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농사는 날씨, 잡초, 벌레로 귀결된다면서 자연과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했었다.

날씨는 시설재배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잡초는 갈아엎든지, 뽑아내든지, 제초제를 뿌리든지 .. 방법은 있다.

이번에는 벌레에 대해서 알아보자.

말이 '벌레'라고 간단히 말하는 거지, 사실은 곤충에 대해서만 말하는 게 아니다. 농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날씨와 잡초를 제외한 나머지를 뭉뚱그려서 말 하는 거다.

예를 들어서 과일나무 키워서 수확할 때쯤 가장 큰 문제는 뭘까 ? 새다. 까치, 참새 .. 등등 이런 것들이 와서 툭 한번 쪼아먹고 가면 그 쪼아먹고 간 것만 못 먹는 게 아니다. 그걸 쪼아먹기 위해서 이리 저리 해짚는 과정에서 다른 것들도 손상된다.

물론, 새는 '유해조수' 라든가 ..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벌레' 라고 분류하자. 정확하지 않은 것 맞다.

흔히 이런 '벌레'에 의한 손해를 '병충해' 라고 표현한다. 병에 들거나, 벌레에 의해서 해를 입는다는 표현이다.

잠시 농약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면, 위에서 얘기한 제초제가 있고, 약이라고 해서 뭔가 죽이는 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 ? 영양제도 약이잖아. 액비(액체비료) 도 있고, 그리고, 어떤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것들이다. 항바이러스제, 항균제, 항곰팡이제, 진딧물, 나방 등등 .. 심지어는 새를 쫓아내는 냄새를 풍기는 약까지 … 아참, 이 외에도 호르몬제도 있다. 예를 들어서 씨없는 수박… 이거 호르몬 처리하는 거다. 추석 전후해서 나오는 큼직한 사과나 배 .. 이것들도 대부분 호르몬 처리하는 거야. 보통 지베렐린 이라고 하는 식물 성장 호르몬을 사용한다.

식물이 병에 걸리거나 손상을 입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인간이나 동물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바이러스성 질병도 있고,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균류, 기생충, 벌레, 고양이 개, 두더쥐, 벌레가 파먹기도 하고, 새도 그렇고 … 사람도 그 중 하나다.

시설재배 중 비닐하우스를 철저하게 설치하는 등의 외부와 분리를 시키면 이러한 병충해를 어느 정도 방지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기도 하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아예 저러한 것들과 차단시키는 거니까 …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엔 없는 거고, 또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농약을 살포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하더라도 주변 환경과 완전히 분리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피해를 입게 된다.

간단히 우리집 예를 들자면, 한 20여년전 한참 농약 많이 뿌리고 … 수확량 많을 때와, 농약 안 뿌리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후의 수익을 비교해보면 거의 1/3 ~ 1/5 로 감소했다. 판매가격은 약간 올라갔지만, 생산량이 그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소한 거다.

수확을 해서 판매를 하려고 해도 벌레 파먹은 흔적, 각종 곰팡이류의 흔적, 포도 먹다가 나오는 벌레들 .. 이런 것들 때문에 클레임도 많이 들어왔고 .. 농약 안 뿌린 친환경이라며 좋다고 했던 사람들이 속에서 열매 사이에서 벌레 나온다고 기겁하고 와서 욕하더라구… 농약 안 뿌리고 벌레 없이 농사 짓는 방법 좀 알려줬으면 좋겠네 …그리고, 당연히 안 이쁘고, 열매도 작거든 .. 당연하지 호르몬 처리를 안하니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질 수가 있나 ? 그러니깐 사람들이 안 사간다.

보통 어떤 과일이나 채소류를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할 때 겉에 희끄무레하게 … 묻어 있으면 농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거 농약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도 등의 과일류는 그 겉에 자체적으로 발효를 도와주는 효소(정확히는 효모 계열)가 형성되는데, 그거다. 이걸 '포도과분' 또는 '과분'이라고 부른다. 그거 박박 씻어내면 어떻게 되느냐 하면 … 발효가 안된다. 무슨 얘기냐고 ? 예를 들어서 포도를 사서 포도주를 담근다고 가정하자. 물로 대충 씻어내야지 그 희끄무레한 것… 다 박박 씻어내면 ? 효소가 없거나 적기 때문에 발효가 거의 안된다. 그러니, 포도주를 담글 때, 농약을 제거하겠다며 포도껍질을 다 싹 벗긴 후에, 포도즙을 짜서 넣고는 설탕 등을 넣어서 강제로 발효를 시키는 거다. 이러니 포도주가 맛이 있나 …

제대로 하려면 포도알갱이를 털어낸 후 껍질과 함께 꾹 짜서 담아두면 껍질에 있던 효소들이 함께 들어가므로 자연발효가 된다.

