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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_집짓기_경험담_5편

어떻게 지을 것인가 ?

어떻게 짓긴 .. 잘 짓지 … 그런데, 어떻게 잘 ?

그 '잘'이라는 것부터 좀 정의를 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주어진 조건내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저렴하게, 별 문제없이, 원하는 기간내 .. 가 집을 '잘' 지었다는 것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내가 예산은 5천만원으로 잡아놓고 2억원짜리 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어진 집을 돈을 주고 사거나, 건설사에서 짓는 전원주택을 분양 받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집을 짓는 방법은 몇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딱 나누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 아참, 용어는 내가 그냥 붙인 것도 있고,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도 있다. 너무 연연해 하지는 말자.

  • 직영 : 내가 직접 건축가 선정하여 설계하고, 토지도 구입하고, 설비 업체 등 섭외하고, 관청 돌아다니면서 허가도 받고, 나중에 세금도 내가 계산하고 …
  • 직영 대행 : 현장소장을 한명 섭외해서 그 사람에게 일정한 급여를 제공하고, 그 사람을 현장에 상주 또는 근무하게 하는 것
  • 반 직영 : 토지 구입하고, 건축업자 등을 섭외하여 건축을 의뢰하였는데, 수시로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것
  • 외주 : 토지 구입하고 건축업자에게 건축을 의뢰한 후, 거의 찾아가보지 않는 것
  • 참여 : 건축업자가 토지구획해 놓고, 거기에 어떤 집을 짓겠다고 하는 것에 참여하여 설계 또는 자재에 자신이 의사를 반영하여 집을 짓는 것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흔히 말하는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대개는 반 직영 또는 참여에 해당할 것이고, 가끔 건축업체와 협의하여 외주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번 경험이 쌓이면 직영 대행을 하는 경우도 있고, 건축업체가 부도나서 부득이하게 직영을 하거나, 아니면 집을 지어보고 싶어서, 예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처음부터 직영으로 짓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어떤 게 좋다.. 뭐 이런 건 말하기 힘들다.

아마도 정말로 믿을만한 현장소장(“프리랜서” 라고도 한다.)을 잡는다면 직영 대행이 가장 속편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건축업체도 섭외하고 일정도 관리하고, .. 보통 건축업체 현장 소장급이나 간부급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이런 것을 대행해주고 있고, 대개 월 400 ~ 500 만원이고, 일반적인 단독주택 건축기간이 3 ~ 5개월 정도이니 많게는 2,500 만원, 적게는 1,200 만원 정도를 현장소장에게 지급하고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대행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점이 있는데, 정말로 믿을만한 현장소장을 섭외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장소장이 나쁜 마음 먹고 자재를 뺴돌리거나 비싼 거 쓴다고 해놓고 바꿔치기를 할 경우 .. 결국 그걸 내가 잡아내야 할텐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을만한 .. 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다.

여러번 집을 지은 경험이 있거나, 해당분야 인맥이 있어서 괜찮은 사람을 알고 있다면 직영대행도 괜찮을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건축관련해서 아는 사람이 중공업이거나 대형 건설사 플랜트 부분쪽이어서 이건 불가능하다. 또한, 만약에 나중에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응방법이 애매해진다는 점도 큰 문제점이다.

자신은 서울에 있고, 경기도권을 벗어난 곳에 전원주택을 짓는 경우에는 대부분 외주 또는 참여인데, 현장 방문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외주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지만 외주로 집을 짓는 경우, 힘들더라도 일주일에 한번, 못 가더라도 2주일에 한번은 직접 현장에 가서 체크해 한다. 그리고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사항도 있는데, 그건 뒤에서 다시 정리하자. 내가 내 돈들여서 짓는 집이다. 꼭 체크하자.

