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했는데, 집을 짓으면서, 공사 과정에서, 각종 행정절차 등을 진행하면서 해서는 안되는 것을 몇가지 정리할까 싶다.
대출을 받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안 받고 집을 짓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무리하지 않은 것일까 ?
TV 에서 채널 돌리다가 보면 나오는 XX캐피탈, XX머니 .. 이런 곳에서는 돈 빌리라고 계속 거의 세뇌를 시키다시피 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갚을 수 있는 것처럼, 신용등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 하지만, 단 1개월 무이자 라는 말에 현혹되어 몇만원, 몇십만원이라도 대부업체 등을 통해서 대출을 받아 보면, 그 다음부터는 제1금융권(대부분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기가 어렵거나, 이자율이 상당히 올라간다.
그럼 어느 정도가 무리하지 않는 걸까 ? 직장인이고, 그래도 월급은 끊이지 않고 나온다고 가정하면,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월소득의 20% 이하라면 그래도 아끼면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출 상품들을 살펴보면 적지 않는 주택관련 대출이 거치기간이 있다. 말 그대로 원금은 안 갚고, 이자만 갚는 기간이고, 거치기간이 지나면 이자 + 원금의 일부를 꽤 오랫동안 갚아야 한다. 이 거치기간은 절대로 소비자에게 좋은 게 아니다. 예를 들어서 3년 거치, 7년 상환 조건의 대출 상품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10년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초반 3년간은 이자만 갚으니 그 부담이 크지 않다. 하지만 3년 1개월째부터는 이자 + 원금을 갚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3년간은 분명히 열심히 돈을 갚았는데, 원금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상태다.
거치기간은 과거에 집값이 내버려두면 올라갈 때, 그러니깐 1억원짜리 집이 2년 뒤에는 1.5 억이 되어서 집을 팔면 이자 + 기타 비용 등을 합친 것보다 집값이 대출원금보다 많아져서 무리없이 갚을 수 있을 때에는 그럭저럭 좋은 상품이었다.(그 부담을 그 다음에 집을 사는 사람에게 떠넘긴다는 점이 큰 문제다. 결국 이런 폭탄돌리기가 계속 되고 있다.)
아주 부득이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어지간해서는 거치기간이 없는 대출을 받는 게 좋다.
그런데, 대출을 많이 받고도 월소득의 20% 이하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환기간을 쭉 늘리는 거다. 20년, 30년 .. 이런 식으로… 그런데, 그때까지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아니 정확하게는 끊기지 않고 소득이 들어온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 당장 두달만 이자 못 갚으면 은행에서 난리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한달 정도는 직장만 확실하다면 경고만 하고 넘어가는 운좋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 역시 봉황이나 기린(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아프리카 출신 기린 말고 동양 전설에 나오는 기린…) 을 만나는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 .. 조금 더 지나면 집에 차압 딱지 붙는 걸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대출을 받지 말고, 대출을 받는다면 거치기간없이, 그리고 원금 + 이자를 갚는데, 월소득의 20% 이하, 기간은 3 ~ 5년 내에 갚을 수 있는 정도까지가 한계치라고 본다. 그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당분간은 집을 짓는다는 생각을 접는 게 낫다고 본다. 나 역시 5년 넘게 기다렸다.
건축업자 또는 건축사 등이 신기술이 어떻고 저떻고 … 그냥 돈 수억원 내고 베타테스터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나 각 포털 사이트에서 전원주택 관련해서 나오는 기사나 블러그에서 이런 공법으로 지어서 열효율이 어쩌구 저쩌구, 단열성이 좋고 .. 뭐 이런 것이 있다면 그 공법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도입된 지는 얼마나 됐는지, 시공경력은 몇년이나 됐는지를 다시 한번 찾아보라. 적어도 10년 이상된 기술을 적용해라.
신기술 도입했다고 지은 집에 들어간 사람 치고 후회 안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가끔 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작업하시는 분들과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분들께는 음료수, 빵이라도 사다 드리고, 문제는 적어도 현장 책임자급이상과 얘기해서 풀어야 한다. 현장에서 싸워봐야 그 손해는 고스란히 나한테 온다는 점을 명심해라. 뭔가 도면과 다르다거나, 틈이 없어야 할 곳에 틈이 있거나, 벽 두께가 30 cm 라고 했는데, 재어보니 25 cm 여서 핑크 스티로폼 한겹 빼먹은 것 아니냐고 현장에서 따져봐야 좋은 건 없다. 자를 대고 벽 두께 측정하고 사진 찍어서 현장 책임자급 이상과 얘기하자.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화통하다, 통 크다. 라는 소리를 듣는 거다. 업체 담당자가 “사장님 통 크게 생각하시고 도장 찍으시죠.” 라는 말은 “나는 너를 뜯어먹고 벗겨먹고 덤태기 씌우겠다.” 라는 말과 동격이다. 계약서는 단어 하나, 조사 하나 하나 다 뒤져서 읽고, 조금이라도 의심쩍은 것은 그 의심이 풀릴 때까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애매한 단어나 문구는 지나가던 행인 43 정도에 해당하는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그 뜻이 명확하도록 고쳐야 한다. 계약서에서 가장 애매한 구절의 대표적인 것이 “협의하여 ~ 할 수 있다.” 라는 거다. 일단 협의라는 것은 계약 당사자간에 얘기만 하면 된다. 합의는 당사자 간에 서로 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협의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 할 수 있다.” 라는 구절은 “~~ 까지 ~~ 해야 한다.” 가 되어야 한다. 기간을 반드시 명시해라.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리고, 그 기간이 지나면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도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하라. 예를 들어서 8월 31일까지 사용승인 받고, 9월 1일에는 입주가 가능하도록 모든 절차를 건축업체쪽에서 진행하도록 계약서에 썼다면, 하루 늦어질 때마다 얼마씩 페널티를 낸다. 라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친척 또는 지인 중에 건축업하시는 분이 있다고 하여 그분께 맡기지 마라. 반드시 하자는 발생하게 마련인데, (몇번 말하지만, 하자 없이 집을 짓는다는 건 길가다가 봉황을 만날 확률보다 낮다.) 나중에 싸우고 명절때 보면 서로 아는 체도 안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을 통해서 집을 지어라. 문제가 생겨도 별다른 부담없이 싸울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고모부가 건축업을 하셔서 집을 지어달라고 했는데, 도면에는 30 cm 짜리 벽인데, 실측하니 20 cm 라고 해서 다시 지어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개는 “아 괜찮아. 내가 집을 수백채 지어 봤는데, 여태까지 문제 생긴 적 한번도 없었어.” 라는 말을 들을 확률이 95% 이상이고, 겨울에는 벽에서 얼음 얼고, 봄 되면 그게 녹아서 물 흐르고, 여름에는 곰팡이 필 수 있다. 물론, 좋게 잘 지어주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
이 글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말라. 그냥 이런 경우가 있다고 참조만 해라. 어디까지나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다.
2015/03/05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