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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집짓기_경험담_7편

무엇으로 지을 것인가

앞쪽에서 집을 짓는 재료에 대해서 간단히 적은 게 있다. 건축학과나 토목학과에서 한학기나 1년에 걸쳐서 배우는 게 건축재료이고, 이것만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분야이다. 그러니 대략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만 적어보고자 한다.

주재료를 크게 구분하자면, 나무, 벽돌, 콘크리트가 있다. 그리고 부재료는 유리, 벽돌, 플라스틱, 석고, 비닐, 유리섬유, 스티로폼, 철(파이프, 철근) 등이 있다.

목조주택이라고 해서 콘크리트가 전혀 안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벽돌집이라 하여 나무가 안 쓰이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재료만 놓고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고… 따지는 건 사길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으로는 1편에서 구분한 것처럼 나눈다. 다시 한번 그 표를 가져와서 보면,

구분 장점 단점
경량목조주택 건축기간이 짧다, 짓기 쉽다, 친환경적이다. 단열이 좋다. 화재에 약하다.
중량목조주택 친환경적이다. 단열이 좋다. 전통양식으로 지을 수 있다. 화재에 약하다, 자재를 구하기 어렵다.
조적조주택 튼튼하다, 짓기 쉽다. 건축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단열이 좋지 않다.
콘크리트주택 튼튼하다, 건축기간이 짧다 유해물질이 많이 나온다.

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강 이렇다는 것이지 꼭 저렇다는 뜻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경량목조주택이 찬환경적이고 단열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싸구려 방부목에, 단열재를 쓰지 않는다면 유해화학물질 풀풀 풍길 것이고 여름이면 더워서, 겨울에는 추워서 못 산다고 할 것이다.

목조주택이 화재에 약하다고는 하지만, 콘크리트나 조적조주택도 내외장재를 무엇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화재에 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장단열재로 많이 시공하는 스티로폼을 콘크리트에 붙이고 다시 그 위에 나무 몰딩이나 석고보드를 붙인 경우라면 일단 스티로폼에 불이 붙으면 유독개스가 나와서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튼튼하다는 것도 어떻게 시공했느냐에 따라서 천양지차이므로 단정적으로 조적조주택이 목조주택에 비해서 튼튼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요새 노출콘크리트로 된 건물들이 많이 보이면서 개인주택도 노출콘크리트로 지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리고 싶다. 일단, 콘크리트라는 게 상당히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각종 내외장재로 둘러 싸야 한다. 거기에다가 공법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겨울철 지나면서 단열이 잘 안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돈 많이 들여서 단열쪽에 신경 써서 짓는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보다 자세한 것은 “노출콘크리트 주택의 단열”을 참조하면 좋다. http://www.phiko.kr/bbs/board.php?bo_table=z3_01&wr_id=314

여름철 더위, 겨울철 추위를 막으려면 단열이 잘 되어야 한다. 단열층이 두꺼우면 좋지만, 두껍기만 하다고 좋은 건 아니다. 단열이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공기'다. air … 단열은 결국 공기층을 어떻게 형성시키고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니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로 줄이겠다는 패시브하우스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이 공기의 흐름이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는 현재까지는 너무 비싸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사실 건축가를 만나서 '평당 건축비가 얼마에요 ?' 라고 하면 대부분 별로 좋은 소리 듣기 어렵다. 물론, 대놓고 싫다는 소리는 않는다. 이 얘기는 뒤에 하자.) 평당 건출비가 400 만원이나, 500 만원 정도는 들여야 그나마 제대로 된 단독주택(이번에 충남 아산에서 넘어진 오피스텔이 평당 350 만원 수준이었다고 하니 그 이하라면 어떤 집이 나올지 생각해 보라.) 인데, 패시브 하우스가 되면 1.5 ~ 2 배 이상을 곱해야 한다. 계산하기 편하게 40 평짜리 집이라면 1.8 ~ 2억원 정도의 건축비가 나오는 게 정상인데, 패시브 하우스가 되려면 최저 2.4 (= 40 x 400 x 1.5) ~ 4 (=40 x 500 x 2) 억원이 될 수 있다. 평균으로 잡으면 3.2억원이 된다. 2억원과 3.2억원의 차액은 1.2억원이고, 난방비, 냉방비를 계산해 보면,

구분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 10월 11월 12월
일반 40 30 25 20 10 15 30 40 25 25 40 40 345
패시브 15 10 10 10 10 10 10 10 10 10 10 10 130

