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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33편

이제 귀농/귀촌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거의 끝나간다. 내 밑천이 떨어져간다는 얘기다.

아마도 이 글이 이런 정보성(?) 글로는 거의 마지막이 될 거다. 앞으로는 실제로 나무 심고, 비료 주고, 전정하고, 벌레 잡고, 서리꾼 쫓아내고, 잡아내고, 고양이 잡아 죽이고 (다시 말하지만 농촌에서 고양이는 유해조수다. 박멸의 대상이다.), 두더쥐 잡고, 수확하고, 출하하고, 판매하고, 수금하고 .. 이런 게 나올텐데, 아마도 별로 관심들은 없을 거라고 본다.

어쨌거나 시작했던 글이니 끝은 맺어야지…

자 .. 이렇게 하면 100% 망한다.. 에 대한 글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거 안하면 적어도 폭망하지는 않는다. 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망하지 않고 성공하는 경우도 있으나 극히 드물다. 그러니까 여기 적힌 건 적어도 3 ~ 5년 정도의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하지 말라는 얘기다. 물론, 미리 공부해둬서 나쁠 건 없다.

1. 스마트팜 2단계 이상 … 이것도 몇가지 층위가 있다. 업체마다, 학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4~5단계 정도로 나눈다.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재배에서 주로 이용된다. 0단계 : 기존 전통적인 농업방식을 개선해서 온도계, 습도계, 토양 습도계 정도를 갖추고 수기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 1단계 : 0단계에서 측정되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는 방식 2단계 : 1단계를 바탕으로 관리자가 제한된 범위내에서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방식 (예 : 비닐하우스내 온도가 높으면 원격으로 환풍기를 작동시킨다거나, 토양 습도가 낮으면 원격으로 펌프를 켜서 관수를 하게 하거나…) 3단계 : 2단계가 발전돼서 일정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동작하게 하는 방식 (예 : 비닐하우스내 온도가 33도를 넘어가면 환풍기를 작동시키고, 그래도 온도가 올라가서 35도가 넘어가면 옆면의 비닐을 말아 올려서 완전히 개방하여 온도를 낮춘다.) 4단계 : 3단계가 고도화 돼서 관리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물 주고, 온도 조절하고, 비료 주고 …

정도로 나뉘는데, 기존에는 '아 오늘 덥네 ? 환기 시켜야겠어.' 였다면 … 0단계는 보통 아날로그식 온습도 기록장치 갖춰두고 '자 보자.. 어제 32도까지 올라갔고, 오늘 일기예보에서 햇빛이 강할 거라고 했으니 더 올라가겠네 .. 그러면 미리 환풍기를 켜두자.' 정도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거고 … 1단계는 라즈베리파이 등의 IoT device 에 센서를 달아서 데이터를 측정하든, 실제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거.. 환풍기 돌리려면 비닐하우스에 와서 스위치 켜야 한다. 2단계는 IoT device 와 연계해서 집에서 또는 핸드폰으로 원격으로 환풍기를 켜고 끌 수 있는 정도 … 3단계는 IoT device 데이터를 기준으로 설정해두면 자동으로 환풍기가 켜지고 꺼지고 …. 4단계쯤 되면 가끔 가서 잘 되고 있는지 정도나 보면 된다. 파종하고, 수확할 때 말고는 관리자가 별로 신경 안 써도 된다. 가끔 병충해 발생하면 돌아다니면서 농약뿌리는 게 아니라 이미 갖추어진 관수시설로 농약을 살포하게 할 수도 있다.

사실 방울 토마토나 상추 .. 등의 시설재배에서 많이 기르는 작물은 상당수가 3,4 단계쯤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노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는 0단계 또는 1단계 정도는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비닐하우스 벽에 온습도계 하나씩은 다 걸어두니까… 디지털 방식의 온습도 기록장치도 많이 쓰인다.

문제는 비용이다. 1단계에서 IoT device + 센서 인데 .. 이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뜯어 보면 라즈베리파이 + 온/습도 센서 정도인데, 몇십만원 이상이다. 2단계쯤 되면 몇백만원에서 천만원 넘어간다. 3단계는 곱하기 3,4 … 4단계는 억원이 넘어간다.

게다가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얘기했잖아. 온도나 습도에 따라서 환풍기 돌리고, 물 주고 .. 이런 건 경험이 쌓여야 하는 거다. 해당 작물, 지역, 토양 등에 따라서 다 다르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없이 설치하면 .. … 그게 제대로 될까 ?

방울 토마토나 상추 같은 시설재배를 하는 경우는 이건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계속 구입하는 거고, 그만큼 회전이 잘 되고 생육 기간도 짧다. 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미 판로도 확보되어 있고 경험도 많다. 그러니 저걸 도입해도 별 문제가 없는 거다. 그런데, 귀농/귀촌해서 이제 1년도 안됐는데 저 돈을 들여서 저걸 한다고 ? 아직 판로도 확보 안되어 있고 경험도 없는데 ???

