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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집짓기_경험담_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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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해야 할 것

집을 짓다보면 극복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일단, 가깝게는 가족, 부모님, 친척들에게 설명하거나 설득도 해야 하고, 그게 어느 정도 되면 돈문제로 귀결되는 어디에 얼마만한 크기로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것, 그리고 건축업자, 땅주인 등과의 가격/사양/일정 등에 대한 줄다리기,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 설득하기, 동네 사람도 아닌 뜬금없는 사람들의 각종 민원,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는 간섭하거나 귀찮게 구는 공무원들, 하늘의 날씨 등 …

피해자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둘이 서로 섞여 있어서 애매한 경우도 있고, 서로 잘 되게 하자는 건데 의견이 달라서 충돌하고, 인허가권 가지고 질질 끌면서 뭔가 달라고 하는 사람들 상대하여야 하고, 공사장 입구에서 드나드는 트럭이나 차량 타이어에 묻은 흙 가지고 벌금 때리겠다고 하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없는데, 공사장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왔다고 구청에서 연락 오기도 한다.

집을 짓는 현장 근처에 뜬금없이 안 어울리는 아파트단지나 빌라단지가 있다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민원에 시달리게 될 거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돈내놔. 근데 딴데다가는 말하지 말고 나한테… 그러면 내가 단지 사람들 설득할 게” 라는 것도 알게 된다. - 대충 50% 정도의 확률로 당하게 된다.

집을 짓고 있는 현장에 갔더니 계약서와 도면과는 다른 자재가 있어서 어필해서 재공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도 아직까진 그런 건 없었는데,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매일 가서 사진 찍는다. 그 사진으로 매일 저녁이면 도면대로, 시방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다.), 이번에 아산 오피스텔 쓰러진 것처럼 자재 빼먹은 걸 잡아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건 그냥 가서 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알고 있어야 한다. 같은 30T 짜리 스티로폼 단열재인데, 어느 업체 것을 쓰는지, 그 업체 것은 성능이 어떤지, 콘크리트 타설할 때 시멘트, 모래, 자갈, 물의 비율은 어땠는지, 양생 기간은 제대로 지켰는지, 철근은 시방서에 쓰인대로 해당 규격의 철근이 제대로 제 위치에 들어갔는지, 등등 … 바로 앞에도 적어놓기는 했지만, 그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모르면 당한다.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 순간 거기서부터 당한다. 가격을 싸게 하는 것 좋다. 하지만,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에는 그만큼 무언가가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 이윤을 보장해주더라도 안 빼간다는 보장은 없다.

각종 민원은 어쩔 수 없다. 그냥 감수하고 대응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왜냐하면 민원을 받는 공무원입장에서는 일단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결 (여기서 해결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무원 입장에서 민원 처리 완료 결재를 받는 것을 뜻한다.)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민원이 어떤 것이든간에 일단 공사 현장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건축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내가 민원 넣을 때하고는 반대의 처지가 된다. 민원인에게 밥한끼 사주고 해결될 수도 있고, 잘 설명해서 해결될 수도 있으며, 만났더니 친한 후배여서 “야 두달만 참아.” 라고 뭉개고 넘어갈 수도 있고, 치고 받고 싸울 수도 있다.

나에게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집 짓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 가끔 올라오는 극단적인 사례를 읽다보면, 층간소음에 시달리며, 주차장에서 차 빼느라 아침마다 30분씩 차밀기로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하자 지적하면 부녀회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득달같이 와서 따지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사는 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말 그대로 극단적인 사례이니 너무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것들은 많이 남는다.

내 경우에, 들은 내용들을 정리하면,

구분 기간 내용
가족 3년 단독주택은 도둑이 잘 들텐데, 물 샐텐데, 나중에 집값 떨어질텐데, 옆집에 이상한 사람 있으면 어쩌지,
시장은, 애들 학교는, 밤 되면 무섭지 않을까, 쓰레기 배출은 어떻게 하지, 택배는 누가 받지 등등
본가 부모님 3일 돈은 있니, 병원은 가깝니
처가 부모님 일주일 목조 주택이라며 불나면 어쩌려구 ? 너무 시골로 들어가는 것 아니니, 잘 모르면 사기 당할 텐데 등
친척들 - 온갖 질문들 : 위의 내용들 다시 리바이벌
먼 친척 - 집 지을 때 고사 지내야 하는데, 손없는 날 이사해야 하는데, 등
지인들 일부 진행중 목조주택은 불안하니 콘트리트로 지어라, 목조 건물은 물이 생 수 있으니 외장재로 비닐을 둘러라
왜 그 업체에서 했냐, 평당 XXX 만원이면 바가지다. 미리 얘기했으면 반은 깎아줄 수 있었는데,
아는 건축가(또는 업체)가 있는데 거기서 하지…, 요새 스틸 하우스가 좋다는데, 등등
교회 일부 사람 진행중 집 지을 돈은 있고 헌금은 안내냐
기타 - 법무사 : 세금 덜 내려면 나한테 연락하세요. 부동산 : 지금 사시는 집 500 만원 더 받아드릴께요. 등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사실 저건 들었던 얘기의 1/10 도 안된다. 심지어는 나를 앉혀놓고 풍수지리에 대해서 30분은 넘게 설명한 거래처 사장도 있었고, 풍수지리에 따라서 집의 방향은 남쪽에서 약간 동쪽으로 15도를 틀어야 하는데, 지관을 소개시켜줄테니 … 라는 회사 기성님도 계셨고, 목조주택이라니깐 불난다며 지붕위에 수도 파이프 연결해서 불 나면 밸브 열어서 물 뿌리는 게 좋다. 그게 자기네가 보유한 특화된 기술이다. 라는 건축업자도 있었고 (근데, 그 소리 들은 게 작년 이맘땐데, 지금 그 사람 전화번호는 없어졌다.)

대부분은 좋은 뜻, 걱정해서 얘기하는 건데, 듣는 입장에서는 내가 아직 수양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한다. 특히나 이미 시장에서 사라진 기술을 최신인 것처럼 얘기하는 일부 지인들이나 먼 친척들은, 답이 없다. 그럴 땐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그걸 설명하다간 싸움난다. 대개는 '기껏 걱정해서 애기해줬더니 …' 라면서 짜증내게 마련이다. 근데, 그걸 듣는 입장에서는 '그건 이미 지겹게 들은 얘기고, 내 돈 들여서 집을 짓는데, 그 정도도 안 알아봤을 것 같냐' 라고 말하고 싶다.

이게 극복해야 할 것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족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렵다. 오죽하면 에버노트에 적어가며 문제점, 해결책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 설명하고 … 그래도 3년 걸렸다. 지금부터 집을 짓기로 생각했다면 조급하게 생각지 말고 장기과제로 생각하고 천천히 각종 건축자재, 업체, 공법을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2014/05/17 akpil

나의_집짓기_경험담_7편.1400330209.txt.gz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4/05/17 21:36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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