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한 2년 좀 넘게, 거의 3년전에, 그러니깐 대략 2011년 여름부터 집짓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해 가을부터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또는 회사에서 퇴근하면서 어디가 좋을지 내 활동영역을 중심으로 하여 돌아보기 시작했고, 겨울 지나서 봄 되면서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동서로는 이천에서 화성까지, 남북으로는 하남에서 안성까지 돌아다녔다.

그리고 2014년 3월에 우연히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서 괜찮은 곳을 발견했고 8월 초에 이사를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번 일을 벌이면서 있었던 일들을 몇개 적어보자.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집사람이 2월말쯤에 길을 가다가 기초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나한테 얘기했고, 2년쯤 전에 봤던 곳인데, 별것 없었는데 ? 싶어서 한번 더 가 보니 전원주택 분양한다고 쓰여 있었다. 2년 반쯤 전에 지나가면서 볼 땐 구획만 쪼개져 있었고, 2년쯤 전에는 고급(까지는 아니고, 대면적이어서 비싼..) 주택을 짓고 있었는데, 그게 비싸서 사람들이 잘 안들어와서 그런지 쪼개서 분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2월말에 가서 보니 큰 집 2채와 그 반정도 되는 집 3채가 지어져 있었고, 3채를 지을 기초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뒤쪽집이 위치가 좋아 보였고, 플래카드에 걸린 번호로 전화 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일주일쯤 뒤에 현장에서 도면을 보면서 얘기하기 시작했고, 약 한달 반쯤 걸쳐서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리고 노트와 구글 스케치업에 끄적여놨던 도면과 업체의 도면을 비교하고 몇개 추가하고 뺄 건 빼고 (빼긴 뭘 빼고 추가하긴 뭘 추가하나.. 면적이 뻔한데.. 그냥 위치 좀 바꾸고, 사양 정리하고, … ) 4월 초쯤에 대략 이렇게 합시다하고 합의하고, 가격 협상에 들어가서 2,3 주쯤 튕기기도 하고 앓는 소리도 하고 … 과정을 거쳐서 4월 하순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었다. 이제부터 여긴 내가 신경써야 할 곳이 된 거다. 그 와중에도 기초 공사, 인입공사는 계속 진행중이었다. 그래서 3채 중에서 제일 뒤에 있는 우리집만 디자인이 많이 다르다. 겉모습 뿐만이 아니라 내부 구조도 많이 다르고, 또 업체에서는 내가 제시한 의견을 반영하여 앞 두집도 많이 바꾸었다. 이거 .. 설계비용 받아야 하는데…

계약서에 쓰인 원래 일정대로라면 7월 25일 전후해서 끝났어야 한다. 끝난다는 것은 등기까지 완료하여 내 이름으로 명의가 넘어오는 것을 말한다.

7월 중순 어느날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준공검사(공식명칭은 사용승인)랑 등기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건물/토지 명의를 누구로 하겠느냐고 … 부부 공동명의로 하겠다고 하고 몇가지 서류들 (민원 서류에 항상 포함되는 초본, 등본, 인감, 등등 ..) 넘기고 몇개 더 작성하여 제출하기로 했다. 보통 사용승인에 1,2 주일, 등기는 3,4 일 정도 걸린다고 했고, 그래서 며칠 지연되지만 8월 초면 된다고 했다. 뭐 그 정도 지연되는 거야 이해할 수 있다.. 하고 제대로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 며칠 지났는데, 업체 사장이 저녁에 갑자기 나를 보잔다. .. 그러자고 하고 만났는데… 건축사랑 사장이 같이 나와서 하는 얘기가…

“집 위치가 건축허가 받은 것하고 달라서 설계변경부터 해야 하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뭐 ?

