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만 꼽는다면 … 농지가 필요하다.
땅, 부동산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시나 구 등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10~20평방미터짜리 주말농장 텃밭 … 또는 누군가에게 임대료를 내고 빌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반드시 토지가 필요하다.
일단, 주말농장 텃밭은 제외하고 …
농지 임대차 계약부터 보자. 일단 .. 농지는 개인간에 임대차 계약을 할 수가 없도록 농지법에 정해져 있다. 합법적으로 농지 임대를 하려면 농어촌공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 정확히는 농지은행을 통해서다.
필요한 서류나 절차는 https://www.fbo.or.kr/index.do 에 가서 보면 된다.
가장 간편하게 농지 임대차 계약을 하는 방법은, 농지를 빌려줄 사람(임대인, 땅주인)과 농지를 빌릴 사람(임차인, 나) 이 함께 가까운 농어촌공사/농지은행 지사를 찾아가서 서류 작성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개인간에 직접 계약해서 싸인하고 돈 주고 받는 건 불법이고 무효다. 만일 임대인이 돈 받은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또 빌려주더라도 법적으로는 돌려받기 어렵다. (부당 이득이나 남을 속였다는 것에 대해서 민사는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 이건 몇년 더 걸릴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런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또 적지 않게 발생한다. 농지 임대해서 씨 뿌려놓고 다음주에 와보니 다른 사람이 갈아엎고 있다든가… 뭐 이런 거 … 말이다.
누가 귀찮게 저런 걸 하느냐 .. 대충 … 나 못 믿어 ? .. 이런 소리 하면 안하면 된다.
예전에야 (물론 지금도…) 동네 사람에게 막걸리 몇병 가져다 주고 “너네 밭 저기 .. 뭐 안하는 것 같으니 내가 3년쯤 할게 .. 대신 고구마 2박스씩 줄게.” .. 이런 게 가능했지만, 법적으로는 … 글쎄 ?
자.. 그렇다면 농지를 구입해야 한다.
농지를 구입하려면 그 절차가 다른 토지에 비해서 좀 복잡하다. 헌법에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농지법에 보다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자세한 건 농지가 있는 곳의 구청/군청/시청/동사무소/면사무소 등에 문의하자. 부동산에 문의하면 그 사람들은 다 된다고 하지만, 정작 책임은 지지 않는다.
뭘 문의해야 하느냐.. 하면 일단 농지를 찾아봐라. 위에서 말한 농어촌공사/농지은행 홈페이지에 가 보면 농지구하기/농지내놓기 등이 있는데, 거기서 검색을 해보라. 농지은행 홈페이지에 농지가격/동향 이라는 메뉴로 들어가면 임차료, 농지가격 등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이걸 참조하자. 하지만 .. 제대로 된 것 찾기 어려울 거다. 일단 그 지역 부동산을 찾아다니면서 물어보자. 몇곳에 연락처 남기면 계속 전화 올 거다. “사장님 좋은 땅이 나왔는데…” .. 그러니 2nd phone 은 하나 갖춰두어야 한다. 아니면 스팸처리를 잘 하든지 …
일단 농지를 팔려는 사람이 있어야겠지 ? 부동산을 수소문하든지 .. 해서 알아보자. 그 다음에 그 사람과 컨택해서 얼마에 팔 거냐 .. 뭐 이런 거 대충 협의한 다음에 … 구청/군청/시청/동사무소/면사무소를 찾아가서 “농지취득자격증명 (흔히 '농취증' 이라고 함)” 을 받으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문의하고 내가 이러 저러한 상태인데, 이게 가능하겠느냐 .. 고 문의하라. 기껏 다 해 놨는데 .. 농취증을 받지 못해서 토지 소유가 안되거나 설사 소유권 이전이 되더라도 농사를 짓는 것으로 인정 받지 못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농지를 취득한 다음에 등기소에 가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할 때, 농취증이 없다면 소유권 등기 이전을 할 수가 없다. 무슨 얘기냐면, 돈 다 줬고 세금도 다 냈는데, 내 명의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무조건 농취증을 받아야 한다.
농취증은 1,000 평방미터를 기준으로 나뉜다. (그래서 내가 계속 해서 1,000 평방미터 얘기를 하는 거다.)
농취증 신청 양식에, 취득자의 구분에 농업인/신규영농/주말,체험농장/법인 등 4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취득 목적에 농업경영/주말,체험농장/농지전용/시험,연구,실습지용 등 4가지로 구분되어 이다. 기존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농업인 에 표기하면 되고, 새롭게 농사를 짓는다면 신규영농 또는 주말,체험농장 에 표기하면 된다. 취득 목적도 역시 본격적으로 농업을 할 거라면 농업경영에, 일단 좀 해볼까 ? 라고 하면 주말,체험농장에 표기하면 된다.
여기서 주말,체험농장 이라는 용어가, 각 지자체에서 10~20평방미터 정도씩 제공해주는 주말농장과 혼동될 수 있는데, 그거 아니다.
농지 면적이 1,000 평방미터 이상이면 농업인/신규영농 이고, 그 이하면 주말,체험농장 이다. 라고 보면 된다. 다만, 이때 농지 면적이 “내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가 아니다. 자신이 속한 세대원 전체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합친 거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800평방미터짜리 농지를 구입해서 몇년간 해보고 적성에 맞으면 .. 이라는 생각으로 주말,체험농장이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저곳에 표기했는데, 알고보니, 아내 또는 본인의 고향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220평방미터짜리 작은 밭이 있었다고 치면 … 이때는 1,020 평방미터 가 되므로 800 평방미터짜리 농지 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럴 땐 신규영농, 농업경영으로 표기해야 한다.
