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농기계에 대해서 써 봤는데 인기가 없어서 …

오늘은 농사가 돈이 되느냐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특수 작물이나 시설 (비닐하우스) .. 재배는 빼고 ..

아무런 시설 없는 노지에서 농사짓는 경우에 대한 내용이다.

중부지방에서 이맘때(3월 중순) 심어서 가장 빨리 수확할 수 있는 건 감자가 있다. 감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자.

면적은 1,000평방미터(약 300평) … 정도다.

대충 이 정도 면적이면 씨감자를 100kg 정도 심어야 한다. (보통 10 평방미터당 1kg 정도씩 들어간다. 3평에 1kg ..) 씨감자는 농협에서 판매하는데,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씨감자 가격은 해마다 달라지는데, 대충 kg 당 1,000 ~ 2,000원 정도다. 100kg 이니까 대략 10만원쯤 된다.

밭에 씨감자를 심기 위해서는 먼저 밭을 갈아야 한다. 농기계는 없을 거니까 … .. 주변에 경운기나 관리기, 또는 트랙터 있는 분께 의뢰하면 대충 경기도 지역 시세가 평당 500원 정도다. 300평이니 15만원 정도 나간다. 농협에 의뢰해서 갈아달라고 하면 이보다 조금 더 싸기는 하지만,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른다.

여기에 퇴비/비료도 뿌려야 한다. 대충 유박 비료 20kg 짜리 15포 정를 썼다고 가정하자. 사실은 순서가 반대가 됐다. 원래는 유박 비료를 먼저 밭에 뿌리고 골고루 펴준다음에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래야 땅속으로도 퇴비/비료가 들어가지… 비료 한포에 2만원 잡아보자. 30만원이다.

퇴비를 뿌리고 1~2주일쯤 둬서 냄새가 빠지면 밭을 갈고, 다시 며칠 뒤에 멀칭 비닐을 씌운다. 안 씌워도 된다. 하지만 씌우면 좋다.

검은색 멀칭 비닐은 대충 90 cm x 500 미터짜리가 2~3만원쯤 한다. 이거 한 롤이면 300평쯤 충분히 쓸 수 있다.

멀칭 비닐 씌우는데 일주일쯤 걸릴 거다. 숙달되면 2일 걸린다. 숙달된 상태에서 누군가 도와주면 하루면 되고 …

비닐 씌웠으니 감자를 심자 .. 씨감자 100kg 심는 건 튼튼한 삽 한자루와 농기구에서 설명했던 파종기 같은 게 있다면 대충 2일쯤 걸릴 거다. 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지면 하루 정도다. 대충 1,000 평방미터 정도가 1명이 하루 작업하는 양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이 3월 중순이니까 … 감자를 심고 나서 매일 가서 들여다보고 싶겠지만 ….. 한달쯤 기다려야 한다. 아 3월 중순에 심는다는 건, 퇴비/비료 뿌리고, 밭 갈아엎고, 멀칭 비닐 씌우는 건 그 이전에 끝났어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은 2월 중/하순 되면 땅이 녹기 시작하는데, 그때쯤 퇴비/비료를 뿌려두고 .. 1,2 주일쯤 냄새 빠지게 뒀다가 땅이 살짝 녹기 시작하는 2월 말~3월 초순에 밭을 갈아 엎고 .. 멀칭 비닐 씌우고, 하루 최저 기온이 0 도에서 들락날락 하면서 서서히 올라올 때가 감자 심을 때가 된다.

마션에 보면 마크 와트니가 감자 심고 금방 싹이 나오지만 …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빨라봐야 4월 초고, 늦으면 4월 말에 나오고, 땅속에 두더쥐가 많다면 얘네들한테 밥상 차려준 거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는 게 있다. 도시에 살면 잘 못 느끼는 건데 .. 현실은 5월초까지 .. 야지에서는 서리가 내리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새벽에 바람 불면서 살짝 영하로 들락날락 거릴 때 서리가 내릴 수 있다. 서리 내리면 ? 막 싹나오던 애들이 서리 맞고 해롱해롱 거린다. 별 걱정은 안해도 된다. 수확량이 약간 줄었을 뿐이다.

4월 하순부터는 잡초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때쯤 올라왔던 감자싹이 몇개씩 더 나오고 커지기 시작한다. 감자를 균일하게 키워서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치기, 순자르기, 순지르기(용어 통일이 필요하다.) 작업을 해줘야 한다. 크고 굵은 줄기 한두개만 남기고 잘라줘야 한다. 잡초도 제거해줘야 하고 .. 그리고 씨알을 굵게 하기 위해서는 흙을 좀 덮어주는 북주기 작업도 해야 한다.

이거 할 땐 쪼그리고 앉아서 한포기씩 이동해 가면서 작업해야 한다. 아직 햇볕은 뜨겁진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 해보라. 죽을 맛일 거다.

그래서 썬글라스/보안경/모자 .. 가 필수품이고, 흔히 목욕탕 의자라고 부르는 것도 있으면 좋다.

