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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36편

어제 이거 쓰다가 페북에서 날려먹어서 … 다시 쓴다… 히유 …

어제는 텃세에 대해서 썼는데, 이번 글은 '인심'에 대한 글이다.

사실 텃세나 인심이나 같은 것의 서로 다른 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상당부분 겹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귀농/귀촌을 하면 마음씨 좋은 시골 사람들이 반겨주고 이것도 도와주고 저것도 도와주고 모르는 것 물어보면 얘기도 해주고 … 라는 생각을 하년 경우가 많다. 뭐 틀린 건 아니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 …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어느날 마을 한쪽에 큼직한 집을 짓는다고 동네 길에 트럭들과 인부들이 들락날락 거려서 시끄럽게 하더니 집을 짓고 들어온 사람이, 인사도 제대로 안했는데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와서 “비료 뭐 뿌려요 ?” “비료 어디 종묘상 가면 싸게 살 수 있어요 ?” “배추 모종 언제 파종하죠 ?” … 이런 거 묻는다고 생각해 보자..

이걸 도시로 적용시켜 보자. 도시 어느 주택가와 상가 경계쯤에 있는 골목에 치킨집이 몇 집 쭉 있다. 그런데, 치킨집이 하나 더 생겼다. 길 막고 공사하고, 인테리어 꾸미고 .. 시끄럽더니 어느날 짠 하고 개업을 했다. 그러고는 불쑥 옆 치킨집에 들어와서 '닭 어떻게 튀겨요 ?' '여기 닭은 어디서 받아 오고 얼마에요 ?' '치킨 무 어디서 가져 오면 싸요 ?' 이런 거 묻는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답해줄 치킨집도 없겠지만, 저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

농촌이라고 다를 게 있을 것 같아 ? 당연히 답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뭔가 이상하지 않나 ?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농촌에 대해서 당연히 자신에게 저렇게 해줄 거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다른 반응을 보이면 “시골 인심 사납네… 예전 같지 않네.. ” 라고 한다.

지역마다 속담은 좀 다르지만, '할머니를 따라해라.' 라는 얘기가 있다. 배추 심을 거라고 ? 옆집 할머니가 배추 심을 때 심으면 된다. 옥수수 심고 싶다면, 앞집 할머니가 옥수수 심을 때 그때 심으면 된다. 수십년을 살아온 노하우로 아 이맘때면 되겠구나.. 라는 guru 레벨에 등극하신 분들이다.

귀농/귀촌을 했더니 다른 집과는 다르게 아주 친하게 지내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주기도 하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일손 도와달라는 거다. 전번에 내가 비료 언제 뿌리는 건지 알려줬으니 이번주는 우리밭에 배추를 심는데 와서 도와달라.. 는 거다. 당연히 기브 앤 테이크고 작용과 반작용이다.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지 ? 그런데 귀농/귀촌 한다며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그거 모른다니까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당연히 시골 사람들은 자기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귀농/귀촌 하지 않는 게 좋다.

서울 경계선에서 30km 도 안 떨어져 있지만, 아직도 하루 4번 정도 버스가 다니는 곳도 많다. 오죽하면 지자체에서 나서서 출근/퇴근 시간에 시내까지 나오는 버스를 따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에 동네에 차가 있다는 얘기는 급한 볼 일이 있을 때에는 그 차를 써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부분 그 차 주인은 귀농/귀촌한 사람들이다. 응급 환자일 수도 있고, 학교간 자녀가 뭐 두고 갔다며 급하게 가져다 달라는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점심에 짜장면 먹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갑자기 집으로 와서 “급하니깐 시내까지 좀 태워다 줘.” 라고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자가격리중이거나 2시간 뒤까지 보내지 않으면 집이 날아가는 중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태워다 줘야 한다. 짜장면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어제 텃세 얘기하면서 저렇게 되면 전담 기사가 될 수도 있다고 했었다. 맞다. 그러니 적정한 선에서는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 할 줄 아는 건 하면서 도와주면 도움이 필요할 땐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해봐야 당신은 '외지인'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그곳에서 친하게 지내는 외지인이냐, 서먹서먹한 외지인이냐, 본체 만체하고 사는 외지인이냐.. 에서 골라야 한다면 뭐가 좋을까 ?

농촌은 도시처럼 혼자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귀농/귀촌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물론, 텃세가 극악으로 향하는 곳도 있고, 인심이 사나운 곳도 있다. 그런데, 서울이라고 안 그래 ?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현실을 얘기해주기 위해서다. 무조건 귀농/귀촌이 좋다. 는 얘기도 아니고, 시골 인심 사납고 텃세가 심하니 가지 말라.. 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판단은 자기 자신이 하는 거다. 내가 하려는 것은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싶은 거다.


2022.04.14 akpil

논현동_이야기_36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47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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