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검증이라는 건 무엇일까 ? 학교나 연구소 등에 오래 있던 사람들이야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논문'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몇번 들었을 거다. 대부분의 과학적인 내용은 바로 이 '논문'을 통해서 그 결과를 공개하고 그 '논문'의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오차가 있는지, 틀렸는지 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검증하고 그것이 실려서 외부로 공개되는 것이 바로 '저널' 또는 '잡지' 이다. 대부분 알고 있는 네이처 http://www.nature.com/ 라든가 사이언스 http://www.sciencemag.org/ 같은 것들은 유명한 논문들이나 과학적인 내용들이 많이 실리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저널'은 아니고 '잡지'다.
저널은 주로 '논문'만 싣는 정기적인 간행물이다. 내 전공분야인 물리학, 세부 전공인 표면물리학분야에서는 Physical Review Letters http://journals.aps.org/prl/ 라든가 JVST (Journal of Vacuum Science & Technology) https://www.avs.org/Publications-Library 등이 유명하다.
이러한 저널이든 잡지든 .. 논문이 실리는 절차는 크게 두 경우가 있다. 두 경우 모두 논문을 기고하는 것이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약간 다르다. 하나는, 실험을 쭉 하거나, 이론을 전개하다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았다든가 할 때 기고하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 경우는 학회 등을 목표로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열심히 실험 또는 이론을 펼쳐서 학회때 발표하고 그때 나온 지적사항이나 질문사항을 보강/보완하여 학회지에 기고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둘다 기본적인 절차는 같다. 조금 특별한 경우는, 저명한 과학자가 은퇴를 할 때 평생의 연구실적을 쭉 정리해서 매우 긴 리뷰형태의 논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과학이 주로 외부로 표현되는 '논문' 은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될까 ?
예를 들어서 어느 과학자가 실험해서 새로운 과학적인 성과를 발견했다고 가정하면, 대충 …
여기까지다. 이렇게 해서 저널에든 잡지에든 학회지(학회지가 보통은 저널이다.)에든 논문은 실린다.
어 ? 뭔가 빠졌다. 뭐가 빠졌을까 ?
위에 있는 것을 다시 한번 보자. ….. 바로 어떻게 그런 데이터를 얻었는지, 그 데이터가 진짜인지 등에 대해서 검증하는 건 빠져 있다. 그런 것은 논문이 실린다음에 그 실험을 다른 과학자들이 재현해보면서 검증한다. 그러니깐, 논문에 실린 데이터 등은 거짓되지 않았다는 상호 믿음 위에서 모든 것은 돌아간다.
저널 등을 보다보면 가끔 가장 뒷페이지나 앞페이지에 교정관련된 사항이 실릴 때가 있다. 그러니깐 “XX저널에 2013년 12월 15일자로 실린 A씨의 논문 2페이지 3번째 수식이 잘못되어서 이렇게 고친다… ” 라든가, “그림 3-1. 번의 배율이 X1,000 이 아니라 X5,000 이다.” 라든가, “그림 3-2. 가 그림이 잘못 실렸고, 이 그림으로 바꾼다.” 라든가 … 이런 게 아주 가끔 … 실린다. 아니면 논문 저자가 간단한 레터를 보내서 그게 실리기도 한다. “미안합니다… 수식이 잘못 됐는데, 이겁니다.” 라는 식으로 …
하지만,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약간의 실수, 논문 전체의 내용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그림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는 논문이라든가 (황우석 때가 그랬었고, 이번에 일본에서 STAP 세포 관련 논문도 마찬가지다.) 수식의 오타 수준이 아닌 그것을 바꾸면 수식 전체가 다 바뀌어야 한다든가.. 하는 경우라면 그건 논문 철회가 된다. 그러니깐 논문이 취소된다.
이러한 실수없이 논문이 제대로 실리고, 그것이 비중있는 내용이라면 대개는 후속 실험들이 진행된다. 그리고 후속 실험이 진행되면서 궁금점이 있거나, 모르는 게 있다면 논문 저자에게 e-mail 을 보내거나 가까우면 직접 찾아가거나 하여 그 내용을 물어보고 다시 그것을 진행하고 .. 이게 계속 된다.
그리고, 그런 검증이 끝나고 틀린 게 없다.라는 게 여기저기서 입증되면 그 논문저자가 밝혔던 것은 하나의 과학적 정설이 된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오래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916년에 나왔고, 1919년에 에딩턴이 일식때 빛이 휘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론'이다. 왜냐하면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중력파를 아직은 직접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에서 올해 초에 발표한 내용 http://www.nature.com/news/gravitational-wave-finding-causes-spring-cleaning-in-physics-1.14910 을 보면 중력파의 흔적을 측정했다고 하는데, 매우 뛰어난 발견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진 '검증'되지는 않았다. -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 아마도 올해내로 플랑크 망원경 등에서 후속 결과를 발견하면 충분히 '검증'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작년에 떠들썩했던 '신의 입자' 라는 힉스입자도 힉스가 힉스입자를 주장한 것은 1964년이었지만, 그것이 실험으로 입증된 것은 2013년이었고,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을 해서 5~6 sigma 이상의 정밀도가 입증된 후에야 실증됐다.
과학의 검증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누군가가 주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맞다.. 가 아니다. 저명한 과학자 등이 주장하는 내용이 나같은 주변에서 가끔 한두편 논문 내고, 일년에 한두개 특허나 내는 변두리 과학자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더 신빙성이 높고, 신뢰도가 높겠을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어떤 과학적 주장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믿어야 한다든가, 검증없이 바로 정설이 된다든가 하는 경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