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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13편

여태까지 귀농/귀촌/농사 와 관련해서 농사짓는 사람을 제외한 여러가지 내용을 수박 겉핡기식으로라도 알아보았다.

이제는 농사짓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람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내용이 있지만, 이번에는 몸 상태에 대한 거다.

농사는 일반적으로 중저강도 장시간 노동에 해당한다. 3 대 500 .. 이런 정도의 근력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요즘 시대에 어디 황무지를 맨몸으로 개간하고 .. 이런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필요할 땐 포크레인 며칠 부르면 된다. 작업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포크레인 한대의 작업량은 평균적인 인부 30명 정도에 해당한다. 30명이서 하루종일 삽질할 분량의 작업량이 포크레인 한대가 하루 일하면 된다는 얘기다. 거기에다가 포크레인은 지치지도 않고, 담배 피운다고 짱박히지도 않으며, 점심때 마신 막걸리 취기가 올라와서 일하다가 말고 밭고랑 사이에 쓰러져 자는 일도 없다.

강도가 가장 높은 경우가 아마도 퇴비/비료 포대 나르는 일이 될 거다. 그리고, 수확한 농작물을 어딘가에 담아서 밭에서 길이나 리어커, 수레, 트럭 까지 옮기는 정도 … 의 일이 있다.

퇴비/비료 포대는 20kg 이다. 그리고 이게 헬스장에 있는 바벨 등의 중량물처럼 손잡이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걸 적게는 몇십개, 많으면 몇 백개를 밭에다가 일정 간격으로 옮겨놓고 비닐을 찢어서 고르게 펼치는 일을 하게 된다. 작물과 농지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0 평방미터 에 30포대 정도 뿌리게 된다. 이걸 작물에 따라서 1년에 1번 하기도 하고 2번 하기도 한다. 보통 30 평방미터(약 10평)당 1포대 정도 뿌린다고 보면 된다.

내 경우에는 이 정도면 4시간짜리 일이다. 그 중 실제로 일하는 건 2시간 좀 넘는 거고, 왔다 갔다 하면서 한번 옮길 때마다 5~10분씩 쉬고, 길 가다가 만난 동네 형하고 수다 좀 떨고 .. 물도 마시고, 비료 옮기다가 페북질도 좀 하고 …

아마 처음 하면 하루 종일 하게 될 거다. 그중 3시간 정도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헉헉 거리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일 거다. 몸에 익으면 4,5 시간이면 충분하게 되고, 직업으로 삼게 되면 휴식 시간 포함해서 3시간이면 충분하다.

봄에 농촌을 지나다 보면 밭에 비닐 포대가 규칙적으로 드문 드문 하나씩 놓여 있는 게 바로 그거다.

20kg 짜리 중량물을 30번 짊어지고 짧게는 몇십미터, 길게는 몇백미터 옮기는 일이 되는 거다. 물론,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면 외발수레에 퇴비 5포대 싣고 밭 고랑/이랑 사이를 넘나들면서 옮길 수 있지만, 그건 내공이 1갑자는 쌓여야 가능하다. 보통 평지에서는 두발수레에 5포대 싣고 이동할 수 있고, 완만한 경사지에서는 3~4포대 정도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수확한 농작물이 담기는 바구니 (콘테이너 또는 콘테나 라고 부른다.고 했었다.) 에 감자나 고구마는 보통 20kg 정도 담긴다. 호박이나 옥수수 같은 건 10~15kg 정도 담긴다. 그 바구니는 튼튼하기 때문에 대략 3~4kg 정도다. 20kg 정도 담으면 실제로는 23~24kg 정도 담긴다. 며칠전에 감자 농사에 대해서 수확량이 1,000~3,000kg 정도 될 거라고 했었는데, 20kg 씩 담는다고 치면 50 ~ 150 바구니 정도 되는 거다. 25kg 짜리 중량물을 짧게는 몇십미터, 길게는 몇백미터를 50 ~150번 옮겨야 한다. 그것도 바닥이 불규칙한 곳에서 …

이거 여러번 옮기는 것 귀찮다고 30kg 씩 담으면 150번 옮길 거 100번만 옮기면 되겠지 ? 라는 생각을 실천하면 다음날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하루 더 일하는 게 낫지 …

이 정도 작업량이면 대략 2.5 ~ 3일 정도 일할 분량이다. 아마 처음하면 일주일쯤 걸릴 거다.

