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비료를 뿌리는 이유를 아주 간단하게 적으면,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을 공급하고 이를 식물이 흡수하고 이를 열매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축적하고, 이것을 사람이 먹기 위해서이다. 퇴비/비료를 토양에 많이 뿌리면 당연히 토양에는 유기물/무기물 성분이 많아지고,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이 흡수를 많이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퇴비/비료 성분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식물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 흡수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성분 및 식물이 자라면서 배출하는 알칼로이드 등의 성분 등이 토양에 축적되므로 인해 발생하는 잔류 염류 등에 의해서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 전번에 퇴비/비료 얘기를 하면서 잔류 염류 등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는데, 이런 경우에 반년 또는 1년쯤 휴경을 하거나, 석회를 뿌려서 중화시키거나 ... 한다고 했었다. 흔히 지력이 높다, 좋다, 비옥하다 .. 라는 것은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이 적절하고, 잔류 염류 역시 .많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반대로, 지력이 낮다,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땅이다 라는 것은 토양에 유기물/무기물이 부족하고, 잔류 염류 역시 많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이 지력을 급격히 소모시키는 작물은 무엇이 있을까 ? 일단, 인삼, 담배, 커피, 옥수수, 밀, 벼 ... 등이 있다. 인삼은 토양에 있는 유기물/무기물을 싹 뽑아먹으므로, 3년 이상 인삼을 키운 밭은 10년쯤 휴경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고급품인 9년생 인삼을 키운 곳은 20년간 휴경하라는 권고가 있을 정도다. 담배는 원래 출신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담배 농사를 몇년 짓고 나면 그 밭은 인삼보다는 덜 하지만, 영양분 뽑아먹은 건 둘째 치더라도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년 이상을 휴경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는 자라면서 카페인을 배출하는데, 몇년 이상 커피를 키우면 스스로 죽을 정도로 많은 양을 배출하기 때문에 이 역시 ... 유사하다. 옥수수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력을 많이 소모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적인 연구이지만, 북한은 논 농사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옥수수를 산에 많이 심어놨었는데, 몇년 지난 후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면서 석유 공급이 끊기고 비료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옥수수가 땅에서 양분을 다 빨아먹은 탓에 다른 것을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서 고난의 행군 시기가 더 힘들었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다. 밀 역시 옥수수와 비슷하다. 벼는 ? 어라 ? 얘가 왜 ??? 할텐데, 벼농사 역시 지력을 소모시키기로 유명하다. 벼농사 지으면서 뿌리는 퇴비/비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충 벼 생산량이 7,000kg/ha 정도다. ha 가 10,000평방미터 이므로 대략 0.7kg/평방미터 정도 되는 거다. 씨앗으로 0.7kg 면, 뿌리, 줄기, 잎 등 합치면 적어도 5배, 많으면 10배쯤 될 것이므로, 5배 곱하면 3.5kg/평방미터 정도 된다. 물론, 식물은 광합성을 하므로 저 정도를 모두 토양에서 빨아들인 유기물/무기물 성분으로 채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평방미터당 저 3.5kg 에 해당하는 퇴비/비료를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통 1,000 평방미터당 20Kg 짜리 퇴비 50포대 정도 뿌리는데, 1평방미터당 1kg 정도라는 얘기다. 그런데, 벼는 그것의 3.5배 이상을 소모하는 거다. 그러니 퇴비/비료를 얼마나 많이 투입해야 하는지 ... .. 상상만해 보자. 그런데, 벼 농사를 휴경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중요한 식량자원이므로 특별히 관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논농사'이기 때문이다. 벼는 크게 밭벼와 논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논에서 벼를 키운다. 논은 물이 항상 차 있고, 순환된다. 즉, 잔류 염류가 물에 녹아서 빠져 나가고, 비가 오거나 다른 물을 공급하면 새로운 물이 들어오게 되므로, 잔류 염류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오히려 질소질 비료를 너무 많이 줘서 웃자라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더 큰 게 현실이다. 다시 밀 .. 얘기로 들어오면, 밀은 지력을 많이 소모시킨다고 했는데, 한때 '우리밀'이라는 것이 유행하다가 요 몇년 사이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시들해진 이유가, 가을에 수확 끝난 밭에 뿌리고, 다음해 수확하니까 2모작이 가능해서 수입이 증가되는 것은 좋은데 ... 지력을 뽑아먹다시피하니까, 퇴비/비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고, 또 잔류 염류 때문에 석회 등도 많이 투입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집처럼 수확은 하지 않고 봄부터 멀칭 대용으로 쓰다가 수확할 때가 되면 예초기로 잘라버리고 .. 해서 다시 밭으로 돌려주고 .. 이런 경우라면 별로 문제될 건 없다. 남부지방에서는 벼와 이모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밀 수확이 끝난 후 논에 바로 물을 대서 써레질 하고 모내기를 해서 벼를 키우므로 잔류 염류 문제는 별로 없지만, 퇴비/비료를 많이 투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지력을 많이 소모하는 작물은 고추, 토마토, 배추, 대파, 양파 ... 이런 것들이다. 이것들은 잔류 염류는 그리 많지 않지만, 퇴비/비료를 많이 필요로 한다. 아.. 고추는 잔류 염류가 많은 편에 속하고, 특히 청양고추 처럼 매운 것들은 토양에 매운 성분을 많이 남겨서 다음번에 심는 다른 작물이 제대로 못 자라는 경우도 있어서 초보자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지력을 그다지 많이 소모하지 않는 작물은, 상추, 고구마, 콩, 감자 등이 있다. 특히, 콩의 경우는 뿌리혹 박테리아를 통해서 지력을 증가시키므로, 옥수수나 밀 등과 함께 키우면 좋다. ---------- 2022.05.31 akpil