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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_이야기_22편

실제로 농사를 짓게 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이 뭘까 ?

힘이 들어간다 ? 돈이 없다 ? 뭘 심어야 할지 모르겠다 ?

이것도 장벽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퇴비나 비료를 얼마나 뿌려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거다. 질소, 인산, 칼륨 .. 이라고 NPK .. 가 비료의 3대 성분이다. 라는 건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 실제로 그게 어디에 어느 정도 들어 있고, 가격은 얼마고, 어디서 구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막연히 농협이나 어디 가면 살 수 있겠지 .. 정도… 그리고 그 가격이 비싼 건지 싼 건지도 모르겠고 …

질소, 인산, 칼륨 … 만 있다고 될까 ?

아니지 .. 칼슘, 마그네슘, 황, 7대 미량원소(철, 망간, 구리, 아연, 몰리브덴, 붕소, 염소) .. 그 외에도 실리콘도 필요하다. 그리고 또 …

당연하지 않은가 ? 식물도 생물체다.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만큼 다양한 성분이 필요한 거다. 이걸 공급받아야 제대로 클 수 있다.

이게 어느 비료에 얼마씩 들어있고 … 어느 작물은 뭐가 더 필요하고, 어떤 건 뭐가 과다하면 안 좋은데, 모자라면 병충해에 약하니까 주의해야 하고 … 이런 것까지 여기에 적기엔 내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다시 말하지만, 내가 잘 아는 건 포도 종류이지 다른 건 일반적인 수준은 알아도 깊기는 모른다.) 안다고 해서 그걸 얘기해봐야 … 현재로서는 관심도 없을 거다. - 이거 계산식이 의외로 복잡하다. (어렵지는 않다. 단순한 사칙연산 수준이다.)

다시 N-P-K 로 돌아가면, N 은 줄기, K 는 뿌리, P 는 열매에 주로 관여한다.

비료 포대 앞에 21-17-17 이런 식으로 숫자가 쓰여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게 % 다. 질소 - 인 - 칼륨 이 21% - 17% - 17% 들어 있다는 얘기다. 보통 비료 한 포대가 20kg 이니까, 각각 4.2kg, 3.4kg, 3.4kg 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이걸 바탕으로 이 밭에 얼마나 많은 비료가 필요한지를 계산할 수 있다. - 여기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질소가 4.3kg 이 들어 있다는 게 아니다. 질소가 포함된 성분(주로 요소…)가 4.3kg 이고, 인이 3.4kg 이 아니라, 주로 인산염(또는 용과린) 형태로 3.4kg 들어 있다는 얘기다. 칼륨 역시 염화칼륨 형태로 3.4% 이다.

아주 거친 계산이지만 … 아주 단순화 시켜서 예를 들어보자. 앞글에서 옥수수를 키웠다고 했잖아 ? 그 해에 수확한 옥수수 중량이 340kg 이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P(인) 성분이 340kg 에 해당하는 만큼 투입되어야 한다는 거다. 20kg 짜리 한포대에 인(P)이 3.4kg 들어 있다고 했잖아. 20kg 짜리 100 포대 뿌리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아니다. 계산식이 이렇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다.)

옥수수의 표준시비량은 100평방미터당 요소 14.5kg, 인산 3.0kg, 칼륨 6.0kg 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작년에 옥수수 심을 때 찾아본 자료다.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된다. 그래서 얼마만큼 필요하다고 ? 나도 모르지 .. 그 밭의 흙 상태, 옥수수를 얼마나 많이 심을 건지, 비료 성분 중 뭐가 부족하고 뭐가 남는지도 모르는데 … 그걸 내가 어찌 알겠냐 ?

자 .. 어떻게 하지 ? 간단하다. 밭에서 반삽 정도씩 몇 곳에서 떠서 각기 다른 비닐봉지에 담은 후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줄여서 품관원)에 가서 분석을 의뢰해라. https://www.naqs.go.kr/ 여기에 들어가서 기관소개 - 소속기관으로 들어가면 시험연구소와 각 지역별 지원들이 나오는데, 거기 나오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면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다.

가까우면 흙을 가져다 주면 되고, 멀면 포장 잘 해서 택배로 보내면 된다. 빠르면 2주일 정도, 오래 걸리면 3,4 주일 정도 뒤에 분석 결과가 나온다. 어느 성분이 많고 뭐는 부족하고 … 이런 거 …그러면 그 자료를 가지고 다시 품관원에 물어보면 … 어떤 작물을 키울 건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라고 하면 뭘 얼마 뿌리고 … 이런 거 알려준다. 아 이거 하려면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으면 된다.

간단하지 ?

자 그런데, 위에 적은 것을 보면 .. 질소는 요소, 인은 인산이나 용과린, 칼륨은 염화칼륨 형태라고 했다. 많은 경우 어떤 염(salt, 소금 아니다.) 형태의 화합물로 되어 있고, 이런 염은 주로 산성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료를 많이 뿌리면 땅이 산성화가 된다.

그래서 … 농협에 가서 비료 신청하면 그걸 다 기록해두는데 … 수확하고 나면 농협에서 연락오는 경우가 있다. 올해 비료를 얼마 뿌렸으니 석회를 얼마 뿌려야 하니깐 살 거냐고 … 석회 성분에 따라 다르고, 밭이냐, 논이냐, 과수원이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0평방미터당 5 ~ 15포대(20kg) 정도 범위 내에서 뿌리면 된다. 이것도 얼마나 뿌려야 하느냐고 ? 위에 품관원 얘기를 했는데, 여기서 알려준다. 지금 토양의 pH 가 얼마이니까 얼마씩 뿌리라고 …

그러면 이걸 어떤 순서로 뿌리느냐 하면 …

  1. 석회 비료 뿌리고 골고루 펴준다.
  2. 적어도 2, 3주 기다렸다가 비료 뿌리고 골고루 펴준다.
  3. 퇴비는 괜찮지만, 위에 적은 N-P-K 비료 같은 경우는 석회와 함께 뿌리면 둘이 반응해서 땅속으로 중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2번과 같이 시간을 둬야 한다. (퇴비도 웬만하면 시간 뒀다가 뿌리자.)

텃밭삼아서 할 때는 신경 안 쓰던 건데 … 하나가 늘었다.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다.

그러니까 가을과 봄에 퇴비나 비료 뿌린다는 말은 퇴비나 비료만 뿌린다는 얘기가 아니라, pH 등을 분석해서 필요하면 석회를 먼저 뿌리고 2,3 주 뒤에 뿌린다는 얘기와 같다고 보면 되는 거다.

그리고 지금 설명할 건 아니지만 … 이 단계에 추가될 게 또 있다. 이건 본격적으로 농사짓는 거 하면서 적당할 때 끼워넣겠다. (스포일러 방지용)


2022.03.30 akpil

논현동_이야기_22편.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2/05/25 11:28 저자 ak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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