그러니깐 건축허가 받을 때 집을 짓겠다고 한 좌표가 (X,Y) 좌표로 (101, 102) 였다면 실제로 건물을 올리고 나서 확인해 보니 (101, 105) 란다. 이게 플러스 마이너스 1 미터 정도의 오차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그 이상이면 설계 변경을 해야 한다고 … 다시 정리하자면 북쪽으로 3미터 정도 이동해서 집이 위치한 거다. 물론, 다른 땅을 침범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농지(뒷마당이 법적으로는 '답' 그러니깐 농사짓는 땅으로 되어 있다.)를 침범하지는 않았으니 법적으론 하자가 없지만, 설계 변경을 해야 하고, 자기네들은 도면에선 수정 했는데, 이게 어찌 된 건진 모르겠지만, 건축사에서 설계 변경이 안됐다. 도면은 보냈는데 어째 쩌째 .. 뭐 그 둘끼리 싸울 건 싸우는 거고 … (결국 건축업체와 건축사간의 커뮤니케이션 에러로 정리..) 하여간에 어떻게 되는 거냐 했더니 .. 앞으로 남은 일이 …

설계 변경 –> 설계 변경 완료되면 일주일쯤 있다가 사용승인 신청 –> 사용승인 떨어지면 보존등기 신청 –> 등기 완료 되면 끝.

이란다. 그런데… 어차피 나중에 처리하나 지금처리하나 마찬가진데, 건축허가자 변경을 해서 집에 대한 명의를 나한테 돌려놓는 게 어떠냐고 한다. 보존등기 신청하여 등기 완료된 뒤에 그것을 내가 구입하는 식으로 처리하면 세금문제로 좀 복잡해 질 수도 있으니 건축허가자 변경을 하여 처리하면 간단하다고 했다. … 그냥 등기 완료된 후에 내가 구입하는 식으로 처리했으면 이렇게 복잡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 …

어쨌거나 그렇게 하자고 했다.

문제는 아직 사용승인이 안 떨어진 집에 들어와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살던 아파트 매매 계약은 이미 됐고 8월 9일까지는 집을 빼주기로 했었기에, 그리고 이미 금액의 일부를 받았으니 .. 이런 점을 얘기했더니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건축업체에서 지는 것으로 한장 작성하고, 잔금은 저 위의 모든 절차가 완료되면 지급하기로 하고 … 일단 8월 6일에 이사하기로 했다.

그러니깐 위의 절차가 ..

건축허가자 변경 –> 설계 변경 –> 설계 변경 완료 –> 사용승인 신청 –> 사용승인 완료 –> 보존등기 신청 –> 등기 완료. 끝

으로 바뀐 거다.

7월 말에 설계 변경을 하려고 하니 그 전에 건축허가자 변경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함. 안 그러면 나중에 세금 문제 등등이 한단계씩을 더 거치게 되므로 (자세한 건 좀 애매하긴 한데, 건축업체에서 취등록세까지 다 내고 등기한 후에 다시 나한테 넘기면 하여간에 간단하게 말해서 서류정리하게 귀찮다는 뜻..) 설계 변경하기 전에 건축허가자 변경 하고, 그 뒤에 설계 변경하고, 사용승인 받고, 등기하는 걸로 결정 … 잔금 지급은 등기 끝나면 하는 걸로 결

문제는 저 시점이 7월말 8월 초라는 점이다. 구청 공무원들이 하계휴가로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결국 약 3주간 업무가 허공에서 떠 다녔다. 게다가 집의 위치가 물좋고 공기 맑은 곳이다보니 당연히 온갖 규제가 많은 곳이다. 상수원 보호구역, 자연녹지 보호, 농지 보호 등등등 … 이 모든 곳을 다 거쳐야 하는데, 담당 직원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가다보니 허가자 변경은 8월 하순에서야 완료 됐다.

