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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38편

아침에 농기계 얘기 잠깐 한 김에 .. 농기구도 얘기해보자. 그런데, 뒷부분에는 나무 심는 얘기가 있다. … (뭐야 이건 ..)

대표적인 농기구는 4가지가 있다.

삽, 괭이, 호미, 낫 …

당연히 이것말고도 많다. 톱, 망치, 노루발, 해머, 드라이버, 드릴 등등 …

다시 삽, 괭이, 호미, 낫 .. 으로 오자.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안다면 이글을 굳이 볼 필요 없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점이 있을테니 좀 아는 체 해보자.

일단 삽과 괭이는 서서, 허리를 펴고 일하는 기구다. 호미와 낫은 허리를 굽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무릎을 굽히고 일하는 기구다.

삽은 미는 힘을 가하는 기구고, 괭이, 호미, 낫은 끌어 당기는 힘을 가하는 기구다.

삽, 괭이, 호미는 땅을 파는 기구고, 낫은 식물을 자르는 기구다. (식물 말고 가끔 다른 걸 자르거나 베어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그래서 반드시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어야 한다. )

물론 … 삽으로도 식물을 자를 수 있고, 낫으로 땅을 팔 수도 있지만, 그건 그리 적합한 행동은 아니다.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삽을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괭이, 호미, 낫 .. 모두 제대로 쓰는 건 꽤 오래 걸리고 힘들다.

전번에 내가 농사의 노동 강도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저강도 장시간 노동이라고 했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구덩이 하나만 팔 거라면 죽어라고 삽질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심어야 하는 나무가 100그루가 있다면 .. 죽어라고 삽질하면 5,6 개도 못 파고 지칠 거다.

묘목 심을 때는 대충 지름 30cm, 깊이 20~30cm 정도만 파면 된다. 그리고 대충 한그루 집어넣고 흙 덮고 발로 꾹꾹 밟아준 후 묘목을 살짝 끌어올려서 너무 빡빡하게 덮이지만 않게 해주면 된다.

그런데, 한 5년쯤 자란 나무를 옮겨 심으려면 지름 1미터, 깊이 1미터를 판 다음에, 구덩이 속에 퇴비 10kg 쯤 넣고, 다시 흙 10kg 을 그 위에 붓고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서 잘 섞어준 다음 20cm 정도 흙을 덮고, 한 손으로는 나무를 구덩이 중앙부에 위치하게 잘 잡아준 상태에서 한손으로는 삽을 들고 흙을 한삽씩 퍼서 뿌리 사이 사이에 뿌려주면서 덮어야 한다. 물론,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2,3 명이 하면 한명은 나무 잡고 있고, 두명에 삽으로 살살 흙 떠서 뿌리듯이 펴주면서 작업하면 되겠지…

하여간에 이렇게 하면 하루에 혼자서 10 그루도 심기 어렵다. 자 .. 단순 계산할 시간이 왔다. 1,000 평방미터(약 300평)에 과일 나무 묘목을 심자.. 몇 그루가 필요할까 ?

나무마다 다르지만, 대충 3 x 3 미터당 한그루, 또는 4 x 2미터당 한그루가 표준이다. 9평방미터당 한그루, 또는 8평방미터당 한그루 라는 얘기고, 3 x 3 으로 심으면 대략 100 그루, 4 x 2 로 심으면 120 그루 정도 필요하다.

묘목을 심을 거면 지름 30 x 깊이 30 cm 인데, 웬만큼 자란 나무는 지름 1미터 x 깊이 1미터 + 바닥에 퇴비 10kg + 흙 10kg + 흙 20cm 덮고 + 나무 뿌리 안 상하게 주변부에 살살 덮어주기 .. 가 되는 거다.

100 ~ 120 그루를 심는다는 얘기는, 구덩이를 100 ~ 120개 파고 덮는다는 얘기와 같다.

