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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34편

대충 10년쯤 전에 .. 아로니아 .. 라는 신 작물이 들어왔다.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 대충 2014,5년쯤에는 포도 등에서 아로니아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생겼다.

대부분의 과일(?) 작물이 그러하듯이 심는다고 바로 열매를 맺는 게 아니다. 빠르면 3년이고 .. 보통 4, 5년째쯤 지나야 제대로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퇴비를 많이 주고 관리 잘하면 2년째부터 꽃눈이 나오고, 3년째부터 열매를 맺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수확이 가능해지는 건 4,5년 지나서다.

그러다가 … 2011년에 EU 와 체결한 FTA 의 조항들이 유예기간을 거치면서 하나둘씩 발효되기 시작한다. 대충 농산물 관련된 것들이 2017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2017, 2018에 아로니아 … 역시 대상이 된다. 폴란드산 아로니아분말이 대량 들어오면서 가격이 폭락한 거다. 그런데, 이건 트리거 역할만 했을 뿐 .. 실제로는 공급 과잉이 더 큰 역할을 했을 거다. 대충 농가 수만 봐도 20배 이상 증가했거든 …

생과 기준으로 대충 폭락하기 전에 3~4만원/kg 이었는데 … 1,000원/kg 이하로 떨어졌다. 지금은 좀 나아졌는데, 최고로 비쌌을 땐 2년생 묘목 (심으면 1년 뒤에 열매 맺기 시작한는 것 ) 이 2,3만원이 넘었었다. 지금은 묘목 한 그루에 2 ~ 3천원 정도다. 거기에다가 아로니아 농사짓다가 포기하는 곳 어떻게 잘 찾아서 연락하면 차만 가져와서 알아서 뽑아가라고 할 정도 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경우 오래된 나무들이라서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고 … )

대충 손익분기점이 5,000원/kg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2019년에는 아로니아 농장을 폐업하면 폐업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아로니아가 실패했던 이유는 뭘까 ? EU FTA ? 맛이 이상해서 사람들이 적응을 못해서 ? 공급 과잉이어서 ? 사람마다 분석하는 이유는 다르다.

내가 보기엔 모두 맞다. 그리고 모두 정답은 아니다. 틀린 답이 아닐 뿐이다.

일단 .. 너무 갑자기 커졌다. 사람들은 잘 기억 못하곘지만, 내가 중/고등/대학교때 .. 꿩 파동이 있었다.

닭과 오리 보다 고급 .. 이라는 인식으로 꿩 사육이 엄청나게 증가했었다. 급기야는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 꿩 한마리 가격이 10만원을 넘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 지금 꿩 .. 고기 어디갔어 ?

일부 농장에서 꿩을 대량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을 통해서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고 방송에도 좀 나오고 .. 닭보다 조금 (2 ~ 3배 ?) 더 비쌌단 꿩을 키우면 돈이 된다는 소문에 꿩을 조직적으로 키우기 시작했고 … ..

그런데 꿩은 키우기가 아주 어렵다. 야생성이 강해서 병아리가 부화하면 일단 가장 먼저 부리 끝을 잘라주고, 숫놈들은 잡아다가 부리에 안경을 달아줘서 앞을 못 보게 만들어줘야 한다. 안 그러면 서로 싸우다가 죽는다. 이게 몇대쯤 .. 이렇게 자라면 그나마 온순한 것들만 남아서 괜찮은데, 몇대.. 넘기기가 힘들다.

원래 꿩은 닭이나 오리처럼 한곳에 가둬두고 자라는 것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동물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닭장에 가둬두고 키울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키우려고 했으니 .. 그게 되나 …

그렇게 대충 1990년대 중반까지 꿩은 자가발전을 하면서 점점 비싸졌지만, 암꿩 한마리 가격이 10만원 정도를 찍고 … 에라 못 해먹겠다. 하면서 여기저기서 포기했고 ..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남아 있는 곳은 글쎄.. 대박은 아니지만, 닭이나 오리보다는 낫다고 한다.

내가 꿩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우리집도 꿩.. 사육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거든 …

다시 아로니아로 넘어어자.. 곁다리로 너무 많이 샜다.

아로니아로 왜 사람들이 많이 갔었을까 ?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주 간단한 대답 한가지가 있다. 손이 덜 간다.

다른 비슷한 과일류, 예를 들어서 포도, 앵두, 머루 .. 물론 품종은 다르지만 생긴 것 비슷하게 생기고 먹는 방법도 비슷한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에 비해서 손이 훨씬 덜 간다.

단위 면적당 포도에 들어가는 노동력을 100이라고 놨을 때 앵두나 머루는 30~50 정도고 블루베리 가 20~30 정도라면 아로니아는 10 정도다. 포장 안 씌워도 되고, 벌레 있다고 농약 안 뿌리거나 훨씬 덜 뿌려도 되고, 가지치가 같은 거 .. 포도에 비하면 그냥 애들 장난 수준이고 …

농촌은 점점 고령화 돼 가는데 … 손 많이 가는 작물은 더이상 하기가 어려워지는 거다. 여기서 재빨리 한 번 더 갈아탄 사람들은 아로니아 뽑아버리고 샤인머스켓 같은 것으로 갈아탔다… 이것도 어느 정도 자금이 충분한 경우에나 가능했다.

지금 다시 아로니아 가격은 생과 기준으로 5,000원/kg 이상까지는 회복했다. 대충 지금은 특별히 손해는 안 볼 수 있다는 얘기다. - 요새는 kg 단위보다는 5나 10kg 단위로 판매한다. 포장 문제도 있고 .. 배송비도 그렇고 …

사실 .. 뭔가 새로 나오고 유행하고 한번 푹 꺼지고 .. 거기서 살아남은 곳은 어떻게든 버티게 마련이고 대부분은 푹 꺼질 때 사라진다.

그걸 견딜 수 있느냐 아니냐… 가 귀농/귀촌을 성공할 수 있느냐 아니냐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뭔가 특용작물이나 고부가가치 .. 뭔가 남들은 안하는데, 비싼 거 .. 좀 해보고 싶다. 이렇다면 .. 한번쯤 더 생각해 보자라는 얘기다. 샤인머스켓 비싸고 .. 고부가가치다. 그리고 지금 기존에 다른 곳으로 갔던 포도 농가들이 다시 덤벼들고 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공급이 많아지고, 당연히 가격은 떨어질 거다. 그러면 그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

정답은 없다. 나도 모른다. 내가 심은 대추가 빠르면 내년, 내후년부터는 열매를 맞을텐데 .. 그때 형성될 가격을 내가 어찌 알겠나 …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내가 농사짓고 있겠어 ? 주식 현황판 보고 있지 ..

다만 이런 건 있다. 위에서도 얘기한 건데 .. 그냥 꾸준히 …. 남들 떨어져 나갈 때 버티면 된다. 그러면 얼마 지나면 적어도 적자는 안 볼 수 있다. 라는 거다.

포도가 그랬고, 매실이 그랬고 (예전에 조성모가 초록 매실 유행시켰을 때, 매실 나무 키우던 농가들 아주 난리가 났었다. 그 뒤에 그 소주에 매실 들어간 거 .. 그거 유행했을 때도 한번 더 … ), 아로니아가 그랬다.

포도밭 철거하는 거 … 하나둘씩 하고 있는데, 여기에 뭘 심을까 고민중이다. 뭐 심지 ?


2022.04.11 akpil

논현동_이야기_34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45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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