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협상, 계약

집을 인터넷에서 USB 메모리 사듯이 다나와에서 최저가 검색하고, 사양 찾아보고, 배송료 확인해서 살 수 있다면 꽤 편할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동산 114, 각 포탈 사이트마다 부동산 관련 내용은 있지만, 그건 참고용일 뿐이다.

건설업체든, 건축사든, 허가방, 부동산, 법무사와 계속 협의하고, 그렇게 도출된 의견으로 계약서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야 비로서 일이 진행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된 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서화 되어서 서로 도장 찍은 것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반드시 모든 것은 문서화하고 서로 도장을 찍거나 적어도 책임자의 싸인을 받아야 한다. 내 경우는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돈과 관련된 건 반드시 업체 직인과 내 직인을 찍어야 하고, 간단한 사양을 변경하는 건 건축회사 부장의 싸인과 내 싸인과 날짜가 같이 쓰여 있어야 진행된다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했었다.

다시 간단히 말하자면 말로 얘기한 건 믿지 말라는 얘기다. “아 내 말 못 믿어 ?” 라고 한다면 “응” 이라고 해주면 된다. 막말로, 이제 처음 본 사이에 몇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 뭘 믿고 그 돈을 당신에게 맡겨서 일을 진행하겠는가 ? 부자지간에도 돈 거래는 차용증서를 써야 하는 마당에 …

예를 들어서 토지 + 인입 + 건축 + 각종 행정비용 + 취등록세 등 부가세 등 모든 세금 포함하여 3억원으로 합시다. 라고 말로 얘기해놓고 계약서를 쓸 때보면 슬쩍 뭔가 한두개씩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에서 부가세 별도라는 말이 없다면 부가세 포함으로 갈음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부가세 포함이라는 말을 넣는 게 좋다. 안 그러면 3억원이 아니라 3.3 억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협의, 협상할 때 오간 내용을 어떻게 계약서에 반영하게 할까 ? 대개 상당히 두루뭉수리하게 작성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로 그러지 말자. 그런데, 협상할 땐 열심히 얘기하지만, 정작 그것을 문서로 쓰려면 또 뭘 얘기했었지 ? 라고 혼동이 온다. 그리고 또, 서로 기억하는 게 다른 경우가 많다.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얘기하면서 계속 적어라. 그리고 녹음하면 된다. 요새 핸드폰에는 녹음기능이 대부분 들어 있으니 녹음하면 된다. 그리고 작은 수첩 말고 A4 싸이즈의 큰 노트 한권 들고 다니면서 계속 적으면 된다. 적는 걸 뭐라고 하면 … “아 머리가 나빠서 금방 까먹어서요.” 정도로 말하면 된다. 그리고 계약서 쓸 때 노트보면서 문구에 반영하면 된다. 그러면 함부로 못 대한다. 이렇게 해도 한두개씩은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는 ……..

노트에 적고,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가방속에 있는 소니 미니테이프로 녹음했다. 이렇게 해도 말로 얘기할 때와 계약서 쓰려고 하면 말 바꾸는 건설업체가 몇군데는 됐고, 심지어는 계약서도 없이 돈부터 달라는 곳도 있었다. 지금 저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으니 빨리 입금하라고, 아침에도 두명 다녀갔으니 늦으면 니가 손해니깐 빨리 입금해라, 그래야 일이 진행된다는 식의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던 곳도 있었다.

건축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그리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라서,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여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빡빡하게 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느 정도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조차도 계약서에 들어 있어야 한다. 입주일을 12월 1일 이라고 못 박아도 되겠지만, 11월 20일 ~ 12월 10일 사이에 한다. 라는 식으로 해두는 게 낫다고 본다. 여름에 장마가 길어져서 일정이 늦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자금 마련이 늦어져서 입주가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업체, 업자에 따라 다르다. 착하고 좋은 업자라면 말로만 얘기했어도 모든 것을 지키는 경우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난 여태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그런 업체/업자를 본 적은 없다.


2014/11/27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