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작성

직영으로든 건축업자를 통해서든 허가방을 통해서든 아니면 지어진 집을 사는 것이든간에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거라면 계약서는 간단하다. 하지만, 지을 거라면 또는 짓는 것에 참여해서 진행할 것이라면 조금은 복잡할 수 있다.

각 케이스마다 어떻게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지가 다 다르고, 또 각 케이스마다 세부사항은 다르기 때문에 딱 이거다.. 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입으로 어떻구 저떻구 해도 결국 남는 건 종이 몇장에 불과할 수도 있는 계약서다. 이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지어진 집을 사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계약서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건 다음과 같다.

  1. 총 공사비
    • 토지비용 : 토지 지번 주소, 면적, 금액, 예를 들자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갑동 1번지, 면적 300 평방미터, 1억원.
    • 건축비용 : 자세한 건축비 내용은 보통 다른 종이에 써서 붙이고 보통 건축비용 총액을 적음.
    • 부가가치세 : 현재 10% 인데, 이것이 포함된 비용인지, 별도 비용인지 명시 필요. (일반적으로는 부가세 별도라는 말을 넣지 않으면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이지만, 만일을 위해서 넣어두는 게 좋다.)
  2. 총 공사기간
    • 언제부터 언제까지…
    • 데드라인은 언제까지고, 그것을 초과하면 얼마씩 물어준다. (법적으로 하루 지연되면 0.22% 인가를 물어주게 되어 있음. 자세한 건 다시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쌍방에 주어짐. 예를 들어서 건축비용이 1억원이고, 7월 1일까지 건축이 완료되도록 되어 있는데, 건축업체 사정으로 15일이 지연 되었으면 3.3%(= 0.22% x 15일)인 330 만원을 건축업체에서 물어내야 하고, 반대로 건물이 준공검사를 받고 7월 1일까지 잔금을 치르기로 되어 있는데, 내 사정으로 7월 15일에 잔금을 지급하면 330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함. 물론, 이 % 또는 기간은 계약서에 명시하여 조정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7월 1일까지 완공하기로 했지만, 장마 등을 감안하여 플러스마이너스 한달간은 서로 따지지 말고 퉁 치자.. 라든가… 하는 걸 계약서에 적어두면 된다.)
  3. 건축 내용
    • 보통은 평면도, 지적도, 배치도, 자재 목록 등을 쭉 적어둠.
    • 완공의 기준 : 어디까지가 다 지었다는 건지 명시하는 게 좋다. 보통 이게 많이 빠지는데, 준공검사 나면 보통 완공으로 잡지만, 현실적으로는 도배가 끝났다든가, 마당에 잔디를 다 심었다든가 .. 하는 걸 몇가지 기준으로 잡아두는 게 좋다고 한다. 내 계약서에는 서로 합의하여 준공검사 받는 걸 기준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4. 비용 지급 시기 및 각 단계별 금액
    • 언제 얼마를 지급한다 라는 것을 적어두자. 다만, 보통 플러스마이너스 1,2 주일 정도는 유예기간을 준다.
    • 예 : 총액 3억원을 계약시 3천만원, 1달 뒤에 3천만원, 또 한달뒤에 6천만원, 준공검사 받고 일주일 이내에 2억원, 그리고 입주 하루전까지 1천만원으로 균할 납부한다. 대개는 기간보다는 공사의 단계를 명시한다. 기초공사, 1층 완료, 2층 완료.. 이런 식으로…
  5. 하자보수기간 및 금액
  6. 하자보증보험 기간 및 금액
  7. 건축주가 비용지급을 계약서에 있는대로 제대로 지급했는데, 업체에서 협력업체 또는 하청업체에 지급 못하는 경우에는 건축주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
    • 만에 하나라도 건축업체가 나자빠지면 협력업체에서 건축주를 붙잡고 돈 달라고 할 때 필요할 수도 있다. 물론, 이거 적어놓는다고 해서 협력업체에서 건축주를 귀찮게 굴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