다시 농약 얘기로 …

이런 농약을 제대로 뿌리려면, 일단 설명서를 잘 읽어야 한다. 거기에 보면 면적 얼마당 물 얼마 + 농약 얼마를 섞어서 어떻게 뿌려라.. 라는 게 있다. 이걸 정리하면 …

  1.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어라. 8월 중순, 대낮에 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가도, 두꺼운 긴팔, 긴 바지 입고, 장화 신어야 한다. 그리고, 머리에는 모자 쓰고, 보안경 쓰고, N95 나 KF94 급 마스크 쓰고, 다시 폴리카보네이트 안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면장갑 끼고, 비닐 장갑끼고, 다시 고무장갑 껴야 한다. 이게 최소한의 복장이다. 그러니 한 여름에 농약을 뿌리려면 새벽 또는 저녁무렵에 뿌려야 한다. 농약 살포가 끝났으면 그날 입었던 옷은 속옷까지 모두 벗어서 다른 옷과 따로 구분해서 2번 빨아라. 세제까지 듬뿍 넣을 필요는 없다. 농약 제거는 계면활성제가 잘한다. 그리고, 샤워하고 욕조가 있다면 물 받아서 들어가서 30분쯤 푹 담그고 다시 샤워해서 온 몸에 남아 있는 농약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2. 설명서에 쓰여 있는대로 물 + 농약 (예 : 물 20리터에 농약 50cc) 을 섞고, 면적당 얼마 뿌리라고 되어 있는 것 .. 이거 꼭 지켜라. 그 이하로 뿌리면 별로 소용이 없고 그 이상을 뿌린다고 해서 효과가 더 생기지도 않는다.
  3. 잔류농약 기준을 생각해라. 이 역시 설명서에 쓰여 있는데, 농약 뿌린 후 2주일 이상 있다가 수확해라.. 뭐 이런 내용들 적혀 있다.
  4. 돋보기를 준비해라. 무슨 얘기냐고 ? 2,3 에서 얘기한 그 설명서 .. 대충 3,4 포인트 짜리 글씨로 쓰여 있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돋보기가 꼭 필요하다.
  5. 1번과 연결되는데, 반드시 2인 1조로 뿌려라. 혼자 뿌리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 많다.
  6. 가끔 농협에서 뭐 뿌리라며 연락올 때가 있다. 이거 해당사항 있으면 꼭 지켜라. 예를 들어서 고추 농사 짓는데, 지금 고추에 무슨 병이 유행하니까 뭐 뿌려라.. 농협에 와서 약 타가라.. 라고 연락올 때가 있다. 반드시 뿌려라. 바쁘다고 … 에이 괜찮을 거야 .. 하다간 그해 농사 망친다. 그리고 이렇게 연락와서 약 타러 가서 받아오는 건 무료이거나, 한통에 몇천원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7. 약 뿌리다가 흡입했다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약 먹고 중독증상 (느낌 빡 온다.) 이 있으면 반드시 주변 보건소나 병원에 가라. 대개 처치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어쨌거나 10분 늦게 가면 저 세상으로 30년 일찍 가게 된다.
  8. 농협이나 농자재 파는 곳에서 농약을 사려고 하면 1. 작물, 2. 면적, 3. 신분증(또는 농업경영체 등록) 을 요구한다. 왜 신분증을 요구하느냐.. 고 따져봐야 안 보여주면 안 파는 게 많다. (독성이 약한 진딧물약 .. 이런 것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요구한다고 보면 된다.) - 물론, 어느 정도 그들과 안면이 트면 안 보여주고 '나야' 하면 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정도 레벨은 아니잖아 ? 어느 정도 안면이 트면 가서 '고추 밭에 …' 라는 말만 꺼내면 '아 2천평 맞죠 ?' 하면서 그때쯤 뿌리는 약을 준다.
  9. 남는 농약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 농협에 가져다 주면 처리해준다. 함부로 땅에 버리거나 남았다고 아까우니 창고에 두지 말자. 시간 지나면 점점 효과가 약해진다. 그리고 괜히 남겨놨다가 다른 것과 섞이거나 하면 문제 생긴다.
  10. 농약 안 뿌리고 유기농에 … 친환경 .. 어쩌구 하는 사람들을 보면 '농약 안 뿌리고 10배 비싸게 사먹을 거냐 ?' 라고 되물어보자.