차액은 연간 215 만원 정도다. 10년 이라고 해도 2200 만원이다. 1.2 억원이 되려면 60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쯤이면 아마 두번쯤은 다시 짓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단열이 잘 된다는 건 에너지비용을 아낀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집이 튼튼하게, 사람은 건강하게 별 문제없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열이 잘 되면 결로현상도 잘 안생기고, 결로현상이 없으니 곰팡이도 없고, 그러면 호흡기 질환 등도 별로 없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아이들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곰팡이 생기면 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에 산다면, 또는 지어진 지 오래된 집이라면 벽지나 그 뒤에 있는 석고보드를 뜯어볼 일이 있다면 뜯어보면 아마 기겁을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게 개인주택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지만, 아파트나 빌라는 공동주택이므로 그 해결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나혼자 보강공사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옆집, 윗집, 아랫집이 같이 해야 우리집에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으로 지을 것인가.. 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열이 얼마나 잘 되는 집인가' 와 연결된다. 포항공대 뒤쪽에 보면 스틸하우스단지가 있다. 단독주택단지인데, 철로 지은 집이다. 그런데, … 왜 스틸하우스는 많지 않을까 ? 결국은 돈 문제이지만, 그 돈 문제의 큰 이유는 단열문제다. 알다시피 철은 금속이고, 금속은 열전도율이 매우 좋다. 열전도율만 좋은 게 아니라 전기도 잘 통하고, 진동도 잘 통하며, 소리도 잘 통한다. 물론, 열이 직접 전달 안되도록 (철골 구조가 밖으로 노출 안되도록…) 설계를 잘 하고, 고유진동수를 흐트러뜨려놔서 진동이 잘 안되도록 하여 소리도 전달이 안되도록 하면 … 매우 좋은 재료이지만, 그렇게 하려면 비싸진다. 그러다보니 일단 스틸하우스는 비슷한 비용으로 짓는 집에 비하여 단열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결로 현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방음, 방수도 잘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다시 말하지만, 건축사나 건축회사에서는 이런 말 잘 안한다. )

위에 있던 표를 좀 확장시켜보자.

구분 구조 시공 거주 공간활용 유지보수
목조 내구성 양호, 장수명, 건조에 의한 수축 발생 기간 짧음, 자재 대부분 수입, 증개축 기간 짧음. 방음 불리, 방충/화재 등에 취약 공간활용 양호, 곡선형태 불리 유지보수비 많음.
조적조 저층건물에 적합, 단열,방수 정밀 시공필요, 줄눈방수처리 필요 (시멘트에 의한 백화현상 발생) 기간 길다. 동절기 공사 불가. 증개축 기간 길다. 방음 양호, 단열성 안 좋음, 내열성 좋음. 곡선형태 양호, 공간활용 양호 중간
콘크리트 장수명, 내화성 좋음. 기간 길다. 동절기 공사 불가. 증개축 기간 길다. 방음 양호, 단열 불리, 내열성 우수 다양한 형태 가능, 공간활용 양호 유지보수 간단
스틸 화재 등에 강함. 재활용 가능, 부식 주의 기간 짧음. 업체 수급 어려움. 증개축 기간 짦음. 방음 및 단열 불리, 내열성 양호 곡선형태 불리, 공한활용 양호 중간

대략 이렇다. 출처는 여기저기서 본 것을 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므로 100% 저렇다는 것은 보증 못한다. 그냥 일반적인 경향이 저렇다는 것이다.

어떻게 무엇으로 지을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하자. 나는 목조로 짓고 있다. 목조라고 해서 모든 게 나무는 아니다. 기초는 콘크리트이고, 외장재의 일부는 벽돌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얘기했던 “왜 건축사는 평당 건축비에 대해서 좋아하질 않는가.” 에 대한 얘기를 좀 적자면, 평당 건축비는 집을 짓고 나서 최종적으로 산출된다. 예를 들어서 40 평짜리 집을 2억원 들여서 지었다면 평당 건축비는 500 만원이 된다. 하지만, 어떤 집을 설계할 때, 구조, 면적, 재료 등에 따라서 다 달라지는데, 막연히 '이 집은 평당 400 만원에 맞춰서 지어주세요.' 하면 갑갑해 지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비유한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는 5만줄에 맞춰 주시고, 한줄당 100 원입니다.” 라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까 (이 비유를 얼마나 이해하려나…) … 그 한줄 이라는 것의 정의부터 해야 하고, 가독성을 좋게 할 것인지, 아니면 예전에 마이컴 등에서 가끔 컨테스트 했던 “한줄로 코딩하기” 처럼 한줄로 싹 몰아버릴 것인지 .. 등등 … 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건축사나 건축업체와 얘기할 때는 막연히 '평당 얼마' 가 아니라 이러 저러한 재료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총액은 얼마 정도 .. 라고 말하는 게 서로간의 빠른 소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 가격을 깍으면 단열재가 두번째로 줄어든다. 첫번째로 줄어드는 건 내외장재가 된다. 내외장재야 비 좀 새고 좀 덜 멋있는 정도이지만, 단열재가 줄어들면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워진다. 몇번 얘기했지만 바가지를 쓰지 않는 범위에서, 돈을 더 들이면 더 좋은 집이 나온다. 가격 협상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면 그 다음엔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2014/05/26 akpil

나의_집짓기_경험담_7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6/08/17 14:40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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