건축협회 홈페이지 http://home.cak.or.kr/ 에서 가장 왼쪽 위에 있는 고객업무지원 –> 건설관련서식 으로 들어가서 21번 서식24의2 하도급계획서(계약시) 가 가장 기본적인 계약서이긴 한데, 그다지 제대로 되어 있는 양식은 아닌 것 같다. 계약서는 대부분 자유 양식이고 몇가지 들어갈 내용만 들어가 있으면 계약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구글에서 “건축계약서 양식” 정도로 검색해 보면 꽤 많은 내용이 나오니 참조하면 될 것 같다.

보통 아래의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서 사용한다. 이럴 때라도 '갑'이 되어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 갑질해보겠는가 ?

건축공사도급계약서

 
갑 : 건축주
을 : 건축업체
 

(갑)과 (을)과의 사이에 건축공사 도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계약한다.

1. 갑은 을로부터 별지목록기재 표시의 건축물공사를 수급하여 이를 설계 및 시방서 대로 완성하여 을에게 인도할 것을 약속하며 을은 이에 대해서 제3항의 공사대금을 지불할 것을 약속한다.

2. 별지목록기재 표시의 부지는 을의 소유에 속하며 그 지상의 건축공사에 소요되는 재료 및 노력은 모두 갑이 제공한다.

3. 보수는 부가가치세 포함하여 일금300,000,000원으로 정하고 을은 다음과 같은 기성고에 따라 각 분할하여 갑에게 지불한다. 단, 상호합의하에 일주일간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 
   1) 계약금은 토지구매 완료 후 건축공사 착공과 동시에 금30,000,000원을 지급한다.
   2) 1차 중도금은 기초공사를 완료함과 동시에 금30,000,000원을 지급한다.
   3) 2차 중도금은 2층까지 준공이 완료함과 동시에 금200,000,000원을 지급한다.
   4) 잔금은 공사완료 후 준공검사를 필함과 동시에 금40,000,000원을 지급한다.

4. 공사기간은 2014. 1. 1.부터 2014. 5. 30.까지이며, 천재지변, 사변 등의 불가항력인 경우를 제외하면 지연시 총곰사금액의  0.22% 의 지연금을 을이 갑에게 일할 지급한다. 또한, 준공검사가 완료된 이후 일주일이후 갑과 을 상호간의 합의없이 공사대금의 지급이 지연되면 감은 을에게 총금액의 0.22%를 일할 지급한다.

5. 을은 갑과 합의하여 본 건축의 설계 사양을 변경할 수가 있다. 그 경우 갑과 을은 보수의 증감 및 완성인도의 시기 변경에 대해 쌍방이 협의하여 이를 정한다. 변경된 인도기한에 인도를 하지 않았을 때는 전항외 손해배상규정을 적용한다.

6. 본 건축공사에 흠이 있을 때는 갑은 인도의 날로부터 5년간 그의 담보책임을 진다.

7. 본 건축공사의 완공은 별지목록의 건축내용을 모두 완성하여 갑과 을 상호합의하에 준공검사를 신청하여 준공검사를 필하는 것을 그 기준으로 삼는다.

8. 본 건축 공사 완성 전에 천재지변, 사변 등 기타 불가항력에 의하여 목적물이 멸실 또는 훼손했을 때는 그의 위험은 갑이 부담한다.

9. 본 건축공사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기타 공사관련 각종 사고에 대한 책임은 갑의 부담으로 한다.

10. 을이 필요에 의하여 고용 또는 계약한 협력업체 및 인원에 대한 비용은 3항의 보수를 갑이 지급하였다면 을이 책임지며, 갑에게는 지급 책임이 없다.

위의 계약을 증명하기 위하여 이 계약서 2통을 작성하고 서명 날인하여 각자 1통씩을 갖는다.

2013. 12. 20.