자 대충 이 정도 알아봤다.

농약을 언제 뿌리는지에 대해서만 조금 더 알아보자. 노지재배 기준이다.

  1. 씨앗 뿌리기 전에 .. 보통 종자를 사면 종자 자체가 농약에 담겨 있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호박 종자를 사서 봉지를 뜯어보면, 연두색이나 녹색 또는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자를 통해서 옮을 수 있는 바이러스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처리된 거다. 보통 뒷면에 이걸 어떻게 한다. 라는 게 쓰여 있다. 예를 들어서 물에 24시간 동안 불려서 제거한 다음에 포트에 심어라.. 라든가.. 그냥 땅에 뿌리면 48시간 이내로 분해되니까 그냥 뿌려도 된다라든가.. .. 이런 게 안되어 있는 볍씨 같은 경우는 보통 물 20리터에 농약 얼마 섞어서 용액을 만들고 거기서 이틀 정도 담궈서 소독을 하고 .. 이런 내용이 있다. 쉽게 말하면 씨앗을 심기 전부터 이미 농약이 투입되기 시작한 거다.
  2. 씨앗은 그렇다 치고, 밭을 준비할 때, 대부분 제초제라도 한번 뿌리고 시작한다. 전해에 바이러스성 질환 등 병충해가 심하게 있었다면 아예 땅에다가 바이러스 제제나 병충해 약을 뿌리기도 한다. 이렇게 안하면 흙 속에 살고 있던 기생충이 작물을 갉아먹는다.
  3. 종자를 포트 등에 심어서 싹을 틔우고, 이걸 밭에 옮겨 심고(이걸 '정식'이라고 표현한다.) .. 멀칭 비닐을 씨우고 … 2,3 주쯤 있다가 밭 주변, 고랑과 이랑 사이 흙이 있는 부분에 제초제를 뿌린다. 이때 안 뿌리면 여름에 고생하게 된다.
  4. 장마 예보가 있으면 2주일쯤 전에 제초제 및 해당 작물에 자주 걸리는 질병에 대한 약을 친다. 작물에 직접 뿌리는 바이러스제, 진딧물 약 등을 치고, 며칠 뒤에 제초제를 뿌린다. 이렇게 안한 상태에서 장마 지나고 나면 … 그해 농사는 상업적으로는 망쳤다고 볼 수도 있다.
  5. 장마철 사이에 며칠 동안 비가 안 올 때면 작물 잎 뒤쪽을 봐서 벌레나 진딧물, 기생충이 있다면 그 약을 뿌려야 한다.
  6. 대충 장마철쯤에 두더쥐가 땅을 파고 다니면서 뿌리를 갉아 먹는 경우가 있는데, 두더쥐 약도 두더쥐가 다니는 길에 뿌려두고 (땅 파고 묻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
  7. 장마 끝나면 제초제 뿌리고 …. 각종 병충해 약을 뿌린다.
  8. 가을이 돼서 열매가 눈에 보일 때쯤 되면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쫓는 약을 뿌리거나, 허수아비라도 세워두거나, 직접 밭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있어야 한다.
  9. 수확이 끝나면 .. 땅에 제초제와 항바이러스제를 뿌린다.

대충 이렇다. 이렇게 안하면 ? 수확량이 1/3 ~ 1/5 가 된다. 뿌릴 건지 말 건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아참, 벌레중에는 고양이 같은 포유류도 있고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것들도 농약 뿌리면 귀신같이 안 온다. 그 효과는 1 ~ 2주일 정도이다.


2022.03.28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