이런 경우 외에는 힘이 덜 드는 일을 장시간 하는 게 반복된다.

작물에 따라서 다르지만 주로 특정 동작을 반복하게 된다. 포도를 예로 들면 재배방법에 따라서 줄포도냐 천정포도냐에 따라 다르지만, 줄포도는 허리를 살짝 굽힌 상태에서 … 천정포도는 허리를 살짝 굽히고 고개는 45도 각도로 위로 들고 .. 의 자세에서 계속 일하게 된다. 당연히 이런 자세가 몸에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잘 쉬어줘야 한다. 욕심 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일하다가 힘들 것 같으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감자수확도 마찬가지다. 허리를 굽히든 쪼그리든 .. 계속 해서 괭이 또는 호미질을 해야 한다. - 물론 농기계가 있다면 조금은 편해지지만, 어쨌든 흙 밖으로 나온 것을 손으로 주워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절대로 무리하지 말자. 강도 50짜리 노동을 4시간하는 게 강도 100짜리 노동 2시간 하고 뻗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 좋은 건 강도 25 ~ 30짜리 노동을 8시간동안 하는 거다.

여기까지만 쓰면 좀 짧은 느낌이니까 … 작업 시간에 대해서도 좀 적어보자.

농촌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보통 해뜨면 밭에 나가서 일하고 있어야 하는 거다. 6월 21/22일쯤인 하지에 해뜨는 시간이 5시 10~20분 정도다. 이때쯤 밭에 나가서 일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왜 ?

해가 떠서 햇빛이 강해지면 일 못한다. 더운 건 둘째치고, 일사병 걸려서 쓰러져서 실려가게 된다.

대충 5월 하순~9월초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해 뜨는 시간 ~ 오전 10시, 기껏해야 11시까지고, 해가 어느 정도 넘어가는 4시쯤부터 해 지는 시간 정도까지 일할 수 있다. 그 중간에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 정도 비는데, 그때 휴식을 취하면서 낫이나 호미 날도 좀 갈고, 삽 자루 금 간 것 있으면 자루 바꿔 주고, 관리기 날 분리해서 사이에 낀 풀 빼주고 윤활유 확인하고, 전동 기구는 충전기에 꽂아두고 .. 시내에 볼 일 있으면 갔다 오기도 하고 …

이런 걸 한다.

해 뜨는 시간부터 일을 해야 하니 적어도 30분 ~ 1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밥 먹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빠르면 4시 정도, 늦어도 4시 30분 ~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아침 챙겨 먹고 (안 먹고 일하면 저혈당으로 실려간다.) 5시간쯤 일하다가 집에 들어와서 씻고, 정비하고, 볼일 보고 .. 16시부터 해지는 19~20시까지 3~4시간 정도 일을 더 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 먹고 전동 기구는 충전기에 꽂아두고 … 내일 아침 4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9시 뉴스 보다가 잠든다. (요새는 유튜브 …)

만일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재배를 하거나, 소나 돼지를 키우게 되면 또 다른 타임라인에서 일하게 된다.

노지에서 일을 해보면 알겠지만, 한 여름에 해가 뜨면 기온은 높지 않지만 햇빛 받으면서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충 오전 8~9시까지는 힘쓰는 일은 미리 미리 해둬야 한다. 햇빛 받으면서 힘쓰는 일 하면 쓰러진다.

위에서 자꾸 쓰러진다.. 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일하다가 갑자기 핑 돌면서 쓰러져서 119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오는 경우 많이 봤다. 대부분 경험이 부족한 초보이거나, 노인분들인데, 어느 정도 경험이 붙으면 위에 적은 것을 몸으로 알고 실천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한 여름에 농촌지역에서는 통/반장이나 이장이 돌아다니면서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소리지르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런 경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아 이장입니다.' 하면서 방송으로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에 많은 노인분들이 밭에서 일하시다가 돌아가시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거다. 욕심 내지도 말고 …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짓을 반복한다… 쩝..


2022.03.22 akpil

논현동_이야기_13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0:52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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