 
(갑) 건축주     인                                  (을) 건축업체 대표       인


추가 계약사항은 상호 합의하에 아래에 수기로 기재하여 적용할 수 있다. 
추가사항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은 을이 계산하여 갑에게 요청하며 잔금과 함께 갑은 을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별지목록
 - 건축내용
    : 주소, 위치, 건물 내용 등등 .... 
 - 자재목록
 - 지적도, 도시계획확인원, 각종 도면 등 기타 서류 모두 ... 

여기까지 하면 끝난 것 같지 ? 끝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기가 아주 험란하다. 저 별지목록을 작성하는데, 그리고 공사비용을 산정하는데, 신경전 및 줄다리리가 매우 심하다. 한가지 팁이라면 녹음기 몇개를 들고 가서 계약내용 얘기할 때 녹음을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마트폰에 달려 있는 녹음기능이든, 예전에 나온 소니 소형 녹음기든 …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쓸수록 나중에 편하다. 하지만, 반대로 좋은 게 좋은 거지.. 라든가, 나를 못 믿냐.. 라든가 하는 경우라면 한번 더 생각해 보라. 대부분은 건축사무소에 표준으로 있는 파일에서 건축 내용 좀 수정하고, 주소, 이름, 금액, 일자 정도 바꾸면 거기에 도장 찍고 나오면 끝이다. 하지만, 거기에 위에 적은 내용들이 들어 있는지 한번 더 확인하고 빠진 내용이 있다면 추가하고, 일단 서류를 받아와서 며칠 묵혔다가 다시 읽어 보면 뭔가 빠진 내용이 있을테니 더 추가하고 1,2 주일 동안 그걸 몇번 더 반복하자. 만일 업체에서 급하게 계속 연락와서 계약하자고 하면 그 업체는 자금난으로 인하여 빨리 돈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단순히 사장이 성격이 급해서 그럴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약 3주간 묵혔다가 계약했는데, 완공시점, 추가비용, 부가세포함 정도를 넣었다.

그리고, 합의와 협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합의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여야 하는 것이고, 협의는 그냥 말 그대로 서로 얘기하면 끝난다. 예를 들어서 합의하에 진행하기로 했다.. 라는 것은 서로 의견이 일차하여야 진행하는 것이고 협의하에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냥 만나서 얘기하면 그 다음에는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서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한 내용을 “추가비용 발생 예상시 서로 합의하에 결정하여 을은 갑에게 청구한다.” 라고 해두면 예를 들어 건물을 짓다가 1천만원쯤 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건축업체가 건축주에게 이러저라한 내용으로 천만원이 더 들어가니 돈 주세요. 라고 요청하고 건축주는 오케이 여기 있습니다. 또는 지금 돈이 없으니 그건 대충 마무리 하고 나중에 한번 더 공사합시다. 라고 하든가.. 여러가지 옵션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서로 협의하여 결정하여' 로 바꾸면 건축업체가 건축주에게 '공사하다보니 이거 하는데, 돈이 더 필요한데, 돈 천만원 더 주세요.' 라고 일방통보하고 돈 안준다고 공정을 세워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계약서에 쓰여 있는 게 합의든 협의든 무시하고 이렇게 돈을 더 받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게 나중에 법정 공방으로 간다면 합의와 협의는 엄연히 뜻이 다르다.

계약서 작성하고 도장 찍고 간인 찍어서 서로 한부씩 나눠가지면 그때부터 계약관계가 성사되어 일이 진행된다. 이때부터는 서로의 뜻이 다르든 어떻든 일단 건축기간 동안(+하자보수기간)엔 같은 배를 탄 운명이다. 공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 서로 물에 빠뜨리려고 밀어내기로 싸울 수도 있고, 아니면 목적지에 잘 도착해서 서로 축하하며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할 수도 있지만 그건 몇달 뒤에 일어날 상황이다.


2014/07/03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