스마트팜에서 실제로 도움을 받고 돈을 벌었다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스마트팜 관련 업체들이 돈을 벌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이겠는지 생각해보자. 다시 말하지만, 3 ~ 5년 정도 경험이 쌓이거든 그때 하자. 그때쯤이면 지금 1천만원짜리 설치비가 300만원쯤으로 떨어질 거다. 참고로 667평방미터(200평) …. 2단계 스마트팜 설치비용이 5년전에는 3,4 천만원이었는데, 지금은 5백만원도 안하고 있다. 내 계산으로는 저거 제조 + 설치비용은 100만원도 안한다… 내가 스마트팜 업체를 보는 관점이 삐딱한 건 다 이유가 있다.

2. 들어가자마자 이장/통장 … 어제 이게 부업(?)이라고 했었는데, 귀농/귀촌하자마자 저거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딱 하나다. 니가 젊으니까 .. 무슨 얘기냐면, 그 동네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60~70대 이상인데, 거기에 40~50대가 들어갔다고 해보자. 바로 저거 맡길 거다. 그리고 머슴처럼 부릴 거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 그 동네에 들어온지 반년도 안됐는데, 김씨네와 최씨네가 농지 경계선 가지고 싸우는데, 이장이라고 해결하라고 한다. 그런데, 저게 한 30년째 내내 싸우고 있던 일일 수도 있다. 사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양쪽이 LX 한국국토정보공사에 경계측량을 의뢰하는 건데, 그건 또 돈 들어간다고 안하려고 할 거다. (속마음은, 실제로 측량했을 때 내 땅이 줄어들면 어떡하지 ? 에 가깝다.) 그 사이에 끼어서 좋을 것 없다.

이거 하느라 일은 못하고, 동네에서 욕만 먹게 된다. 적어도 3년쯤 그 동네에서 지내본 다음에 생각해 보자.

3. 시장 조사 없이 시작하기 농사로 돈을 번다는 얘기는 어딘가에 판매해야 한다는 얘기고, 택배로 판매하는 직거래 같은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지역 농협이나 유통업자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 어느 지역의 농협이나 유통업자들은 그 지역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보통은 그 지역 특산물(?)을 위주로 취급한다. 예를 들어서 마늘 주산지에 가서 파프리카 키우겠다고 키웠는데,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 어찌하겠나 ?

작물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도시 근교가 아닌 이상 농협이나 유통업자를 통하지 않고 판매하는 방법은 택배로 직거래하는 방법 정도가 있다. 아니면 차에 직접 싣고 나가서 시장에 나가서 팔고 오든가…

유통망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 지역에서 이걸 팔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고, 수수료는 얼마고 .. 뭐 이런 거 미리 미리 다 알아봐야 한다. 나 ? 내 경우는 농협에 전화하면 협의한 날짜에 와서 가져간다. 그리고 알아서 계산해서 입금해준다. 예전에는 직거래도 했었는데, 못해먹겠다. 돈이 더 들어가고 귀찮다.

4. 동네 사람들하고 싸우기 의외로 이런 경우 많다. 귀농/귀촌이 실패하는 이유의 70~80%는 이것 때문일 거다. 그것을 농촌의 텃세탓이라고 해도 좋지만, 앞서서 알아봤다시피 안 그런 경우도 많다. 그 지역은 그 지역만의 룰이 있다. 도시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지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리고 그 당연하지 않고 서로 다른 생각과 경험때문에 틀어지는 것은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에를 들어서 내 밭에 비료 뿌리러 비료 짊어지고 가다가 길 옆에 있는 김씨 아저씨네 밭을 밟고 갔다면 발자국 부분을 원상 복구 시켜주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 그냥 땅 좀 밟았다고 그게 뭐가 대수라고 .. 라는 생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김씨 아저씨랑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이사온 아무개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인사 한번만 했다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씨 아저씨 입장에서 보면 그 밭에 씨앗을 뿌려놔서 싹트기를 기디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생판 처음 보는 놈이 이사 와서 아는 체도 안하더니 밭을 마구 짓밟고 다닌다.. 저놈 때문에 농사 망치겠네 .. 라고 인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요즘 같은 봄철에 길가다가 냉이가 있어서 저거 캐서 저녁에 냉이국 해먹어야지 .. 하고 냉이를 캤는데, 그 밭은 박씨 아줌마네 집에서 작년 가을에 냉이 씨앗을 뿌려서 봄에 냉이 수확해서 팔고 그거 끝나면 감자 심으려고 준비하고 있던 곳일 수도 있다. 당신은 지금 남의 농작물을 훔친 거다.

이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냥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90%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기 실수에는 관대하지만, 남이 저러는 건 텃세라고 받아들인다. (텃세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대충 이렇다.

그래서 어쩌라구 ?

어쩌긴 .. 스스로 판단하는 어른이가 되어야지…


2022.04.08 akpil

논현동_이야기_33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44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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