이 작업을 6월 초까지 매주 2,3 번은 해줘야 한다. 뭐 안해도 상관없다. 아는 사람들끼리 나눠 먹고 나도 집에서 좀 먹을 거라면야 뭐 .. 그냥 설렁 설렁 걸어다니면서 순치기나 하면 되지만 … 돈을 벌 거라면 다른 얘기다.

대충 장마오기 전 며칠 정도에 수확을 하게 된다. 때를 놓치면 … 땅속에서 썩어가게 된다. 대략 6월말에서 7월 초… 햇볕은 뜨거워지고 .. 거기서 호미 들고 땅 파서 하나 하나 캐내고 바구니(현장에서는 콘테이너, 콘테나.. 라고 부른다.) 에 담는다.

아 물론, 감자 수확을 쉽게 해주는 농기구/농기계도 있다. 트랙터나 경운기에 연결해서 밭을 죽 갈아엎고 가면서 땅을 뒤집어서 속에 있던 감자가 나오게 하는 거다. 이것도 비용이 대충 평당 500원, 15만원이다.

어쨌거나 … 감자 수확하는데 3일쯤 걸릴 거다. 허리 뽀개지게 아프다. 어깨는 어떻고 ?

바구니에 담은 감자를 집으로 옮겨 와서 (또는 밭에서) 선별 작업을 해서 고르면 대충 1,000~3,000kg 쯤 나올 거다. 10kg 짜리 박스로 100~300개 정도 …

감자가격이 어떻느냐고 ? 대충 현지 시세로 10kg 박스 하나로 2만원이면 많이 받을 수 있다. 보통 1.5 만원 정도다.

1.5만원 x 300 = 450만원 1.5만원 x 200 = 300만원 1.5만원 x 100 = 150만원

이 사이 어디쯤 된다. 중간값인 300만원을 선택하자.

들어간 비용을 보자. 씨감자값 10만원, 퇴비값 30만원, 밭 가는 값 15만원, 멀칭비닐 2만원 … 여기까지만 해도 10 + 30 + 15 + 2 = 57만원 10kg 박스 하나에 1,500원쯤 한다. 박스 200개면 ? 30만원 …

들어간 비용은 87만원 … 여기에 내 인건비는 안 들어 있다. 적어도 20일은 나가서 일했을텐데 … 하루 8시간 근무했다고 치더라도 인건비만 150만원이다.

자 다시 들어간돈 계산해 보자. 57만원 + 30만원 + 150만원 = 237만원 … 들여서 최대 300만원 들어온다. 이익금은 ? 63만원 …

여기서 빠진 게 있다. 100박스든 200박스든 … 출하해서 경매를 거쳐서 판매하면 경매 수수료가 6%고, 거기에 운송비 + 상하차비용이 추가 된다. 300만원에 낙찰됐다고 치면 6% .. 18만원이다. 운송비 + 상하차비용은 합쳐서 5만원으로 퉁 쳐보자… 23만원 .. 237만원 + 23만원 = 260만원이다. 남은돈은 ? 40만원이 된다.

3월 중순부터 7월초까지 약 3.5개월간 일해서 40만원 벌었다. 운 좋으면 +150만원 해서 190만원이 될 수 있다.

감자는 1년에 2번 심을 수 있다. 장마 끝나고 8월 초/중순에 심어서 10말에서 11월말 사이에 수확한다. 가을 감자는 봄감자보다 수확량이 조금 더 많기는 하다.

감자 농사 지으면 2번 수확해서 100만원 ~ 400만원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거다. 나 자신의 인건비를 빼고 돈만 계산하면 .. 투입된 비용은 87만원 x 2회 = 174만원이고 .. 들어오는 돈은 봄 감자 300만원, 가을 감자 400만원 잡으면 대략 700만원 .. 526만원이다.

1,000평방미터에 감자 심으면 1년에 500만원 .. 이게 현실이다. 아참, 이 정도 돈 들어오는 작물은 그리 많지 않다.

여기에서 빠진 건 감자 수확할 때 담을 바구니(콘테이너, 콘테나 라고 부르는 것), 각종 농기구 들인데 … 그거 크기에 따라 다르고 얼마나 튼튼하냐에 따라 다른데, 쓸만한 건 하나에 3~4만원씩 하고 적어도 30개 이상은 필요할 건데 … 그런 건 한번 사면 보통 3,4년은 쓰기 때문에 굳이 비용 계산에 넣진 않았다. 저런 것 까지 다 넣으면 … 적자로 계산될 거다.

그리고 하나 더 …

감자 수확했다는 소문이 나면 생전 연락 안하던 친척, 친구 들에게서 연락이 올 거다. 야 수확했다메 ? 싱싱해 ? 좀 보내줘 .. 라고 … 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해라… 보내주는 건 자유인데, 어느날 안 보내면 뭐라고 하긴 할 거다.


난 허리 굽혀서 일하는 게 영 잼병이어서 … 나무쪽을 선호한다. 어려서부터 포도밭에서 일해 왔기도 하고 …


2022.03.17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