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약간 옆으로 빠져서 귀농/귀촌에서 1년간 돈이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오고 .. 이걸 적어보자.

일단, 어제 내가 외상매출금 서류 사진을 올렸었는데 … 그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매달 일정한 날에 어느 정도 정해진 금액의 돈이 들어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게 된다. 자영업을 하면 유사하게 매달 카드 결제 정산하는 날 그 전달 또는 전전달 매출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온다. 그게 월급 받을 때보다는 보다 더 출렁거리기는 한다. 회사를 하면 매출 발생하고 빠르면 다음달, 늦으면 6개월 또는 그 이후에 입금을 받게 된다. 이럴 때 그 돈을 일찍 받으려면 어음할인이라든가, 해당 매출에 대한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바탕으로 대출 받는 식으로 해서 자금을 돌려서 쓰기도 한다. 가끔 어음이 부도가 나기도 하고 돈 주겠다던 사람/업체가 튀는 경우도 있지만 .. 어쨌든 … 매출 올린 것에 대해서는 돈이 들어온다.

농사를 지으면 조금 더 확장돼서 1년 단위가 되는데, 돈 나가는 건 뻔하지만, 돈 들어오는 건 랜덤이라는 게 큰 문제가 된다. 농사는 지었는데, 내가 농사 지은 작물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어쩔 땐 농사 지은 거 팔아서 들어오는 돈보다 판매하는 과정에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서 그냥 포기하기도 한다. 이게 대충 4,5 년에 한번 정도씩은 있을 거다. 병충해 때문이든, 가격 폭락이든, 이상 기후 때문이든, 여름 장마때 몽땅 쓸려가버려서든 … 이유는 많다..

어찌됐건 당장 현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저 밭에 있는 게 팔리면 돈 들어오는데, 그건 앞으로 한달 뒤… 그러면 .. 어쩌지 ? 그럴 때 쓰는 게 저 외상매출금 약정이다.

내 경우는 인천원예농협과 300만원 짜리 외상매출금 약정이 체결되어 있다. 생각같아서는 하고 싶지 않고, 필요는 없지만, 조합원의 의무(?)로 그냥 체결하고 1년에 몇십만원 정도 쓰는 정도다. 예를 들어서 작년 11월에 신청해서 올해 2월초에 받은 퇴비 비용도 저 외상매출금에 적혀있다. 당연히 3월 전에 외상을 갚았으니 저 종이에 쓰여 있는 게 0 원이다.

보통 1년에 한번 결제하지만, 분기마다 결제하기도 하고 반기마다 결제하기도 하고, 매월 하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는 그냥 시시때때로 농협 갈 일 있으면 결제한다. 아참, 저 외상매출금은 마이너스 통장 또는 대출 개념이기는 한데, 보통 1년간은 이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건 지역마다 다르니까 해당 단위 농협에 확인할 필요는 있다.

저게 없다고 하면 .. 돈이 언제 나가느냐 하면 … 1,000평방미터 (약 300평) 기준으로 거칠게 계산해보자. 이건 어디까지나 대충 계산해보는 거다… 대충 대충 ..

1월 말 ~ 2월 초, 퇴비/비료 받으면 퇴비/비료값 지불, 약 30만원 (30포 기준, 1만원/20kg 퇴비/비료) 2월 초중순, 퇴비/비료 밭에 뿌릴 때 일용직을 쓰면 일용직 일당 지급, 15만원 (15만원/인/일) 2월 하순, 퇴비/비료 뿌린 밭을 갈아 엎고 밭 갈아준 사람에게 비용 지급, 12만원 (300 ~ 500원/3.3평방미터) 2월 하순 ~ 3월 상순, 모판 준비, 종자 구입 등등, 20만원 (계산 귀찮음.) 3월 중하순, 시설 재배 시설 점검 및 보수 비용 지급, 비닐하우스일 경우 1,000평방미터(약 300평) 당 1년에 200만원 정도, 비가림 방식일 경우도 대략 50만원 정도 … 3월 하순 ~ 4월 초, 노지 재배일 경우에는 멀칭 비닐 새로 깔기, 약 50만원 4월 하순 ~ 5월 초, 모판에 키운 모종을 밭에 정식, 일용직 쓰면 일용직 일당 지급, 30만원 (2명 .. 또는 1명을 2일..) 5월 중하순, 밭에 정식한 모종이 어느 정도 자라면 추비 (비료를 추가로 더 주는 것), 추가 정식 (정식한 모종의 10~20% 는 제대로 안 자라기 때문에 추가로 더 심어줘야 한다.), 대략 20만원 5월 하순 ~ 6월 말, 큰 돈 들어가는 건 없으나, 가끔 제초작업하고, 예초기 점거 및 수리, 농약 2,3 번쯤 뿌리고 .. 약 20만원 6월 말 ~ 7월 말, 장마철 비에 손상 받은 밭 정비하고, 비닐 찢어진 곳 때우고, 잡초 제거하고, 중간에 농약 한번쯤 뿌리고 .. 약 30만원 8월 초 ~ 9월 중순, 태풍같은 큰 피해가 없다고 가정하고, 잡초 제거, 농약 2,3 번쯤 뿌리기, 추비, 약 50만원 9월 하순, 작물 상태를 확인하고 어느 정도 경험 + 통밥 으로 필요한 수확, 선별, 세척, 포장용 자재 구입, 약 100만원 10월 중순 ~ 하순, 수확, 선별, 출하, 일용직 일당 지급, 150만원 (2명, 5일간) 11월 초중순, 멀칭 비닐 걷어내고, 밭 한번 갈아 엎고, 농약 뿌리고, 필요하면 석회도 뿌리고 … 약 30만원

대충 이렇다… 대략 730만원 .. 적게 잡아도 550만원 .. 이고 저기서 일용직에게 그날 또는 그 주에 지급해야 하는 일당 195만원을 제외하면 .. 530만원 정도가 1,000평방미터 농사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물론, 시설 재배나 비가림이면 거기서 200만원 더 빼면 된다. 그러면 약 330만원 … 이게 내가 300만원을 외상매출금으로 잡아둔 이유다. 내 경우에는 50만원 이상을 넘어본 적이 별로 없다. 연초에 퇴비/비료 받을 때를 제외하면 그냥 그때 그때 돈 지불하거든 …

저 300만원은 대개 농협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비용은 1월부터 11월까지 쭉 .. 나가는데, 돈이 들어올 때는 10월 하순에 출하 끝내고 나면 빠르면 1,2 주, 늦으면 한달쯤 지난 12월 중/하순에 공판장에서 정산해서 들어오게 된다.

돈은 1년에 한번 들어오고 … (작물에 따라 다르고, 수익 구조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 내 경우를 예로 드는 거다.) 돈은 시시때때로 빠져나간다.. 이걸 모두 그때 그때 챙기기는 어렵다. 그래서 농협에서는 외상매출금 약정을 통해서 지원한다.

그해 농사를 망쳐서 .. 또는 작황이 안 좋아서 저렇게 외상으로 구입했던 금액에 비해서 판매한 수익이 적을 경우에는 1차로 농협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2차로 한두번 연락 온 다음에 연체이자를 물게 되고, 더 지연되면 대출로 전환된다. 연체이자부터는 단위 농협마다 % 가 다르니까 웬만하면 빨리 갚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외상”이다.

다음 글은 .. 귀농/귀촌 해서 … 부업(?)으로 뭘 할 수 있는지를 적어보자. 일단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닌가 ?


2022.04.06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