밭에 퇴비/비료를 적당한 간격으로 뿌린다. 말 그대로 적당히다. 어떤 작물을 파종할 것인지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뿌려두고 적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쯤 놔두어서 발효도 되고, 땅속으로 어느 정도 스며들게 해둔다. 중간에 비가 오면 더 좋다.

2. 씨앗 뿌리기 일주일쯤전, 밭을 한번 트랙터/경운기/관리기/로타리 기로 한번 갈아 엎는다.

3. 씨앗 뿌리기 며칠전쯤에는 트랙터/경운기/관리기/로타리 .. 등으로 휴립 작업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휴립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휴립 작업이 뭐냐 하면 밭이 보면 이랑과 고랑이 있잖아 ? 그거 만들어주는 거다. 그거 해주는 도구/기계 가 휴립기다. 여기서 이랑은 밭 위로 높게 올라온 부분, 고랑은 이랑과 이랑 사이에 깊게 파인 부분이다. (이걸 거꾸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있음.)

4. 휴립기에 옵션으로 딸려 나오는 게 멀칭 비닐을 덮는 기능이다. 물론, 멀칭 비닐을 먼저 덮고 종자를 뿌릴 수도 있고, 종자를 뿌린 다음에 멀칭 비닐을 덮을 수도 있다. 이건 작물마다, 사람마다 순서가 다르다. 정해진 것 없다. 멀칭 비닐을 덮은 후에 파종기로 그 위를 쓱 지나가면서 멀칭 비닐을 뚫고 종자를 땅속에 심을 수도 있고, 븐대로 파종기로 먼저 종자를 심은 후, 멀칭비닐을 덮고, 종자 위치마다 구멍을 뚤어주기도 하고, 아예 멀칭 비닐에 간격 맞춰서 구멍 뚫려서 나오는 제품이 있기도 하다. 어떤 걸로 할지는 전적으로 내 맘이다. 작물에 따라서는 멀칭 비닐을 안 덮기도 한다.

5. 휴립기로 이랑과 고랑도 만들어줬으니, 하루 이틀 놔둔다. 하지만 그냥 해도 된다. 파종기에 종자를 가득 채우고 이랑 중앙 부분을 따라서 쭉 걸어가면 .. 알아서 일정 간격마다 종자가 심어진다. 밭에 종자를 다 뿌리고 나면 괭이나 삽 한자루 들고 쭉 다지면서 덜 매꿔진 흙을 덮어주기만 하면 된다. 대충 1,000 평방미터 짜리 밭 하나 .. 에 위에서 얘기한 작은 파종기 (운동장에 분필가루 뿌리는 것처럼 생긴 것)로 종자 심는데, 2,3 시간쯤 걸리고 .. 막대기 끝에 새부리 처럼 달린 것으로 하나씩 심고 다니는 걸로 하면 하루 종일 걸리지만 조금 부지런하면 어쨌거나 해지기 전에는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도구 없이 삽과 괭이, 호미, 모종삽 들고 하나 하나 심고 다니다간 .. 일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

6. 종자에 따라서는 땅에 심고 내버려둬도 되지만, 물을 꼭 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빨리 나오라고 물을 준다. 아직 관수 시설까지 갖추지는 못했을테니 … 물지게를 짊어지고 다니면서 주든가.. 호스를 긴 걸 가져다가 뿌리든가 .. 뭐 알아서 해야지…

7. 이건 내 경험이지만, 종자 뿌릴 때도 일기 예보 보고 비오기 2,3일 전쯤에 작업하는 게 좋다…

여기까지는 종자, 씨앗을 뿌리고 심는 방법이고 ..

모종이라고 하는 .. 그 모판이나 포트에 씨앗 심어서 싹을 틔우고 얼마간 키워서 밭으로 옮겨 심는 경우는 위와 대동소이한데, 5번에서 파종기.. 대신 직접 들고 다니면서 심는 걸로 바뀐다. 처음에 심을 때 일이 더 많아진다. 그에 대한 댓가로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다만, 저 막대기 끝에 새부리처럼 생긴 농기구로 땅을 푹푹 파고 다니면서 미리 자국을 내주면 작업하기는 편해진다. 그리고 모종을 심은 경우에는 물을 주어야 생착확률이 높아지므로 거의 반드시 물을 주는 게 좋다.

물론, 모종 심는 농기구나 농기계도 있다. 이건 생긴 것이 막대기 끝에 새부리.. 그거 처럼 생겼는데, 조금 더 크고, 새부리 끝이 뭉툭하다. (종자 심는 거랑, 모종 심을 때 하나로 같이 쓰기도 한다.) 이 역시 구글에서 “파종기”, “모종이식기”, “고추정식기” 등으로 검색해 보면 나온다. 당연히 트랙터, 경운기, 관리기 등에 붙여서 심고 다닐 수 있는 기계도 있다.

중부 지방 기준으로, 대략 4월 중순부터 모종을 밭으로 옮겨심기 시작할 때다. 작물에 따라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월 하순부터 5월 초 정도가 모종을 밭에 심는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 중 하나다.

- 다른 하나는 장마 끝나고 잡초 제거할 때, 또다른 바쁜 시기는 수확철 …

내가 며칠전에 올린 사진에 있는 호박과 옥수수 .. 그거 밭에 옮겨 심는데 얼마나 걸릴까 ? 참고로, 저건 이랑/고랑/휴립작업 같은 것 없이 나무 심은 밭 가장자리에 쭉 둘러서 심어줄 건데 .. 아마 옥수수 심는데, 하루, 호박 한판 심는데 하루 .. 하면 적어도 3일, 오래 걸리면 5일쯤 걸릴 일이다… 물론 나혼자 하니까 그렇겠지 … 위에서 적은 모종이식기.. 들고 작업하면 ? 반나절도 안 걸린다. … 그러니 저런 건 1,2 년짜리 소모품이지만, 웬만하면 몸으로 때우려고 하지 말고 그 몇만원 들여서 구입해라… 병원이나 약국에 내는 돈보다 저렴할 거다.

- 실제로 하루 종일 꼬박 일해서 하루가 걸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 아니다..


2022.04.19 akpil

논현동_이야기_41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53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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