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준비

분노하샘님의 집짓기 경험담 을 참조하면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등이 쭉 나와 있으니 꼭 읽어 보자.

내 경우를 적어본다면 .. 아직 집을 짓고 있는 중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적기로 하고 간략히 적어본다.

오늘 현재 (2014/04/24) 고층아파트에 살고 있다. 요새야 워낙 높은 층이 많지만, 어쨌든 10층은 넘는 곳에 살고 있고, 그집에 산 것이 햇수로 12년을 넘기고 있다. 몇년전부터 집을 지어서 이사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한 2년전쯤부터는 이것저것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시공부하듯 한 건 아니고, 적어도 업자에게 속지는 말아야지.. 라는 것과, 나중에 집을 짓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특별히 책을 사거나 하지도 않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한 게 아니라서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하긴 한데..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 놓으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노하샘님처럼 직영으로 집을 짓지는 않았다. 보통 말하는 전원주택단지이고, 기본 설계 등은 웬만큼 잡혀 있는 상태에서 운좋게도 그것이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서 수정사항이 그리 많지 않았으며, 그것을 짓고 있는 건설업체도 사전 조사를 통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건축비가 내가 지으려고 견적 뽑았던 것에 비해서 좀 많긴 하지만, 그거야 직영으로 지으면서 골머리 아플 것에 대한 댓가로 생각하기로 했으니 돈 문제는 자금 조달이 좀 빠듯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 문제가 안됐다.

그러면 나는 2년 동안 무엇을 공부했을까 ? 글쎄.. 딱히 이거다.. 라고 할만한 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놀았던 건 아니다. 대충 …

  1. 건축과 관련된 법규 공부 : 민법 (에서 건축에 관련된 조항),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용인시 조례 등
  2. 건축업자 목록 체크 : 어차피 큰 건설사에서는 단독주택 한두채 짓는 건 신경도 안 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시간을 좀 많이 잡아 먹었는데, 기껏 체크해 놨더니 다음분기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망했거나… 집은 짓는데, 그냥 짓기만 하고 나머지는 니가 알아서 하세요. 라고 하거나 등등 … 건축가협회라든가 그런 곳 홈페이지에서 많은 참조를 했다.
  3. 땅 보러 다니기 : 주말이면 바람 쏘이러 한바퀴씩 돌곤 했다. 집 구경도 하고, 땅도 좀 보고 … 어쩔 땐 좋아 보여서 겨우 땅주인 수소문 해서 컨택해서 여기 땅 얼마에요 ? 라고 물으니 판다고 해서 신난다.. 좀 더 알아보니 집을 아예 지을 수 없는 지역이라든가, 땅을 사려고 하니깐 갑자기 2,3 배씩 값을 튀긴다든가, 집 근처에 축사가 있어서 냄새가 심하다든가, 나무가 울창해서 잘 몰랐는데, 10미터 뒤에 낭떠러지가 있다든가 … 등등 …
  4. 건축자재 공부 : 나무, 벽돌, 콘크리트, 흙 .. 대충 이렇게 4가지 재료 중 하나가 집을 짓는 주재료가 된다. 각 재료에 따라서 물성치, 주의사항, 가격 등을 쭉 찾아서 비교해보고 나서 나무로 짓기로 했다. 나무는 불에 약하고 완공후 초기 1,2 년 동안 건조되면서 뒤틀려서 추가 보수가 필요한 문제점은 있지만, 더 따져보고 나무로 짓기로 했다.
  5. 디자인 공부 : 막연히 머리속에 있던 것을 꺼내서 구체화 시키고, 남에게 설명하는 건 어렵다. 그것이 특히나 법규 (건폐율, 용적률 등…) 와 비용 (결국 모든 건 돈 문제로 귀결된다. 내가 돈이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있다면 이런 거 고민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 안에서 구체화 시켜야 한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디자인했던 집은 바닥면적이 50 x 30 미터 정도였고, 3층이었다. 그러니깐 대충 1,000 평짜리 대저택 … 1층에 수영장도 있고 뭐 … 결국 필요없는 것을 하나둘씩 제거하고, 말도 안되는 것 (건물 중앙에 숲을 조성하고 …) 은 없애고 … 해서 나온 건 2층 (3층이지만, 3층은 다락방이므로 층수에서 제외)에 바닥면적 42 평방미터 정도 되는 것으로 정리했다. 물론, 아쉬운 거야 많지만 … 내가 정주영은 아니라서…

이런 걸 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건축중인 전원주택단지를 보게 됐고 거기 조감도가 마침 마지막 5번 항목에서 구글 스케치업으로 끄적여놨던 것과 비슷하게 보여서 무턱대로 전화 걸어서 담당자 바꿔달라고 해서 노트북 들고 가서 보여주고 협의하니 큰틀에서 차이가 없어서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손 좀 보고 .. 해서 서로 합의하고, 금액 조정하고 그 금액도 내가 견적 받고, 또 건축자재 공부하면서 알아 본 비용과 많이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 업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관공서와 관련된 얘기도 있지만, 그런 건 여기 적기엔 이 서버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부족할 것 같아서 생략한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약 2년간 준비하고, 2달 정도 업체와 협의하였고, 4월 22일에 계약해서 계약금을 입금하였다. 이르면 7월, 늦으면 8월에 입주 예정이다.

최근 2달만 놓고 보면 사실 별로 한 건 없다. 하루에 한두번 전화 하고, 주말에 만나서 도면 검토하고, 비용 문제로 서로 줄다리기 좀 하고 … 하지만, 그게 2달만에 끝날 수 있었던 건 2년 동안 준비를 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초반 기싸움(어느 관계에서나 그런 게 있지만 ..)에서 업체측에서 “이러 저러 해서 비용이 얼마가 더 들어가고 … ” 라고 얘기하면 나는 “그런 경우엔 이렇게 하면 응력이 발생하지 않으니 이렇게 설계하는 게 어떨까요 ?” 라는 식으로 내 의견도 제시하였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설계에 반영되었다. 물론, 그것이 현장에서 실제로 반영될지 여부는 계속 체크해야 한다. 다행히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3 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퇴근하면서 현장 작업하시는 분들께 간식이나 음료수를 제공하고 .. 그러면서 현재까진 별 문제없이 2층 외벽까지 올라간 상태다. 대충 공정으로 보면 20% 정도 진행됐다고 보면 될 것 같고 …

어쨌거나 이 글은 까먹지 말자고 쓰는 글이니 추가되는 사항은 계속 기록하도록 한다.


2014/04/24 akp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