묘목은 그나마 삽질로 할 수 있다. 묘목 기준으로 나에게 하루치 일 거리다. (물론, 땅 상태에 따라 다르다. 돌 많고 걸리는 게 많아서 땅 파는 게 쉽지 않다면 2,3 일 걸리겠지만 땅을 쉽게 팔 수 있다는 조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전번에 내가 사진 올렸던 땅파는 드릴.. 을 구입했던 이유는 그 농지가 매립한 곳이어서 흙을 성토한 20cm 정도는 아직 완전히 다져진 게 아니어서 쉽게 팔 수 있는데, 그 아래쪽은 돌도 많고 … 흙도 많이 다져져서 땅 파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름 1미터 x 깊이 1미터 + 퇴비 작업 + … 이건 하루에 10그루도 못한다. 아마 5,6 그루쯤 하면 못하겠다고 나자빠질 거고, 초보자면 첫번째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두번째나 세번째 쯤에는 쓰러질 거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포크레인이다. 군대 갔다가 온 사람들은 한두번쯤은 경험이 있을텐데 .. 중대가 달라붙어서 하루종일 삽질했는데, 인사계가 야 이러다가 이거 오늘 못 끝내겠는데 ? 하면서 옆 부대에 있는 포크레인 불러왔더니 30분만에 끝내는 경험 …

그러니 저런 작업할 때는 그냥 포크레인 부르자. 나무 심고 흙 덮는 게 땅 파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 무슨 얘기냐면, 밭에다가 고추지지대 같은 것으로 4 x 2든 3 x 3이든 .. 하나씩 꽂아놓고 여기에 지름 1미터 x 깊이 1미터짜리 흙구덩이 파주세요… 하고 포크레인 기사에게 얘기하면 계속 그걸 해준다. 겨울에 파는 게 좋다. 땅도 어느 정도 얼어있어서 오히려 좋다. 안 무너지고 … 뭉개지지도 않고 …

그리고, 구덩이마다 퇴비 10kg 과 흙 10kg 혼합한 걸 부어야 한다. 구덩이가 100개다.. 라고 하면 퇴비 1톤 + 흙 1톤이다. 퇴비 20kg 짜리 50포대 .. 그리고 그 정도의 흙을 섞어야 한다. 이거 어디서 섞을 건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 그루 심을 때마다 퇴비 반포대 + 그만큼의 흑 .. 을 섞을 건가 아니면 한꺼번에 섞어놓고 적당히 뿌려줄 건가… 말이 10kg 이지 9kg 이나 11kg 들어갔다고 나무가 죽는 건 아니다.. 5kg 이나 15kg 이면 좀 그렇긴 하겠지만 …

이럴 땐 어떻게 하느냐 … 작업하기 한달쯤 전쯤에 밭 한 구석에 퇴비 50포대 옮겨두고 다 뜯어서 바닥에 뿌려라.. 이때 넓게 펴서 밭에 뿌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퇴비 포대 뜯어서 바닥에 뿌리라는 얘기다. 너무 두껍지 않게 .. 대충 두께로 10cm 정도 … 해보면 알겠지만, 대략 10평방미터 정도면 다 된다. 그런데 그냥 뿌려두면 가운데에 들어가서 작업하기 쉽지 않으니, 폭 1,2 미터, 길이 10미터쯤 되게 쭉 뿌리면 된다. 이대로 1,2 주일쯤 놔두자.. 2,3 일에 한번 가서 삽으로 한번씩만 뒤집어주자. 하루에 한시간 정도의 일거리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전번에 말했잖아 ? 퇴비 뿌리고 바로 작물 심으면 죽는다고 … 그 냄새 빼고 발효시키는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2주일 정도 하라고 되어 있는데 겨울에는 한달쯤 잡아야 한다… 어쨌거나, 1,2 주일 지나서 냄새가 좀 빠지면 그 위에 흙을 적당히 뿌려주자. 그 흙은 어디서 나오느냐고 ? 포크레인이 지름 1미터 x 깊이 1미터씩 팠잖아 … 거기서 좀 가져오면 된다. 역시 적당히 두께 10cm 정도로 쭉 퇴비 위에 덮어주자.

