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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26편

귀농/귀촌하려면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그걸 또 어디까지 아낄 수 있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이번 글은 그래서 어느 정도 일을 해야 하는가 ? 를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보자.

집에, 또는 구나 시에서 빌려주는 텃밭이나 주말 농장 등을 가꿔본 경험이 있다면 ..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 (이런 무책임한…)

지자체에서 빌려주는 텃밭이 보통 16.5 ~ 33평방미터 (5 ~ 10평) 정도다. 말 그대로 주말 농장이다. 주말에 한두번, 한번에 길어야 2,3 시간 정도 … 일 거리다. 아기자기하게도 꾸며놓는다. 1/5는 상추, 1/5는 오이, 1/5은 고추 … 그래도 반찬거리로 키우는 데는 별 무리는 없다.

집에서 이 정도 크기로 텃밭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한 여름에 잡초나 좀 뽑아주고, 비 안 오면 물 좀 뿌리고 … 쓰러질 것 같으면 지지대 세워주고 … 일하는 시간을 하루에 얼마나 하는지로 환산해보면 10 ~ 15분 정도가 될 거다.

농사는 전에도 말했듯이 중저강도 장시간 노동이다.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재배가 아닌 노지 기준으로 … 얘기하겠다. 과일 나무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작물에 비해서는 손이 덜 가는 편이기는 하지만, 포도는 다른 과일에 비해서 2,3 배쯤 많이 노동력이 필요하니 … 알아서 판단하자. (포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집도 지금 포도 나무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

전번에 10,000 평방미터 (약 3천평) 정도면 농사를 전업으로 해서 먹고 살 수 있다.. 라는 얘기를 했었다. 전업으로 한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full time 이라는 얘기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 이면 좋겠지만, 그런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잖아 ? 대충 일주일에 하루 (일요일이나 토요일) 의 반나절 정도는 쉴 수 있고, 나머지 반나절은 밭을 한바퀴 돌기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날은 일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쉰 거다. - 해보면 알겠지만, 저 정도 면적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2,3 시간이 필요하다. 대충 주 5.5 ~ 6일 근무라고 보면 된다.

농사는 자영업이고 농부는 그 업체의 사장이다. 사장이면 당연히 이 정도는 일해야지. 사장이 놀면 회사가 망한다.

귀농/귀촌의 초기 단계가 대략 1,000평방미터 (약 300평) 이라고 했었다. 이 정도면 시험 삼아서 이게 내 적성에 맞는지, 내 체력으로 감당이 가능한지를 확인할만한 정도다. 아주 손이 많이 가는 고추 같은 작물이 아니라면, 흔히 말하는 농번기 정도를 제외하면 노동시간을 평균적으로 계산해 보면 일주일에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다. 이 정도 면적에서 노지 재배해서 생계를 꾸리기는 좀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일주일쯤 전에 상추농사 짓는 걸로 거칠게 계산한 적이 있는데 (url 찾기 귀찮다…) 노지 기준으로 이 정도 면적이면 연간 소득 2,500 ~ 3,000만원 정도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위에서 얘기한 10,000평방미터 노동시간 정도는 일해야 한다. 상추 같은 채소류는 일주일에 반나절에서 하루 일해서는 망한다… 하루에도 몇번씩 가서 봐줘야 한다. 대신 어느 정도 수익이 안정적이며 적든 많든 꾸준히 돈이 들어온다.

100평방미터 (약 30평) 은 … 그냥 텃밭이다. 위에 적었잖아. 하루에 10 ~ 15분 정도 … 어느 정도 손에 익게 되면 그것도 안 들어간다.

다시 면적을 늘여서 10,000 평방미터가 넘어가면 혼자 또는 부부 두명이서 하기에는 벅차다. 일이 힘든 건 아니다. 시간이 부족한 거다. 일용직을 쓰거나, 동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직원을 고용하거나 … 아니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주일에 반나절 정도 쉬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이쯤 되면 농한기라는 게 거의 무의미해진다. 노지 재배여서 한 겨울에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계속 일이 있다.

전번에, 내 기준으로 20kg 짜리 비료/퇴비 30포대 옮겨서 밭에 뿌리는 게 4시간짜리 일이라고 했었다. 10,000평방미터면 300포대를 옮겨야 하고, 40시간짜리 일이다. 하루종일 옮겨도 4,5 일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려면 거의 10일치일이다. 이것도 평지에서나 가능하다. 농지가 굴곡져 있거나, 포도 농사처럼 기둥 같은 것들이 촘촘하게 있을 경우에는 20일쯤 걸린다. (그래서 포도나무를 걷어내는 거다.)

대충 반달 ~ 한달치 일이라는 거다. 그것도 거의 전적으로 저것에만 매달렸을 때 … 중간 중간 다른 일도 생기고 … 그러면 거의 한달반에서 두달치 일이다. 11월 중순에서 하순에 농사일 다 끝나고 밭에서 멀칭 비닐 같은 것 다 제거하고 난 뒤에 바로 뿌리기 시작해도 빨라야 12월 중순, 늦어지면 1월 중순에야 끝난다. 이걸 부부가 같이 하면 2/3 정도로 줄일 수는 있을 거다. 일용직 한명을 데려와서 같이 나르면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거고 .. 그런데, 일용직 한명이 15만원이다. 대략 5 ~ 10일이니까 적게는 75만원, 많으면 150만원이다.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판단하자.

파종과 수확은 더 큰 일이다. 비료는 오늘 뿌릴 것 내일 뿌린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갑자기 비가 오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

하지만, 파종은 그렇지 않다. 파종하는 날짜가 달라지면 수확하는 날짜도 달라진다. 거기에다가 봄에 파종할 때 오늘은 괜찮은데, 내일 비가 와서 못하고 모레 파종하고 .. 이러면 … 에… 하아. .. 수확할 때도 그렇게 된다. (작물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봄에 감자 심으면 6월 중/하순에 수확한다고 했었는데, 정확하게는 장마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수확을 마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땅속에서 썩거나 물러져서 상품성이 없다. 대략 일기 예보 보고 “아 2주일 뒤에 장마 시작이네 ?” 하면서 수확하려고 보니 씨알이 작아서 상품성이 낮은데, 딱 일주일만 더 키우면 좋아 보인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 그런데, 10,000 평방미터에 심은 감자를 일주일내에 수확하려면 ? 대략 하루에 2,000평방미터씩은 수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 늘어져서 실제로 수확하는 면적은 1,700 ~ 1,800 평방미터쯤 될 거다. 그러면 일주일에 맞출 수 있다. 마지막 수확하고 저녁에 비가 와도 안심이다. 그런데.. .하루에 2,000평방미터, 약 600평 ..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아 ? 트랙터나 경운기에 감자 수확용 쟁기 끌고 다니는 것 아니면 … 부부 2명이 일해서는 수확 못한다. 몇번 적었듯이 딱 그 한계가 대략 1,000 평방미터 정도다. 그러니 일용직을 쓰거나, 동네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러니까 대충,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 하루에 손 볼 수 있는 면적이 1,000 평방미터 정도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정도 노동력을 투입하면 작물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연간 2,500 ~ 3,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게 순이익은 아니다. 종자, 퇴비/비료, 각종 농약, 농기구, 농기계 임대, 일용직 임금 등을 빼고 .. 남는 돈은 아마 최대 300 ~ 500만원 정도가 될 거다. 실제로 먹고 살려면 이 돈의 10배쯤은 필요할 거고, 그러면 면적이 10배 필요하고, 그 면적이 10,000 평방미터 ..3천평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2022.04.01 akpil

논현동_이야기_26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34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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