그럼 건축의 어떤 단계에서 꼭 체크하여야 할 것인지는,

단계 항목
땅을 판 깊이, 토질(암반, 마사토, 진흙, 모래 등), 습기, 파일 깊이, 지하수, 땅속의 유물 등
기초 시멘트 양생, 단열재, 수도, 하수도 등의 배관 등
골조 기둥, 각 코너가 제대로 맞물리는지, 목재일 경우 제대로 맞물렸는지 등
창문 창문틀과 연결되는 분분의 단열, 방수, 몰딩 처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등
단열 단열재가 제대로 들어가고 빈틈없이 연결되었는지, 공기층이 제대로 형성되었는지 등
방수 화장실 바닥, 벽, 천장, 건물 외벽, 천장, 바닥에 방수포가 제대로 들어갔고, 빈팀이 있는지 등
전기 전선이 까진 것은 없는지, 누전되거나 빼먹은 콘센트 부분은 없는지, 합선 위험성 등
난방 보일러 배관이 같은 간격으로 바닥에 설치되었는지, 눌리거나 찌그러진 곳은 없는지, 빼먹은 곳은 없는지 등
벽채 단열층이 제대로 되었는지, 두께는 적어도 25 cm 이상인지, 창문 부위는 말끔한지, 각종 파이프나 전선이 다니는 곳에 마감처리는 깔끔한지 등
지붕 두께, 단열, 방수 등

땅속의 유물 ? 그게 뭔데 할텐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5130600015&code=960201 이런 경우다. 좋은 건지 아닌지는 각자의 가치관에 맡긴다.

대략 이 정도로 정리하였는데, 사실 더 많다. 하여간에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예를 들어서 기껏 지어놨는데, 전기라인이 어디로 다니는지를 몰라서 (물론 도면이 있겠지만 …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도면대로 되어 있다는 보장도 없다.) 벽에 못 하나 박을 때도 한참 찾아보아야 한다거나, 에어컨 설치하려고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뚫다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보일러 배관이 그쪽으로 지나가서 벽이 온통 물바다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내 눈으로 꼭 확인하여야 한다. 난 평균 이틀에 한번꼴, 요새는 하루에 한번꼴로 현장을 방문하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렇게 하니깐 건설업체측에서도 전화 걸면 응대하는 것이 다르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정말로 바빠서 못 간다면 적어도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자. 그것도 한장이 아니라 한 곳을 여러 각도에서, 그리고 적어도 1 미터 간격으로… 그리고 전기 배선 관련 마감 공사할 때와 창문 관련 공사할 때는 꼭 가보자. 창문같은 경우는 창문틀 올려놓고 며칠 지나서 몰딩을 붙이는 방식으로 보통 진행하는데, 몰딩 붙일 때 가서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한다. 몰딩이 잘못되면 창문틀과 그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나무틀 또는 콘크리트와 틈새가 발생하여 외부와 연결되기 때문에 겨울에는 그 틈새 주변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결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목조건물에 결로 현상이 발생하면 … 심각하다. 또한, 난방효율도 떨어진다.

집은 짓고 있는데, 펠트가 뭐고 패드가 뭐고, 루바 마감이 뭐고, 슁글은 또 뭔지, … 모르겠다면 구글 등의 검색엔진에서 검색하고, 어느정도 감이 오면 건축 사무소나 건설업체로 전화 걸어서 물어보라. 친절히 답해준다. 그러면서 '저희가 시공하는 재료는 다른 회사 꺼랑 다르게 어쩌구 저쩌구…' 라는 약도 같이 팔텐데, 그건 그냥 맞장구 쳐주면 된다. 그리고 그 자재를 다시 검색하거나 다른 곳에 물어봐서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별로 좋은 게 아니다 싶으면 빨리 바꾸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도면으로는 괜찮아 보였는데, 화장실에 샤워 부스를 설치하는데, 압축 또는 강화유리라면 빨리 떼어내거나 테두리에 보강을 하는 게 좋다. 언제 깨질지 모른다. 물론 안 깨지면 좋다. 대부분 안 깨진다. 하지만 깨지면 크게 다친다.