흙 덮고 났으면 그날은 지쳐서 뭐 하고 싶지 않을 거다. 하루쯤 쉬고 다음날이나 다음다음날 또 한번 삽으로 뒤집어주자… 이걸 또 2,3 일 간격으로 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한달 지나간다. 이쯤 되면 냄새도 거의 안나고 … 흙하고 골고루 섞였다.

이 정도 했으면 퇴비 10kg + 흙 10kg 이 어느 정도 분량인지 감이 올 거다. 눈앞에 보이는 덩어리의 1/100 이잖아… 자 .. 구덩이 2~3개 분량 정도씩 양발 수레에 싣고 가서 구덩이에 뿌려주자. 아마 하루에 20구덩이 정도 .. 분량은 할 수 있을 거다. 이거 하면 일주일 지나간다. 가장 먼저 작업했던 구덩이에 퇴비 10kg + 흙 10kg 을 투입한지 일주일쯤 됐다. 이제 그 위에 포크레인이 파서 쌓아둔 흙을 20cm 정도 덮어준다. 그리고 나무를 심는다… 심는 방법은 위에서 얘기한대로 … 이긴 한데, 심는 방법, 나무 뿌리 상태 .. 같은 건 다 다르니 그건 그때 그때 다르다.

아마 하루에 많이 심으면 10그루, 좀 무리하면 15그루 정도 심을 수 있다. 오늘부터 일주일에서 10일이면 나무 100그루 다 심을 수 있다.

자 여기서 빠진 게 있다. 물 언제 주느냐 .. 다.. 보통 나무 심는 거 생각해 보면 .. 나무 심은 뒤에 물을 듬뿍 주는데 그거 언제 .. ?

그건 나무마다 다르고, 언제 심느냐 .. 인데 .. 위에 적었듯이 포크레인 불러서 5년쯤 된 나무 .. 심는 구덩이 파는 건 겨울이라고 했다. 작업 다 끝내도 아마 2월 말에서 3월 초 정도 됐을 거다. 아직 물 주면 안된다.. 잘못하면 얼어죽는다… 봄부터 가을까지 .. 몇 그루 정도 저렇게 옮겨심을 땐 물 주는 타이밍은 2번 있다. 1번은 지름 1미터 x 깊이 1미터 파고 그 속에 물을 듬뿍 주는 거다. 대충 구덩이 절반 정도까지 … 그리고 물이 땅으로 스며들면 그때 퇴비 + 흙 섞은 것 작업하는 거고 .. 2번은, 작업 끝나고 나서 그 옆에 뿌리 가장자리 정도로 깊이 10~20cm 정도 로 둥글게 땅을 판 뒤에 거기에 물을 주는 거다. 그리고 땅으로 스며들면 또 물 주고 .. 스며들면 또 물주고 .. 이걸 3,4 번 반복한다.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서 겨울에 저렇게 심고 나면 바로 물 주는 게 아니라, 3월 중순~4월 초쯤 해서 새벽 최저기온이 0도 이상이 됐을 때 위에서 말한 2번으로 물을 주는 거다. 하루에 한번씩 역시 2,3일 간격으로 3번쯤 주면 된다.

묘목 심고 언제 물주느냐 .. 는 .. 글쎄 .. 난 묘목 심고 물 준 기억이 거의 없다. 대개 일기 예보 보고는 비 온다고 하면 비오기 며칠전쯤 심고 하늘에 맡겼지 …. 봄에 묘목 심어야 하는데, 일기 예보에 한달 이상 비소식이 없다 .. 고 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호스 연결해서 물 준 적은 있다…

위에 적은 방법은 내가 포도 밭에서 일하면서 익힌 거고 .. 다른 나무는 다를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2022.04.15 akpil

논현동_이야기_38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49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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