일단 세대원의 농지를 모두 합쳐서 1,000 평방미터 미만이어서, 주말,체험농장 취득 자격이 된다고 하면, 필요한 서류가 복잡하지는 않다. 일단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 를 작성하고, 농업경영계획서 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된다. 1,000 평방미터 미만에서는 농업경영계획서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담당자가 구두로 물어볼 수도 있고, 양식은 저게 아니더라도 간단히 적어서 제출하라고 할 수도 있다. 거기에 들어가야 할 내용은 .. 영농경험(예 : 농사를 본격적으로 짓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도와 텃밭에서 … 로 작성), 영농 거리 (집과 농지와의 거리가 몇 km 라면 대충 걸어서 30분 거리라서 왔다 갔다 하면서 할 거다. 라고 하면 되지만, 거리가 멀면 어떻게 다닐 건지에 대해서 적어야 한다. 전에 말했는데, 대충 30km 이내여야 하고, 50km 가 넘어가면 인정받기 어렵다.), 영농 착수시기, 수확시기, 작업일정 (어제 얘기한 감자를 예로 들자면, 대충 2월에 퇴비 뿌리고, 3월 초에 밭 갈고, 3월 중순에 모종 심고, 그 다음주에 멀칭 비닐 씌우고, 일~이주일에 한번씩 잡초제거 하다가 6월 중순 무렵에 수확하겠다. 그리고 8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한번 더 이 턴을 수행하겠다 정도…), 농지취득자금 조달계획 (농지 가격이 1억원인데, 통장에 2억원 있어서 충분하다. 자 여기 통장 사본 .. 이면 되고, 통장에 돈이 없을 경우에는 지금 월급 받고 있는 회사에서 퇴직금 중간 정산해서 .. 라든가 .. 통장에 7천만원 있어서 3천만원이 부족한데, 이건 농협에서 대출 받을 거고, 어느 지금 누가 담당자다.. 지금 어디까지 얘기되고 있는데, 연 이율 몇 % 고 지금 받는 월급으로 5년간 1년에 600만원씩 갚을 거다. 라는 내용) .. 정도가 필요하다.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는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보자. 나한테 물어보면 밥을 사야 한다. (난 밥만 먹지는 않는다.)
2022년 5월부터는 1,000 평방미터 미만의 주말, 체험농장으로 농지 취득할 때에는 주말,체험영농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 내용은 위에서 얘기한 건데, 그동안엔 해당되는 서류가 없었는데, 담당자가 적당히 처리했다면 이제는 명확한 규정이 생긴 거라고 보면 된다.
이걸 다 제출하면 대충 3,4일, 길면 일주일 뒤에 농취증을 받을 수 있다.
1,000 평방미터 이상이라고 하면,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면 농업인과 농업경영에 표기하고, 이제 귀농/귀촌을 해서 새로 짓는 거라면 신규영농/농업경영 에 표기하면 된다.
그리고 … 서류가 좀 더 복잡해진다.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면 크게 복잡할 건 없다. 위에서 얘기한 주말, 체험영농 계획서를 조금 더 자세하게 쓰는 농업경영계획서에 몇줄 더 들어가는 정도고 (예를 들어서 기존에 어디 어디에 있는 3,000 평방미터에 사과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그 옆에 있는 2,000 평방미터 농지를 구입해서 사과 몇그루를 더 심을 거고, 필요한 농기계는 기존에 다 갖춰져 있어서 추가로 구입할 필요 없고 … 정도만 쓰면 된다.) 농지취득자금 조달 계획 역시 그리 어렵진 않다. 어차피 기존에 농사짓던 게 있으니까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을테니,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와 농업경영체 증명서를 같이 제출하면 된다.
신규영농이면 좀 복잡해진다. 일단 저런 서류를 작성해본 적이 없잖아 ? 농업경영계획서를 좀 더 잘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 영농경험, 영농거리, 영농 착수시기, 수확시기, 작업일정, 그리고 농지 취득 자금 조달 계획 … 이 좀 더 명확해야 한다. 신규 영농이어서, 아직까지는 농지를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업경영체 등록이 안되어 있을테니,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와 농업경영체 증명서.. 는 농지 취득후 바로 신청해서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면 바로 제출해야 한다.
아참, 2022년 5월부터는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업경영계획서가 경영계획서로 바뀌고 좀 더 빡빡해질 거다.
그리고 농지 규모와 관계없이, 자금조달 계획서와 관련해서 농업인이 추가로 농지를 더 구매하는 게 아닌 경우에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재직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농업인일 경우에 농협조합원 자격 확인 같은 걸 하기도 한다. (조합원의 경우 0.3~0.5% 정도의 우대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자 중간 정리하면,
1,000 평방미터 미만은, 농취증 신청 양식에 주말,체험농장 / 주말,체험농장에 표기하고, 간이 농업경영계획서 (2022년 5월 이후에는 주말, 체험영농 계획서) 를 제출하면 된다. 1,000 평방미터 이상은, 기존에 농사를 짓고 있었다면 넘어가고 … 신규 영농이면 신규영농 / 농업경영 에 표기한 후, 농업경영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고,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면 바로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와 농업경영체 증명서를 떼어다가 제출해야 한다. 농지 취득이 아닌 농지를 임대할 경우에는 반드시 농어촌공사/농지은행 을 통해서 농지임대차 계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농지를 취득했든지, 임대를 했다면 이걸 바탕으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있다.
이제 농지를 돈 주고 샀든지 빌리든지 했고,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했다. 이제 서류상으로는 농사를 짓는 게 갖추어졌다.
그러면 다음에는 뭘 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