다음 차례는 설계 변경인데, 바로 설계 변경 들어가면 안된다(고 구청 및 법무사가 얘기했다 함… )고 하여 일주일쯤 묵혔다가 신청해야 한단다. 그거 관례라나 규정이라나 하여간에 그렇단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위에서 말한대로 상수도원 보호 지역 등 약 4 ~ 5 개의 규제에 묶인 곳이라 구청 내에서 한바퀴 도는데, 2주일쯤 걸려서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추석이 빨랐다. 9월 초순에 추석이 있었고, 추석 끝났는데, 담당 공무원이 샌드위치 연휴라고 휴가를 내서 9월 16일에서야 설계 변경 끝났다.

이번에도 설계 변경 후 바로 서류를 넣으면 안된다고(역시 구청 및 법무사 얘기..) 일주일쯤 묵혔다가 9월 24일에 사용승인 신청서 제출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3 ~ 5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이미 설계 변경 때 관련 서류가 한바퀴 돌았기 때문에 사용승인도 같은 서류로 진행되므로 금방 날 거란다. 5일 뒤인 9월 29일 오후에 확인해보니 ….. 전산에 입력이 안되고 있다고 한다. 뭐 ? 월말이라서 전산망이 폭주라나 .. 뭐 ? 그동안 뭐했냐고 하니 건축사 (건축업체 말고 건축사 사무실…) 담당 직원 책상에서 곰삭고 있었다고 한다. 건축사에서 보통 몇건씩 몰아서 한번에 신청한다고 … 거기에 내가 걸렸고 … 전화로 닥달해서 전산입력하라고 했고 이미 경위 파악하느라 몇번 통화하고 왔다 갔다 했더니 건축사무소는 퇴근했다.

다음날, 9월 30일 .. 다시 확인하니 이번엔 내가 본인인증이 안된단다. 뭐야 ??? 본인인증이 안되고 있어서 서류 접수가 안된단다. 주민등록번호도 맞고, 주소도 맞고, 이름도 맞고, 전화번호도 맞는데, 본인인증이 안된다고 해서 이게 또 뭔소리인가 해서 퇴근하면서 건축사 사무실에 가서 보니 정말로 안된다. 구청에 전화 거니깐 담당자는 퇴근했다. 하루 또 넘김.

10월 1일 … 구청 담당자에게 전화 걸어서 본인인증이 안된다 뭐냐 .. 라고 물으니 자기 자리에서도 안된다고 이리저리 확인한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본인인증이 됨.. 왜 안됐는지, 뭐가 풀려서 인증이 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본인인증이 돼서 서류 접수 …

드디어 … 10월 10일 … 건축사에게서 구청에서 구두로는 결재가 났고, 내일(이지만, 10월 11일인 토요일이므로 휴무라서 10월 13일..) 오후에 사용승인 공문 받아서 전달하겠다고 한다.

10월 13일 저녁에 건축사 사무실에 들러서 사용승인 공문 받고 … 10월 14일 오전에 회사에서 계속 회의중인데, 건축업체에서 전화 와서 준공검사 났으니 잔금 달라고 ….. 7월말에 지연된다고 했을 때 잔금은 등기 끝나고 일주일 이내에 처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버럭 하니깐 서류 뒤져보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10월 15일 오후에 다시 건축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잔금이 입금이 돼야, 그걸 가지고 집값을 계산해서 취등록세를 내고, 그 뒤에 등기가 진행된다고 해서 어차피 다음주면 등기 완료될테니 일주일만 잔금을 땡겨서 달라고 하길래, 일 잘못되면 몽둥이 들고 뛰어가겠다고 농담 한마디 해주고 16일 오후에 잔금을 입금해주고, 바로 법무사에게서 연락와서 등기 서류 접수 완료했고, 다음주초에 취등록세가 계산돼서 나오면 그것만 지급하면 등기는 끝난다고 한다.

그럼 등기 절차는 ??? 이것도 꽤 복잡하다. 왜냐하면 뒷마당이 농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한번 변경 신청을 하고 … 등의 절차가 있는데, 이건 다음에 얘기하자…

등기 언제쯤 끝나려나………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후 ……… 두번 다신 못할 짓이다.


2014/10/17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