사람마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나는 집안에 석재가 있는 걸 좋아하질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현관이나 거실벽을 석재로 마감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그 석재가 무해한지, 파손시 파손 양상은 어떤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돌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성이 매우 다양하다. 그냥 단순히 '대리석 마감' 이라고만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한번 확인해 보라. 겉으로는 대리석이지만, 실제로는 돌가루를 압축해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대리석이라고 했는데, 몸체는 플라스틱이고 겉에만 대리석을 얇게 발라서 붙인 것도 있고, 플라스틱인데, 대리석과 육안으로 거의 구분이 안되는 것도 있다. 그것을 알고 설치한 것과, 대리석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플라스틱이라면 … 물론, 다시 재공사 또는 재시공, 수리 등을 하겠지만, 만만치 않은 수고와 시간, 싸움이 기다릴 수 있다. 그러니 꼭 확인하자.

단열재 역시 마찬가지다. 석면이 발암물질로 결정되면서 유리솜이나 유리섬유가 대신 들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단열성은 좋은 편이지만, 인체에 유해하며, 건강에 좋지 않다. 물론, 건축업자들은 대부분 실링을 잘 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얘기하지만, 에어컨 설치 또는 나중에 케이블 방송 추가 설치, 인터넷 라인 설치 등으로 벽에 구멍을 내야 할 경우라면 그런 실링은 다 깨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실리콘으로 마감을 잘 해준다고 해도 유리섬유를 감싸고 있던 외장부분에 구멍이 뚫리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유리섬유는 벽채안에 분진형태로 계속 유출되고 기류를 타고 다니다가 외부로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유리섬유는 쓰지 말자.

만약 현장 방문을 안한다면 벽 속에 유리섬유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대리석 마감이라고 얘기한 게 알고보니 플라스틱일 수도 있다. 대리석 마감 정도라면 한바탕 싸우고 재공사하면 어떻게든 해결 가능하지만, 단열재로 유리섬유가 쓰였다면 집을 다시 지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꼭 현장 방문을 하자. 그것도 가능하다면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방문하자.

여기까지 읽었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낄 것이다. '감리'는 뭐하고 있는 거야 ? 라는 건데 .. 먼저 감리는 반드시 해야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응 ? http://www.law.go.kr/%EB%B2%95%EB%A0%B9/%EA%B1%B4%EC%B6%95%EB%B2%95%EC%8B%9C%ED%96%89%EB%A0%B9/ 건축법시행령 제19조에 공사감리에 대한 내용이 있다. 한번 읽어 보자. 예전에는 연면적 100 평방미터 (대략 32 평) 이하라면 감리가 면제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개정되면서 안 보인다. 이게 어디 따로 조항이 있는 건지, 아니면 모든 건축물은 감리를 받아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 경우는 전원주택 단지이다보니 감리사가 한명 나와 있다. 그런데, 잘 안 보인다. 상주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건축업체 소속인 건축가가 설계하고, 그 업체에서 건물을 짓고, 또 감리도 한다. …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 제대로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역시 많다.

며칠전에 충남 아산에서 오피스텔이 완공직전에 기우는 경우가 있었는데, 감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적으로 해야 하니깐 하는 거지, 제대로 하는 경우는 로또 3등 당첨될 확률 정도가 아닐까 싶다. https://www.google.co.kr/?gws_rd=cr&ei=ok9zU8jPEIewkgWix4DoAg#newwindow=1&q=%EC%95%84%EC%82%B0+%EC%98%A4%ED%94%BC%EC%8A%A4%ED%85%94+20%EB%8F%84

이렇게 때문에 직접 건축주가 다니면서 확인해야 한다. 물론, 일하시는 분들께 감시한다는 느낌을 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음료수나 간식거리도 가져다 드리고.. 그러면 그분들도 아무래도 신경써서 짓는다. 그리고 현장에서 문제가 있는 게 눈에 보이면 그분들께 말해봐야 별로 좋을 건 없다. 건축사무소로 전화해서 얘기하자. 물론, 증거는 남겨야지.. 사진을 찍자. 내 경우는 그냥 처음부터 사진을 찍어댔다. 마치 사진이 취미인 것처럼 … 이제는 “우리 사장님 또 사진 찍으러 오셨네..” 라고 하면서 반기신다. (근데, 내가 무슨 사장이라고 … 나보다는 간식을 반기시는 것 같은데… )


2014/05/14 akpil

나의_집짓기_경험담_5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4/10/10 08:07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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